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화이자·모더나·영국 아스트라제네카·중국 칸시노 등 임상 3상 진입···국내는 늦지만 임상1상 빠르게 진행해 내년 3상 목표
전세계에서 백신 물량 사전 확보 경쟁 치열···"안전성 위해서는 환자 대조군 많은 임상3상까지 지켜봐야"
그야말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전쟁이다. 미국과 중국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임상3상에 들어가면서 국내외 기업들도 백신 임상시험에 촉각을 다투고 있다. 각국 정부는 코로나19 백신 물량 확보를 위해 기업들과 직접 협약을 맺거나, 국제기구 공동구매에 미리 나서고 있다.
23일 국제보건기구(WHO)와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전세계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은 총 150개 정도다. 이 중 후보물질 21개는 사람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 진행 중인 코로나19 백신 임상시험은 2건이다.
특히 미국과 영국, 중국의 백신 임상시험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화이자는 바이오 스타트업 ‘바이오엔테크’와 백신 공동 개발 중인데 현재 임상 두 번째 초기 시험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를 형성했다고 밝혔다. 화이자는 임상시험 환자는 최대한 늘려 임상 3상을 할 계획이다.
미국 모더나도 임상3상에 들어갔다. 모더나는 현재 미국 내 바이오기업 중 가장 개발속도가 빠르다. 모더나는 임상1상에서 45명을 대상으로 백신을 2회 투여한 결과 중화항체 생겼다고 발표했다.
영국 아스트라제네카는 옥스퍼드대학교와 임상 2상과 3상을 진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1077명을 대상으로 임상 1상을 진행한 결과 중화항체 형성과 바이러스 감염 세포를 파괴하는 T세포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특히 1상에서 1000명이라는 많은 환자 수를 대상으로 진행했다는 점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 칸시노바이오로직스, 시노팜, 시노백 등 3개 바이오 기업도 모두 임상 1‧2상에서 좋은 결과를 받았다며 임상3상에 들어갔다. 시노팜과 시노백은 각각 브라질과 아랍에미리트에서 임상 3상을 하려고 한다. 다만 시노팜과 시노백은 오래된 ‘블활성 백신’ 기술로 백신을 개발 중이라, 안전성 여부를 두고 잡음이 많다.
국내 바이오 기업들은 비교적 속도가 늦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코로나19 백신 임상 허가를 받은 곳은 총 2곳이다. 바이오벤처 제넥신이 국내 업체 중 처음으로 백신 임상시험에 돌입해 세브란스 병원과 임상 1상을 진행 중이다. 제넥신은 내년에 임상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른 백신은 미국 바이오기업 이노비오가 서울대병원과 함께 진행하는 국내 임상이다.
한편 바이오기업들의 코로나19 백신 임상 속도가 치열해질수록 전세계 정부도 더 빨리, 더 많이 백신을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구상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미국 제약사 화이자와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 6억명 접종분을 19억5000만달러(2조3000억원)에 인도하는 계약을 맺었다. 임상3상이 완료돼 안전성이 입증된다면 미국 국민들에게 무료 접종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이밖에도 자사 바이오기업 모더나, 존슨앤존슨,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 백신 공급 계약을 맺었따.
특히 아스트라제네카는 이밖에도 영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와 포괄적 백신 동맹을 결성해 백신 공급에 나설 예정이다.
중국은 자사 제약사, 바이오기업들이 백신 개발을 완료할 경우 대량생산에 들어갈 수 있는 공장을 건설하도록 지원 중이다.
반면 정부는 민관협력과 WHO공동구매 전략을 세웠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1일 아스트라제네카와 SK바이오사이언스와 협력계약을 맺었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국내 공장에서 아스트라제네카의 백신 원액을 생산하고, 국내에 우선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정부는 아울러 WHO와 세계백신면역연합(GAVI)가 추진하는 글로벌 백신 공동구매 협의체에 가입했다.
다만 바이오 업계에서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속도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바이오기업들의 임상1상 참여 환자가 소규모였다. 바이러스를 없애는 중화항체를 확인할 수 있을만큼의 대조군이 아닌 상황”이라며 “백신의 중간상황 외에 임상3상까지의 추세를 봐야한다. 나이나 성별에 관계없이 똑같이 중화항체를 형성하는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