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이노베이션’ 신설···“전기차시대 접어들면 기존 완성차공장 상당부문 변화”
조직구성 과정서 철저한 기밀유지···“그룹 미래전략수립 원천 될 것” 해석도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그래픽=시사저널e DB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그래픽=시사저널e DB

현대자동차그룹이 차세대 스마트공장 개발조직인 ‘SF이노베이션 센터’를 신설키로 한 사실이 확인됐다. 완성차 패러다임의 변화에 발맞춰 미래시장에 대응하겠다는 취지다. 회사 안팎에서는 단순한 연구기관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 내다본다. 그룹 미래전략 수립의 원천조직이 되지 않겠느냐는 해석이다.

9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해당 조직을 신설하고 인원 충원에 나섰다. 완성차뿐 아니라 제조업 전반의 인재들을 대상으로 영입에 나섰다. 신입·경력직 공개채용에도 나선 것으로 확인된다. 이달 들어 인재영입을 본격화 한 상태지만, 해당 조직이 어떤 업무를 수행할지 여부에 대해선 함구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극비에 부쳐진다는 후문이다.

SF이노베이션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에 둥지를 틀었다. ‘SF’란 ‘스마트공장(Smart Factory)’을 의미한다. 스마트공장은 디지털 자동화 솔루션이 결합된 생산시설이다. 공장 내 설비와 기계에 사물인터넷(IoT)을 설치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자체적으로 이를 분석해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시설이다. 최근 제조업 전반에 확산되는 추세다.

현대차 관계자는 “전기차 시대로 접어들수록 완성차 공정에서도 상당부문 변화가 있을 것”이라면서 “어떤 변화가 있을지 구체적으로 예단하기 이르지만, 이를 대비하기 위한 조직의 필요성이 제기돼 SF이노베이션 센터가 마련됐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는 “스마트팩토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장동향 수집을 비롯한 다양한 업무를 처리하게 될 것”이라 덧붙였다.

SF이노베이션 센터를 두고 회사 측은 “단순한 조직일 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인원충원 역시 대대적이란 표현이 어울리지 않다고 설명했다. 미래를 준비하는 과정의 일환일 뿐이라는 의미였다. 회사 안팎의 목소리는 다소 온도차가 있었다. 단순한 역할 이상을 하게 될 것으로 내다보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미래전략수립의 원천이 될 것이란 전망도 있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회사 내에서도 연구직 등 일부만이 알고 있을 정도로 비밀리에 추진돼 온 조직”이라면서 “기밀유지 차원에서 구체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그룹 내에서 단순한 조직 이상의 역할을 하게 될 것임에는 틀림없다”고 귀띔했다. 최근 잇따라 선보인 연구기관 성격의 조직들과는 차이가 있다는 의미였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전동화·자율주행·전기차·수소차 등을 바탕으로 미래 완성차 시장의 리더십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배터리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들의 총수들을 잇달아 만난 것도 이 때문이었다. 모빌리티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배터리 업체들과의 협력을 다지기 위함이었다.

정 수석부회장은 최근 2개월 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등과 차례로 만났다. 장소는 삼성SDI·LG화학·SK이노베이션 등의 배터리 생산라인이었다. 국내 유일의 완성차 업체 총수와 글로벌 시장에서 약진하는 배터리 빅3 그룹 총수들 간 연속회담은 공교롭게도 재계 1~4위 총수들 간 회동이었다는 점에서 상당한 관심을 얻었다.

이처럼 정 부회장은 최근 내연차에서 전기차 그리고 미래 모빌리티 진화로의 패러다임 변화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내놓고 있다. 현대·기아차 전용 전기차 플랫폼 ‘E-GMP’ 개발에 성공했으며, 오는 2028년에는 이른바 ‘플라잉카’라 일컬어지는 도심형 개인비행체를 세계 최초로 서울 상공에 띄우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이 향후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으로 변모하게 될 것이라 지속적으로 강조해 왔다”며 “이 같은 관점에서 보면 신설된 SF이노베이션 센터는 차세대 모빌리티 전용 스마트공장 개발뿐 아니라 다양한 미래전략 수립의 전진기지가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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