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통합감독 입법 가시화···해당기업들 '국정감사 포비아'
비금융그룹 부실리스크 집중관리···미래에셋 '집중포화' 우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더불어민주당이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입법에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2020년 국정감사를 앞둔 재계의 긴장감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금융그룹통합감독법 도입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 이번 국정감사에서 관련 기업 오너 및 CEO 소환에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금융그룹통합감독은 2개 이상의 금융사를 거느린 기업집단 가운데 금융지주사 체제가 아닌 곳의 위험(리스크)에 대해 관리하는 제도인데 현재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 그룹 등이 대상이다. 특히 미래에셋의 경우 금융그룹통합감독을 다루는 이번 국정감사에서 타깃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예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어 한층 경계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 금융그룹통합감독, 국정감사 통해 부각되나

21일 국회 입법조사처의 ‘2020국정감사 주요 이슈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여당이 최근 입법을 밀어붙이고 있는 공정경제 3법(상법, 공정거래법, 금융그룹통합감독법) 가운데 금융그룹통합감독 관련 국정감사는 다음달 7일부터 24일까지 열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달 국무회의에서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제정안을 의결하고 금융위원회는 국회에 해당 법안을 제출했다. 177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통과시키겠다고 적극 나서고 있고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역시 반대하지 않고 있기에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금융그룹통합감독법 입법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도입예정인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를 법제화하기 위한 것이다.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는 여수신·보험·금융투자업 등 2개 이상의 업종을 영위하고 있는 그룹 가운데 금융지주사가 없는 그룹의 위험을 관리하는 제도다.

현재 금융지주사들은 ‘금융지주회사법’을 통해 그룹차원의 관리감독을 받고 있지만 금융지주사가 없는 그룹은 규제의 사각지대로 남아 있다. 이런 그룹들은 일부 계열사의 부실이 금융사로 전이되면서 투자자나 소비자가 피해볼 가능성이 있기에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대부분 2000년대 중반부터 국제금융감독협의회가 제시한 금융그룹감독원칙에 따라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됐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2년 동양사태가 직접적인 도입 계기가 됐다. 당시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은 동양그룹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을 대거 판매했고 결국 4만여 명의 투자자가 약 1조7000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금융그룹통합감독 대상기업은 금융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 가운데 금융당국이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지정된다. 현재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 등 6개 그룹이 규제대상이며 금융당국은 이들을 대상으로 2018년 7월부터 모범규준형태의 감독제도를 시범운영하고 있다.

금융그룹통합감독 대상기업으로 지정되면 해당 그룹들은 금융그룹 내 계열사 가운데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금융회사를 대표금융회사로 선정해야 한다. 대표금융회사들은 사실상 그룹 내 금융지주사로서 역할을 맡아 내부통제체계 및 위험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소속 계열사 간 중복계산된 자본이나 내부거래·위험집중에 따른 손실가능성도 점검해야 하고 실제 손실흡수능력(적격자본)이 최소 자본기준(필요자본) 이상을 유지하도록 자본적정성도 관리해야 한다.

보고와 공시의무도 수행해야 한다. 당장 이번달 말부터 6개 그룹은 ▲금융그룹 소유 및 지배구조 ▲내부통제체계 ▲위험관리체계 ▲자본적정성 ▲내부거래 등 25개 항목에 대해 공시를 해야 한다. 공시 대상은 2019년 말 기준 연간 공시와 2020년 1·2분기 기준 분기 공시다.

◇ 미래에셋그룹에 쏠리는 시선

금융그룹통합감독은 문재인 정부 실세인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경제개혁연대 소장 시절부터 주도적으로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제도다. 김상조 실장은 올해 1월 금융연구원과 자본시장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금융그룹감독제도 향후 추진방향’ 세미나에도 직접 참석하기도 했다.

이런 점을 근거로 삼성·한화·미래에셋·교보·현대차·DB그룹 가운데 김 실장과 ‘악연’인 미래에셋그룹이 금융그룹통합감독에 가장 난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말도 나온다.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는 특성상 기업집단의 지배구조문제와도 직결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미래에셋그룹은 현재 비금융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을 정점으로 미래에셋컨설팅→미래에셋캐피탈→미래에셋대우→미래에셋생명 기본구조에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과 미래에셋컨설팅, 미래에셋캐피탈이 각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보유하는 지배구조를 가지고 있다.

김 실장은 이러한 미래에셋그룹의 지배구조를 놓고 2016년 3월 경제개혁연대 리포트를 통해 강도 높은 비판을 내놓은 바 있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인 2017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 회장의 소환이 검토되기도 했다. 이후 여야 이견으로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이 대신 출석했고 미래에셋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해 집중적인 압박을 받았다.

박 회장은 금융지주사 전환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2007년 자신의 저서 '돈은 아름다운 꽃이다'에서 "지금의 금융지주회사 모델은 자칫하면 중국과 인도의 급성장하는 금융회사들의 M&A 타깃이 될 수도 있다“며 ”하루빨리 과거 지향적인 시각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박 회장이 이러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이유는 결국 ‘레버리지’의 문제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미래에셋이 글로벌IB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여전히 ‘고성장’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레버리지 투자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래에셋그룹은 지난해 안방보험이 가지고 있는 미국 호텔 15곳에 대해 58억달러(7조원) 규모 매매계약을 맺었다. 당시 미래에셋그룹 계열사들은 18억달러를 자체 조달하고 나머지 40억달러는 현지에서 대출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8억달러는 가운데 미래에셋대우가 1조8000억원, 미래에셋생명보험이 5000억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1900억원, 미래에셋캐피탈이 1000억원을 출자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코로나19로 현재 계약은 불발됐고 양측은 계약해지에 따른 소송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 ‘풀베팅’은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가 도입되면 불가능해진다.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는 계열사간 돈을 모아 집중투자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그룹통합감독제도가 미래에셋그룹의 건전성을 개선할 것으로 보는 시선도 존재한다. 올해 7월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래에셋대우의 등급전망을 ‘하향검토 대상’에서 ‘부정적’으로 한 단계 상향조치하며 “금융그룹규제법안은 비지주금융그룹의 리스크관리 및 준법관리체계를 수립하고 그룹차원의 자본 건전성지표 관리 등을 요구함으로써 미래에셋그룹 및 최대 계열사인 미래에셋대우의 과도한 위험자산 성장을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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