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항공 파산 시 보유하고 있던 슬롯·운수권 국토부서 회수
프라임 시간대 인천공항 슬롯 포화상태···이스타항공 보유 슬롯 ‘매력적’
수익 높은 부산~싱가포르 운수권 관심···진에어·에어부산 가능성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대기중인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 제주항공은 전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맺고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 절차에 돌입했다.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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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타항공 파산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경쟁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이스타항공의 슬롯과 운수권 향방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인천·김포·김해·제주 등 주요 공항 슬롯의 경우 대부분 포화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이스타항공이 갖고 있던 선호시간대 슬롯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공항 슬롯은 항공사가 정부로부터 특정 항공편이 운항될 수 있도록 허가받은 시간대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과의 인수합병이 최악의 사태로 흘러가 이스타항공이 사업을 접을 경우 보유하고 있던 슬롯과 운수권은 국토교통부가 회수해 추후 재분배하게 된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항 슬롯은 항공사가 보유하고 있다는 개념보다는 국토부에서 항공사에 기득권을 분배했다고 보는 것이 옳다”면서 “항공사가 망하게 된다면 슬롯기득권이 상실되기 때문에 자동으로 국토부에 회수되며, 상황에 따라 국적항공사나 외항사에 분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LCC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이스타항공의 인천공항 슬롯이다. 에어포탈에 따르면 지난해 인천공항 이용객은 7085만명으로 전체 여행객(1억2428만명)의 57%를 차지했다.

인천공항 슬롯의 경우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슬롯이 꽉 차 있는 상황이다. 항공사들이 신규 노선에 취항하려고 해도 슬롯이 부족하기 때문에 새벽시간대가 아니고서는 비행기를 띄울 수 없다.

일명 프라임 시간대로 알려진 오전 7~10시, 오후 6~10시 사이에 이스타항공은 인천~다낭, 인천~간사이, 인천~후쿠오카, 인천~홍콩, 인천~코타키나발루, 김포~제주 등 인기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해당 노선들은 연 200만명 이상 여행객이 이용하는 만큼 수익이 보장된 곳이다.

운수권의 경우 동남아, 일본 노선은 항공자유화 지역이기 때문에 슬롯에 비해 매력은 떨어진다.

다만 부산~싱가포르 등 이스타항공이 보유하고 있는 특정 지역 운수권은 얘기가 다르다. 부산~싱가포르 노선은 운수권 배분 이전부터 국내 LCC들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던 곳이다.

지난해 2월 국토부는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에게 각 주 7회씩 부산~싱가포르 운수권을 배정했다. 이스타항공은 해당 노선 취항 준비를 위해 보잉사의 ‘B737 맥스8’ 항공기를 도입할 정도로 애정을 쏟았다. 그 전에도 꾸준히 부정기편을 운항하며 운수권 배정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지난해 부산~싱가포르 노선 이용객은 8만3761명을 기록했다. 이는 부산~오키나와(9만5189명) 노선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이스타항공이 작년에 사실상 해당 노선을 거의 운항하지 못했으며, 제주항공도 7월부터 노선을 운영한 점을 감안하면 높은 수치다.

부산~싱가포르 노선이 재분배될 경우 진에어가 가져갈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노선은 비행거리 4700㎞, 운항시간은 6시간가량이 소요돼 기존 LCC가 보유하고 있던 ‘B737-800’ 기종으로는 한계가 있다. 제주항공은 B737 기종으로 작년에 싱가포르 노선을 운항했으나, 연비 문제로 인해 좌석을 189석에서 174석으로 줄여 운영했다.

진에어는 이보다 큰 중대형기인 ‘B777’을 4대 보유하고 있다. B737보다 운항거리가 2배 가까이 길기 때문에 싱가포르 노선을 운항하는데 문제가 없다. 에어부산 또한 올해 에어버스 차세대 항공기 ‘A321LR’과 ‘A321네오’를 도입해 싱가포르 노선 운항이 가능하다.

이스타항공 슬롯과 운수권은 기존 항공사 뿐 아니라, 새로 진입하는 항공사에게도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해 신규 운수면허를 받은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현재 운항증명(AOC)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당초 업계에선 두 항공사가 AOC 허가를 받더라도 남는 슬롯이 없기 때문에 수익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만일 이스타항공 파산으로 노선 및 운수권을 재분배해, 이를 취득하게 되면 사업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LCC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이 기존에 갖고 있던 슬롯 중에 매력적인 시간대가 많아 관심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며 “시간대에 따라 같은 노선이라도 항공권 가격 차이가 크기 때문에 프라임 시간대 슬롯은 수익성과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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