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 지역 규제···실수요자 서울로 회귀”
3040 청포자, 높은 청약 문턱에 경매로 눈돌려
토지거래허가구역·자금조달계획서 등 규제 미적용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주거시설 경매시장으로 수요가 몰리고 있다. 수도권 전 지역이 규제로 묶이면서 실수요가 서울로 회귀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 사진=시사저널e DB 

서울 경매시장의 열기가 달아오르는 모습이다. 특히 서울은 최근 들어 주거시설(아파트·빌라·단독주택·오피스텔 등)의 경매 낙찰가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수도권 전 지역이 규제로 묶이면서 실수요가 서울로 회귀하는 빨대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울러 청약 대신 경매로 눈을 돌리는 ‘청약포기자’(청약 가점이 낮아 청약을 포기한 30~40대)의 증가와 경매로 취득한 주택이 부동산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도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이유로 꼽힌다.

15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최근 서울의 경매 낙찰가율은 최근 100% 안팎에 머물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낙찰가율은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로, 100%를 넘어선다는 건 낙찰된 물건의 입찰 가격이 감정가보다 높다는 의미다. 지난달 낙찰된 서울 용산구 한강로2가 소재 주택(대지면적 46㎡)은 45명의 경합 끝에 12억1390만원에 팔렸다. 입찰 당시 감정가 6억6억688만원을 훌쩍 넘겨 낙찰가율 200%를 기록한 것이다. 이는 전국 최대 낙찰가율이다.

서울의 경매시장 열기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이 발표한 ‘2020년 6월 경매동향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주거시설 낙찰가율은 97.3%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11월(98.3%) 이후 7개월 만에 경기·인천을 제치고 주거시설 부문 낙찰가율 1위를 기록한 것이다. 낙찰률은 지난 2월(46.2%) 이후 4개월 만에 40%선을 넘어섰고, 지난 4월 3.8명까지 떨어졌던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달 4.9명에 이어 이달에는 5.2명까지 증가했다.

시장에선 정부의 규제 여파로 수도권 풍선효과가 빨대효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오명원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지난해 하반기 내내 주거시설 부문 최상위 성적을 유지하던 서울은 연속된 역대급 정책의 영향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는 듯 했다”며 “하지만 6·17부동산대책 이후 수도권 전역이 규제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자 결국 서울로 회귀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고 설명했다.

서울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는 또 다른 요인으로는 당첨 문턱이 높은 청약 시장이 꼽힌다. 전 지역이 투기과열지구로 묶인 서울에서 신규 청약 시 전용면적 85㎡ 이하 아파트는 가점제 100%, 85㎡초과는 가점제 50%·추첨제 50%의 비율로 선정된다. 올해 1~5월 서울 아파트 청약 당첨자들의 평균 가점은 61.38점이었다. 이는 부양가족 수 2명(15점), 무주택 10년 이상(2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 이상(17점)을 채워도 충족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30~40대 청포자들이 경매시장으로 눈을 돌린 이유다.

아울러 경매로 취득한 주택이 부동산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경매가 관심을 받는 이유로 이유로 꼽힌다. 특히 경매로 매입한 주택은 토지거래허가구역 규제를 받지 않는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주거지역에서 대지지분 기준 18㎡, 상업지역에서 20㎡ 넘는 상가나 주택을 살 때 지자체의 허가를 받도록 하는 제도다.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된 서울 강남구(삼성·대치·청담동)와 송파구(잠실동), 용산 정비창 일대에서 경매로 주택을 취득한다면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또한 경매로 아파트를 구입할 때는 자금조달계획서 등의 증빙서류를 낼 필요가 없다. 현재는 투기과열지구와 조정대상지역은 시가 3억원을 넘긴 아파트를 구입할 때 자금조달서를 내고 있다. 올해 9월부터는 거래가액과 상관없이 아파트 구입 시 자금조달서를 의무적으로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고강도 규제가 이어질수록 경매시장이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내다봤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동일한 규제 적용으로 비교 기준점이 같아지면서 서울이 비교 우위에 놓인 양상이다”며 “특히 강남권은 토지거래허가제로 1년간 정상 매매가 어려운 만큼 유동 자금이 경매시장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분양을 받기 힘들고, 아파트 물량이 줄어든다는 우려에 경매로라도 집을 사자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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