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실패·부실 관리 등 사모펀드 사태 핵심 원인으로 지목
‘금융위 vs 금감원’ 책임 떠넘기기 및 불협화음 지적 가능성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이기욱 기자
지난해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 참석한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왼쪽)과 은성수 금융위원장/사진=이기욱 기자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앞두고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지난해부터 이어져온 사모펀드 사태가 정무위원회 국감의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정책 실패, 감독 소홀 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야당 측 의원들이 정부 책임론, 권력형 비리 의혹 등을 부각시키기 위해 금융사가 아닌 당국에 초점을 맞추고 강도 높은 비판을 제기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펀드 사태 관련 질의뿐만 아니라 매년 반복되고 있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불협화음, 소비자보호관련 조직 개편 등의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당 의원, 2015년 사모펀드 규제 완화 책임 강조 전망···야당, 권력형 비리 의혹 제기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는 내달 12일과 13일 각각 금융위와 금감원을 대상으로 하는 국감을 앞두고 있다. 내달 초 추석 연휴 일정을 고려하면 약 2주의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21대 국회의 첫 국감인만큼 각 당의 초선의원들이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피감기관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총 24명의 정무위 의원들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13명이 초선에 해당한다.

이번 금융권 국감에서 최고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지난해부터 수많은 피해자를 양산해내고 있는 사모펀드 사태다. 라임펀드를 시작으로 디스커버리 펀드, 옵티머스 펀드 등이 잇따라 환매중단 사태를 맞이하자 운용사뿐만 아니라 은행, 증권사 등 판매사들까지 많은 비판을 받고 있다. 판매사의 CEO들이 국감 증인으로 줄소환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도 이 책임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이미 지난 7월 금융위와 금감원의 첫 업무보고 자리에서 정무위 의원들은 은성수 금융위원장과 윤석헌 금감원장에게 강도 높은 질타를 가한 바 있으며 국회입법조사처도 최근 발간한 ‘2020 국정감사 이슈 분석’ 보고서를 통해 사모펀드 감독 체계의 현황과 문제점을 지적했다.

금융위는 과거 사모펀드 규제 완화 정책과 관련해 집중 포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지난 2015년 사모펀드가 혁신 기업에 대한 모험자본 공급자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고 사모펀드 관련 규제 완화를 추진했다. 자본시장법 및 시행령 개정으로 일반사모펀드, 헤지펀드, 사모투자펀드(Private Equity Fund, 이하 ‘PEF’), 기업재무안정 PEF로 구분되던 사모펀드 규제체계를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와 경영참여형 사모펀드로 단순화 시켰으며 전문사모펀드 운용사에 대해 등록만으로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이전까지 투자대상별로 펀드를 설정하도록 한 전문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한 펀드 내에서 다양한 투자자산을 편입할 수 있도록 했다. 사모펀드 투자 자격도 기존 헤지펀드 최소투자금액인 5억원보다 낮은 1억원으로 설정했다.

이러한 규제 완화의 영향으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의 수탁고는 2015년도 199조8000억원에서 지난해 416조4000억원으로 약 2배 이상 늘어났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시장 활성화 정책에 비해 감독 방안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아 최근의 부실 사태가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규제 완화 책임론은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제기될 전망이다. 사모펀드 규제가 완화됐던 2015년은 현 야당이 여당으로 있던 시기기 때문이다. 이미 지난 7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은 위원장을 향해 “사모펀드 사태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규제완화”라고 지적한 바 있다.

반면 야당 의원들은 최대한 감독 측면에 사모펀드 사태를 다루고 이를 권력형 비리로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은 이혁진 전 옵티머스 대표가 더불어민주당에서 전략공천으로 출마한 경력이 있다는 점과 임종석 대통령 외교안보특별보좌관과 친분 관계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수차례 권력형 비리 의혹을 제기해왔다. 또한 장하원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대표가 장하성 주중대사의 친동생이라는 점을 들어 특혜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융위·금감원, 책임공방으로 올해도 ‘불협화음’···소비자보호기구 신설 등 논의 가능성

사모펀드 사태의 연장선상에서 매년 불거지는 금융위와 금감원의 불협화음 문제도 지적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모펀드 사태의 주요 원인으로 크게 규제 완화와 감독 소홀 두 가지가 꼽히기 때문에 책임 당사자인 금융위와 금감원 사이에 크고 작은 공방들이 올해 지속적으로 있어왔다.

대표적인 예시가 사모펀드 전수 조사와 관련된 금감원 노조의 성명서 발표다. 지난 6월 23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옵티머스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사모펀드 1만여개를 전수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그로부터 이틀 뒤인 25일 금감원 노조는 성명서를 발표해 “전수조사를 언급하는 것은 비난의 화살을 금감원으로 돌리고 금융위의 원죄를 덮으려는 얄팍한 술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또한 노조 측은 “사모펀드 사태의 근본 원인은 금융위의 무분별한 규제 완화 3종 세트”라며 “투자요건 완화, 인가 요건 완화, 펀드 심사제 폐지로 예견된 재앙”이라고 지적해 금융권에 큰 논란이 됐다.

7월 초에는 손병두 금융위 부위원장이 금융소비자 피해 집중분야 전면점검 합동회의에서 “사모펀드의 경우 일부 운용사가 본연의 취지를 악용해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하거나 펀드 설계운용 과정에서 불법행위를 했다”며 “판매 금융사의 불완전판매 의혹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운용사 리스크 관리와 불법행위 감시,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감시 등 금감원의 역할을 언급하며 사실상 금감원에 책임을 돌린 셈이다. 이외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은 파생결합상품(DLF) 사태 관련 임원 중징계, 금감원 특사경 증원 문제 등에서도 많은 이견을 보였다.

소비자보호기구 분리 등의 조직 개편 문제도 일부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현행 체계에서 금감원은 금융위의 지도·감독을 받아 금융회사에 대한 검사·감독업무를 수행하는데 그 과정에서 ‘건전성 감독’ 기능과 ‘금융소비자 보호’ 기능을 모두 담당해야 한다. 하지만 건전성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는 그 업무의 지향점이 상충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소비자보호기구를 별도의 독립된 기관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다만 금융소비자 보호 기구의 설치 여부는 금융위 및 금감원의 조직개편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을뿐만 아니라 한국소비자원과의 관계 등도 고려해 진행해야 하기 때문에 향후 법률 개정을 위해서는 장기간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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