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미주·유럽 등 수익성 높은 노선 다수 보유···슬롯도 매력적
이스타항공, 제주항공과 겹치는 노선 많아···인수 시 ‘하이 리스크-로우 리턴’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매각작업이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시아나는 기업결합신고를 마무리 짓고 재협상을 시작하게 된 반면, 이스타항공은 오는 15일까지 800억~1000억원 상당의 채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계약이 물거품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에 직면했다.

업계에선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 항공산업이 최악의 위기를 겪으면서, 두 항공사의 인수합병 작업이 모두 무산되는 거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불거졌다. 1분기 국내 대형 항공사(FSC) 2곳과 저비용항공사(LCC) 4곳 등 총 6개 항공사는 4200억원 상당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당기순손실은 1조5000억원에 달한다. 2분기에도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며 적자폭은 더 커질 전망이다.

1분기 아시아나는 2081억원, 이스타항공은 359억원 적자를 냈다. 두 항공사 모두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부채비율이 급등해 인수자인 HDC 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의 부담이 커졌다.

다만 매각 작업이 막바지에 접어들면서 양 측은 서로 미묘하게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HDC 현산은 지난 3일 주요 국가에서 아시아나 인수 기업결합신고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이어 “다른 선행 조건이 동시에 충족되면 거래 종결 의무가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인수를 재점검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만큼, 산은 측과 완만한 협의가 이뤄질 경우 인수작업에 다시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당초 HDC 현산은 코로나 기간에도 아시아나 인수에 대한 강한 의지를 계속 보여왔다. 업계에서 매각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와도 현산은 인수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업계에선 이같은 현산의 반응에 대해 코로나 사태가 잠잠해진다면 아시아나가 충분히 회복할 수 있다는 믿음이 뒷받침 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작년 말 기준 항공기 86대를 보유했으며 국제선 74개, 국내선 11개 노선을 운영하는 국내2위·전세계 30위권의 항공사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함께 미주, 유럽, 대양주 등 수익이 높은 중장거리 노선을 보유하고 있다.

이용객이 많은 시간대의 공항슬롯(시간당 항공기 이·착륙횟수)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같은 노선을 운항하더라도 슬롯 시간대에 따라 탑승객 숫자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항공권 가격 역시 저녁 시간 등 선호도가 높은 때가 더 비싸다.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는 코로나 사태만 끝난다면 수익 회복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면서 “항공산업 특성상 자본만 갖고 성공할 수 없으며, 공항슬롯과 운수권 등이 중요한데 아시아나는 이 분야에 있어 충분한 매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이스타항공은 부채가 높아진 상황에서 제주항공이 인수하기에는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

두 항공사간 겹치는 노선이 많은 것도 걸림돌이다. 지난 3월 기준 두 항공사가 운항했던 국제선 노선(코로나19로 비운항 중인 노선 포함)은 제주항공 82개, 이스타항공 34개 노선이다. 이 중 두 항공사가 공동으로 운항 중인 노선은 20개로 이스타항공 국제선 중 58%가 중복 노선이었다. 겹치는 노선이 많기 때문에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을 인수하더라도 기대보다 규모가 커지긴 어려운 상황이다.

또 제주항공 역시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타격을 입으며 이스타항공을 인수할 여력이 부족해졌다. 지난 1분기 제주항공은 연결기준 657억원의 손실을 기록해 적자전환했다. 작년 연간 적자(328억원)의 2배다. 여기에 제주항공은 유동성 위기 극복을 위해 1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기도 했다.

변수는 정부 지원이다.

앞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3일 채형석 애경그룹 부회장과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만나 “명확한 인수 의지를 보일 경우 관계부처와 긴밀히 협의해 정부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업계에선 제주항공이 인수합병을 재개할 경우 1700억원 외 추가 지원이 이뤄지도록 산은과도 조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지원책을 강하게 밀어붙이자 제주항공도 난감한 입장이다. 정부의 추가 지원을 받을 경우 특혜 시비가 일어날 수 있으며, 인수를 포기하자니 현 정권과의 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항공업계의 경우 국토부에서 항공기, 노선, 운수권 등 핵심 부문을 모두 관할해 권한이 막강한 만큼 미래를 생각한다면 정부 측 의견을 무시하기 힘들다.

한편 제주항공은 이르면 7일 이스타항공 인수합병과 관련된 입장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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