샤워기 쇠침·천장 쓰레기·빗물 누수 등에 입주자들 분통
한빛원전 3·4호기, 부실시공 공식 확인···“현대건설 책임 있게 행동해야”

국회 국정감사가 다가온 가운데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이 증인으로 소환될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 각종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이며 곤욕을 치르고 있다. /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이 국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소환될지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건설은 올해 들어 연이은 부실시공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지난달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누수 관련 민원이 유독 많았다. 여기에 시공을 맡았던 한빛 원자력발전소 3·4호기에서 발생한 다수의 공극(구멍)이 부실시공 때문이라는 공식 조사 결과까지 나왔다. 박 사장은 취임 이후 줄곧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겠다고 공언했지만 현대건설이 각종 구설수에 오르내리면서 체면을 구기게 됐다.  

◇김포 신축 아파트 샤워기에서 쇠침 발견···천장에선 쓰레기까지

23일 국회와 업계에 따르면 여야는 다음 달 7일부터 24일까지 국정감사를 진행한다. 올해 들어 크고 작은 논란을 빚었던 건설업계에선 건설사 최고경영자(CEO)의 증인 채택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여러 건설사 CEO 가운데 국감 증인 ‘0순위’에는 박동욱 현대건설 사장이 꼽히고 있다. 최근 현대건설이 시공한 신축 아파트 단지에서 부실시공 논란이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어서다.

현대건설은 지난달 입주한 경기 김포 ‘향산 힐스테이트 리버시티’ 입주자들에게 두 번이나 사과를 해야 했다. 향산 힐스테이트 리버시티는 3510세대 규모로 현대건설이 부지 매입부터 시공까지 맡은 자체사업지다. 이 단지에선 욕실 샤워기 헤드에서 수돗물과 함께 1cm 크기의 날카로운 쇠침이 쏟아져 나와 많은 세대들이 공포에 떨었다. 튀어나온 쇠침에 상처를 입는 일부 주민도 발생했다. 이후 현대건설에서 사과를 하고 문제가 된 수전을 교체하고 나섰지만, 교체 후에도 쇠침이 또다시 발견되는 등 논란은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 밖에도 단지 천장에선 쓰레기도 나왔다. 한 입주민은 거실 천장 시스템에어컨 인근에 실내등을 설치하기 위해 천장에 구멍을 내다가 천장 위에 있는 쓰레기를 발견했다. 비슷한 상황을 겪은 제보가 잇달아 나오면서 현대건설은 부랴부랴 전수조사에 나섰다. 이 밖에도 이 단지에선 베란다 물이 역류하고 콘센트 누수 등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했다. 아직 입주를 하지 않은 세대도 많아 전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는 게 입주민들의 입장이다. 

◇신축 8개월 차 고덕그라시움 종합상가, 대규모 누수로 상인들 분통

신축 8개월 차인 서울 강동 고덕그라시움 단지 내 종합상가에서도 현대건설의 부실시공 문제가 불거졌다.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던 지난달 이곳에선 건물 내부로 빗물이 유입돼 많은 1~2층 상가 모두 피해를 입었다. 상인들은 보도와 상가에 빗물이 들어오지 않게 공사하지 않은 현대건설에 책임이 있다는 입장이다. 고덕그라시움 종합상가한 상인은 “벽면에서 물이 폭포수처럼 흐르고 상가 전체가 물바다가 됐었다”며 “비싼 임대료에 영업도 못해 보수하는 동안 피해가 컸다”고 설명했다. 

기록적인 폭우가 발생했던 지난달 서울 강동 서울 강동 고덕그라시움 단지 내 종합상가에선 건물 곳곳에서 누수가 발생했다. / 사진=입주민 제공

현대건설은 경남 창원 ‘힐스테이트 아티움시티’에서도 부실시공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입주예정자들은 지난 4월 창원시청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커뮤니티 시설과 주차장, 옥외공간 등 공용공간과 세대 내 하자가 상당하다며 전반의 부실시공을 주장했다. 결국 경남도에서 품질검수를 실시했고, 현대건설은 건축·설비·토목 등의 분야에서 모두 57건의 개선사항을 지적받았다.

아울러 현대건설은 경쟁사에 비해 하자 관련 소송도 많은 편이다. 현대건설의 올해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입주민들과 639억5600만원 규모 14건의 하자 관련 소송(20억원 이상)을 진행 중이다. 대우건설(9건), GS건설(6건), 대림건설(4건) 등 경쟁사에 비하면 많은 수준이다. 20억 미만 소송까지 포함하면 건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 소송 결과도 좋지 않다. 현대건설은 지난 7월 경기 성남 ‘삼창아파트’ 조합이 제기한 134억원대 하자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2018년부터 현대건설을 이끌고 있는 박 사장은 그동안 법규와 사회적 기준을 철저히 준수하는 ‘준법·투명 경영’과 고객에게 최고의 품질을 제공하는 ‘기술경영’을 실천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안전·환경·품질 관련 ‘3대 제로’(ZERO)를 목표로 하는 ‘안전경영’도 강조했다. 하지만 현대건설이 하자와 부실시공 등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박 사장의 외침도 무색해진 모습이다.

◇한빛원전 부실시공 공식 확인···“공극 발견 3년 넘었지만 시공사 대책 마련 속도 더뎌”

한빛 원자력발전소 3·4호기(한빛 3·4호기)의 부실시공 문제도 국감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국회 부의장)은 지난 21일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가동 원전 24기 중 58%인 14기의 격납건물 내부 철판(CLP) 뒤 콘크리트 벽에서 지금까지 332개의 공극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공극은 원자로에 사고가 났을 때 방사성 물질이 밖으로 새나는 것을 막는 격납건물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 특히 전남 영광 한빛 3·4호기에서 발견된 공극은 264개로 전체의 79%를 차지한다. 한빛 3·4호기의 시공은 현대건설이 맡았다.

탈핵시민행동 활동가들이 지난해 8월 22일 서울 종로구 현대건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격납건물서 다수의 구멍이 발견된 한빛 3·4호기 폐쇄와 시공사인 현대건설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아울러 한빛 3·4호기 격납건물에서 나온 다수의 공극이 부실 공사 때문이라는 공식 조사 결과가 나왔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한빛원자력안전협의회에 보고한 공극 점검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1989∼1996년 한빛 3·4호기 건설 당시 원전 대형 관통부와 철근 밀집부의 경우 공극 발생 가능성이 높은 곳인데도, 작업 절차서에는 콘크르트 타설 다짐 작업 주의사항이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또 설계가 잘못돼 임시보강재와 철근이 당초보다 더 많이 설치돼 콘크리트 다짐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고, 타설 작업이 주로 야간 시간에 이뤄지면서 부실 공사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다.

한수원이 김 의원에게 제출한 공극보수 원전별 추정 비용 자료를 보면 CLP 점검과 보수, 콘크리트 보수 등에 최소 1957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됐다. 한빛 3·4호기에만 736억여원이 들어갈 것으로 추산된다. 김 의원은 “원자로 격납건물 벽의 공극은 원전의 구조적 안전성과 직결되는 문제인데도 2017년 5월 처음 공극이 발견된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시공사의 대책 마련 속도가 대단히 더디다”며 “한빛 3‧4호기를 시공한 현대건설 등 관련사는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