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재난지원금 빼면 빈부격차 확대
취약계층에 해고·소득감소 집중
전문가들 “취약계층 고용·지원금 등 보호 필요”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건물 유리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모습이 반사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 건물 유리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의 모습이 반사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이 2분기에 긴급재난지원금으로 버틴 것으로 나타났다. 재난지원금을 제외하면 빈부격차도 확대됐다. 

통계청이 20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소득층인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통계 작성 이래 가장 많이 줄었다. 코로나19에 따른 해고와 소득 감소가 취약계층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2분기 중 1분위 월평균 소득은 177만7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8.9% 늘었다. 그러나 이는 공적이전 소득 증가 영향이 컸다.

실제로 1분위 근로소득은 48만5000원으로 작년보다 18.0% 줄었다. 통계 작성 이래 가장 큰 감소폭이다. 고소득층인 5분위 가구의 근로소득 감소율은 4.0%보다 충격이 4배 이상 컸다.

근로소득 감소폭은 대체로 소득이 낮을수록 컸다. 2분위 근로소득 감소폭은 –12.8%, 3분위 –4.3%, 4분위 –2.9%였다.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이미지=김은실 디자이너

이는 코로나19에 따른 해고와 소득 감소가 비정규직과 저소득층 등 취약계층에 집중됐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가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지난 6월 5∼10일 직장인 10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지난 6개월간 본인의 의지와 무관하게 실직을 경험했다는 직장인은 12.9%였다. 이 가운데 비정규직은 26.3%가 실직을 경험해 정규직(4%)보다 6.57배 높았다. 고임금노동자(2.5%)와 저임금노동자(25.8%), 남성(9.8%)과 여성(17.1%)도 차이가 컸다.

사업소득도 1분위의 감소폭이 가장 컸다. 2분기 중 소득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사업소득은 26만3000원으로 1년 전보다 15.9% 줄었다. 5분위 가구의 사업소득은 175만9000원으로 2.4% 줄었다. 1분위 가구의 사업소득 감소폭이 5분위보다 6배 이상 컸다.

◇ 재난지원금 빼면 양극화 악화

재난지원금 효과를 제외하면 2분기에는 사실상 양극화가 악화됐다. 분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인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전년보다 개선됐다. 2분기의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4.23배로 지난해 2분기 4.58배보다 0.35배 포인트 줄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분위의 소득이 1분위보다 몇 배 많은지를 의미한다. 수치가 클수록 소득 불평등 정도가 심해진 것이다.

그러나 이는 2분기에 지급한 재난지원금 효과였다.

재난지원금 효과를 뺀 시장소득(근로소득+사업소득+재산소득+사적이전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올해 2분기 8.42배로 1년 전인 7.04배보다 크게 올랐다. 시장소득은 재난지원금 등 공적이전소득을 포함하지 않는다.

재난지원금 지급이 빈부격차 확대를 막은 것이다. 실제로 2분기에 공적이전소득은 77만7000원으로 127.9% 늘었다. 공적이전소득에는 공적연금(국민·공무원연금 등), 기초연금(노령연금 등), 사회수혜금(근로장려금·아동수당) 등이 포함된다. 재난지원금은 사회수혜금에 속한다. 2분기 전체 공적이전소득에서 사회수혜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64.8%로 지난 1분기 28.8%보다 크게 늘었다.

김유선 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재난지원금을 빼면 양극화가 심화됐다고 볼 수 있다. 코로나19에 따른 타격이 저소득층일수록 컸다”고 말했다.

◇ "취약계층 보호 시급"

3분기에는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코로나19 대확산에 따라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면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고용 위기가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필수적이지 않으면서 재택근무가 가능하지 않은 직업 종사 비중이 높은 취약계층에 고용 충격이 집중될 수 있다.

지난 1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코로나19에 대한 고용취약성 측정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실직위험이 높은 음식서비스, 매장판매, 기계조작 등 비필수·비재택근무 일자리 비중이 35%로 나타났다. 취업자 3명 중 1명은 정부가 봉쇄조치를 할 경우 실업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일자리는 고용 회복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고용 충격이 저소득, 저학력, 청년, 여성, 임시·일용직, 자영업자, 고용보험 미가입자 등 취약 계층에 집중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고졸 이하 저학력자가 비필수, 비재택, 고대면 일자리에 종사할 가능성은 대졸 이상 고학력자에 비해 7~24%포인트 높다.

이에 취약계층에 대해 고용 등 보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대책이 시급하다”며 “9월로 끝나는 고용유지지원금 특례기간에 대해 특별고용지원업종 8개 외에도 어려운 업종들에 대해 특례기간을 연장해야한다. 특고와 프리랜서들을 위한 긴급고용안정지원금도 추가 지급해야한다”고 말했다.

윤덕룡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금 한국의 복지와 조세 등의 분배시스템으로는 위기 상황에서 양극화는 더 심해질 것”이라며 “우선 취약계층 대상으로 고용보험 확대 등 전반적으로 이들의 보호에 정부가 힘써야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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