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재정수지 건전성 비율 OECD 19위서 2위로 상승
국채금리 하락으로 채무 비용 부담 감소···원화표시 국채 비중 대부분
“재정건전성, 지속 가능한 발전 구조가 관건···안전망 강화 필요”

한국의 국가부채는 양적 면에서 OECD 내 건전성 순위가 올랐고 질적 측면에서도 국채금리 하락 등으로 과거보다 나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와 4차 추경, 2차 재난지원금 논의 착수로 한국이 감당할 수 있는 부채 여력이 주목받고 있다. 4일 전문가들은 국가부채 수준과 여력을 판단함에 있어 부채의 양뿐 아니라 질적 부분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수치로 보이는 국가채무비율 등 보다 중요한 것은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발전 구조인지가 관건이라는 의견이다. 이를 위해 사회와 고용 안전망 강화, 공정경제 등이 중요하단 분석이다.

◇ 양적 측면···통합재정수지 비율 OECD 19위서 2위로

우리나라 국가부채의 양적 측면을 보면 확장적 재정기조가 2018년부터 이어지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도 상승했다. 국가채무비율은 2019년 37.7%에서 2021년 예산안 기준 46.7%로 올랐다.

다만 국가채무비율이 얼마면 안전한 지 등은 경제적 이론이 없다. 한국의 채무비율과 재정수지 추이 등은 다른 나라와의 비교가 중요하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에 따르면 국제 비교가 가능한 통합재정수지 비율을 기준으로 한국의 OECD 36개국 가운데 건전성 순위는 2019년 19위에서 2021년 2위로 오른다. 이 경우는 코로나19가 두차례 확산(Double-hit 시나리오)한다는 가정에서다.

2019년 한국의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GDP 대비 –0.6%이며 OECD 평균은 –3.3%다.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인 올해 3차 추경까지 고려한 기준으로 보면 이 비율은 –3.9%이며OECD 평균은 –12.7%다. 내년 예산안에 따르면 한국의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3.6%이며 OECD 평균은 –9.2%다.

자료=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자료=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현재의 방역조치로 코로나19 재확산이 차단되는 ‘Single-hit 시나리오’ 가정에서도 한국의 통합재정수지 비율은 OECD 내에서 같은 기간 19위에서 9위로 오른다.

내년 한국의 국가채무 적자폭 증가율도 OECD 최하위권이다.

OECD가 지난 6월 발표한 2019년말에서 2021년까지 한국의 국가채무 적자폭 증가율은 코로나19가 한 차례 확산에 그친다는 기준으로 4.93%포인트 오른다.

이는 OECD 평균인 18.61%포인트보다 작다. 코로나19가 두차례 확산 한다는 가정에서도 한국의 국가채무 적자폭 증가율은 역시 최하위권이다.

OECD가 전망해 분석한 아래 그래프에서 국가채무 적자폭 증가율이 가장 낮아 맨 오른쪽에 위치한 것이 한국이다.

자료=OECD
자료=OECD

이상민 위원은 “한국의 재정수지 비율 건전성 순위가 크게 증가한 것은 방역에 비교적 성공하고 재정을 효율적으로 투입했다는 긍정적 의미도 있으나, 재정의 역할이 다른 나라보다 부족하다는 부정적 의미도 있다”며 “이는 OECD 국가 중 한국의 재정 여력이 비교적 많은 편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 질적 측면···‘국채금리 하락, 원화표시 국채 비중 대부분'

전문가들은 재정 건전성을 판단할 때 국가부채의 양도 중요하지만 질적인 부분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부채 총액보다 차입 비용과 자국통화로 갚아야 하는 비중 등이 관건이라는 것이다.

정부는 국채 만기가 돌아오면 대부분 또 다른 국채를 발행해 상환한다. 이에 중요한 것은 국채에 대한 이자 비용 감당 능력이다.

안정현 프랑스 NEOMA 경영대학 교수는 지난 7월 6일 지식협동조합 이슈페이퍼에서 “국가의 채무 지탱능력을 결정하는 요소는 현재의 채무 총액이 아니라, 정기적으로 지불해야하는 이자비용 감당능력이다”고 말했다.

국가부채의 채무 비용인 국채금리는 계속 하락했다.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2009년 평균 5.17%에서 2019년 1.7%로 떨어졌다. 지난 3일 기준 1.524%로 더 하락했다.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도 2009년 평균 4.04%에서 2019년 1.53%로 떨어졌다. 지난 3일 기준은 0.92%로 더 내렸다.

국채 금리 하락으로 인해 국가채무 비율이 올랐음에도 오히려 채무 비용은 줄었다. 안 교수는 “2009년에서 2019년 사이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은 26.8%에서 38.1%로 11%포인트 올랐지만, 국채금리 하락으로 GDP 대비 국채 이자 지급 비용은 오히려 줄었다”며 “2011년 1.36%에서 계속 하락해 2019년말 0.94%까지 떨어졌다”고 했다.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안정현 (프랑스 NEOMA 경영대학 교수)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 이슈페이퍼 (안정현 (프랑스 NEOMA 경영대학 교수)

국내외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국가부채의 채무 비용 부담을 적게 한다. 최근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는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하겠다며 장기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평균물가안정 목표제를 채택했다. 이는 물가를 평균 2%에 맞추면 되는 것으로 저금리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즉 인플레이션이 발생해도 금리를 올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채무의 질적 측면에서 자국통화표시 채무 비율도 중요하다. 원화표시 채권이 비중이 높을수록 환율 변동으로부터 안전하기 때문이다.

한국은 국가 채무 가운데 원화표시 부채 비중이 98.8%다.

윤 평론가는 “우리나라 국채는 대부분 원화표시 채권이기에 환율 변동으로부터 안전하다”며 “대부분 국내기관이 갖고 있다는 점에서 팔 위험도 적다. 반면 외화표시 채권은 환율 변동에 취약하고 이들 가진 외국 기관이 원화 하락 시 팔기에 위험하다”고 했다.

이어 “다만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기에 마냥 국가채무를 늘릴 수는 없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재정 적자폭을 어느 정도 늘려도 재정 건전성에 문제가 없다”고 했다.

재정건전성을 볼 때 국가채무비율 등 수치 보다 한국 경제가 지속 가능한 발전 구조인지가 관건이라는 의견도 있다.

나원준 경북대 경제통상학부 교수는 “국가채무비율 등 절대적 수치보다 한국의 국제적 위치가 중요하다”며 “또한 정부가 앞으로 경제위기와 재정에 대한 관리 능력이 중요하다. 즉 한국 경제 구조가 지속 가능한 발전 구조인지가 관건이다. 공정경제와 소득주도성장, 한국판 뉴딜에서 고용안전망 강화 등이 지속가능한 경제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나 교수는 “재정을 적극 활용해 경제가 좋아지면 재정 건전성도 좋아진다. 반면 재정을 아끼려다 오히려 경제가 나빠져 재정 건전성도 나빠지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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