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우호적으로 변했지만 지난해 대비 공모가 밴드 낮아져
지난해 흥행 실패 부담···시장 친화적인 가격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

게임업체 미투온의 홍콩 자회사 미투젠이 지난해 12월 IPO(기업공개) 철회 이후 반년여 만에 다시 코스닥 상장에 나서 주목된다. 지난해 상장 추진 당시와 비교해 게임업종에 대한 시장 분위기가 좋아졌고 실적도 호조를 보였지만, 되레 몸값을 낮췄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흥행 실패에 대한 부담과 함께 시장 친화적인 가치 책정으로 안정적인 자금조달에 나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투젠은 전날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코스닥 상장을 위한 공모 절차에 착수했다. 미투젠은 소셜 카지노 및 캐주얼 게임을 서비스하는 글로벌 게임 업체로 소셜카지노, 솔리테르, 트라이픽스 등 3개 장르에서 42개 이상의 다변화된 게임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있다.

미투젠의 상장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투젠은 지난해 말 코스닥 상장을 추진했다가 기관 수요예측 단계에서 IPO를 철회한 바 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부정적인 기류가 나오면서 원하는 자금을 조달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당시 미투젠은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어려운 증시상황이라며 주식시장이 안정화되는 시점에 재도전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미투젠의 이 같은 철회 결정이 전화위복이 됐다고 평가해왔다. 게임업종에 부정적이었던 지난해와는 달리 올해 들어선 게임업종에 대한 투자자들의 태도가 달라진 까닭이다. 코로나19 발병 이후 언택트(비대면) 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실제 비교 기업 중 하나였던 엔씨소프트는 올들어 83% 가까이 급등했다. 미투젠의 의도대로 시장 환경이 유리하게 바뀐 셈이다. 

미투젠의 성장세도 이를 뒷받침했다. 미투젠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027억원, 영업이익 460억원, 순이익 37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매출 892억원, 영업이익 365억원, 순이익 302억원에서 모두 증가한 수치다. 올해 1분기 순이익도 9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0억원에서 17.5% 증가했다. 지난해 말 상장 당시 내세웠던 성장세가 실제 증명된 것이다.

*는 할인전. 예상 공모금액은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 기준. / 표=이다인 디자이너.
*는 할인 전 적용PER. 예상 공모금액은 희망 공모가 밴드 하단 기준. / 표=이다인 디자이너.

그러나 미투젠은 지난번 상장 때보다 희망 공모가 밴드를 낮춰 상장에 도전하고 있다. 미투젠이 지난 9일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공모 주식 수 319만9200 DR(주식예탁증서)에 희망 공모가 밴드로 2만1000~2만7000원을 내걸었다. 이는 지난해 말 희망 공모가 밴드(2만5000~2만9400원)에서 전체적으로 내려간 것이다. 이에 따라 예상 공모금액도 799억8000만원(공모가 밴드 하단 기준)에서 671억8320만원으로 줄었다. 

이는 미투젠이 공모가 산정에서 적용시킨 주가수익비율(PER)을 낮춘 결과였다. 지난해 미투젠은 비교기업 중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더블유게임즈, 웹젠의 PER을 적용해 도출한 PER 18.62배로 몸값을 책정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주가 상승으로 PER가 크게 오른 엔씨소프트를 제외하고 펄어비스, 더블유게임즈, 웹젠, 네오위즈, 액토즈소프트, 컴투스, 엠게임의 PER를 적용해 지난해보다 낮은 14.3배의 PER를 산출했다.

미투젠에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밸류에이션을 조정한 배경으로는 안정적인 공모자금 조달이 꼽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IPO 철회 당시 파악한 기관 투자가들의 분위기를 통해서 이번에 밸류에이션을 산정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만큼 지난해 수요예측 흥행 부진이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투젠 관계자는 밸류에이션 조정에 대해 “지난해보다 상황이 더 좋아졌지만 자금을 안정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SK바이오팜의 사례처럼 시장 친화적인 가격을 제시했다”면서도 “희망 공모가 상단을 기준으로 보면 예상 공모자금은 지난해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투젠은 오는 30~31일 수요예측을 거쳐 공모가를 확정하고 다음달 5~6일 일반 청약을 실시할 계획이다. 다음 달 중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상장 주관사는 미래에셋대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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