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 책임, 국제적 규범화’ 확산···EU 등, 경영 투명성 확대 기조 거세
韓 기업 59% “CSR 평가 인증 자료 중복” 애로···국회입법조사처 “인증 주목, 법적 근거 필요”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공공부문의 추진 전략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1차 혁신성장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공공부문의 추진 전략을 논의했다. /사진=연합뉴스

EU(유럽연합) 등 세계 주요국과 국제기구들이 이른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을 제도화하는 기조를 강화하면서, 대외 수출 교역 비중이 큰 우리나라도 국내 CSR 관련기업의 애로사항을 해소하는 한편 인증 제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30일 배포한 ‘CSR에 관한 국내·외 논의 동향과 향후 과제’ 보고서에서 “국제표준화기구(ISO)가 지난 2010년 사회적 책임 국제표준인 ISO26000을 결정한 후 CSR 제고를 위한 규범화 움직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면서 “CSR 인증이 국제무역의 조건으로 제도화될 경우를 이는 새로운 비관세 장벽으로도 작용할 수 있어 우리 수출 기업들의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은 기업이 이윤 추구를 넘어서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책임을 말한다. CSR은 △경제적 책임 △법적 책임 △윤리적 책임 △자선적 책임 등 네 가지로 구분된다.  

CSR은 최근 들어 기업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면서 사회적인 요구도 전략적으로 추구하는 공유가치 창출(Creating Shared Value) 개념으로 확장되고 있다. 또 환경과 복지 등 공동체 사회 현안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기업에 투자하는 ‘착한 투자’인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ment)로도 논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CSR은 1990년대부터 국제연합(UN),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등 국제기구와 국제투명성기구(TI) 등 NGO(비정부기구)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 후, 2010년 ISO가 국제 표준화 규격인 ISO26000을 발표하면서 구체적인 행태를 갖게 됐다. 

이후 유럽과 아시아·태평양지역 국가를 중심으로, 비(非)재무 정보인 ESG(환경개선, 사회책무 이행, 건전한 지배구조 정착) 등을 의무 공시하는 것을 강화하는 법제화가 이뤄지고 있다. 

EU는 이미 지난 2014년 종업원 500인 이상 기업의 비재무 정보 공시 의무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EU뿐만 아니라 그 외 지역 협력기업으로까지 경영 투명성 요구를 확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도 2003년 이후 ‘산업발전법’ 제18조를 근거로 지속가능경영 실태조사(KoBEX SMTM)을 실시한 후, 2013년 5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자본의 변동에 대한 주요 사항을 의무 보고하도록 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 제재 외 과징금을 부과하는 등 시장 투명성을 높이는 추세다.

이외에도 2017년 3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지배구조 핵심원칙’ 10개 항목에 따른 기업정보 공시를 의무화하는 한국거래소 규정을 개정하는 한편, 올해 1월 15일 정부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공공부문의 추진 전략’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전략에는 사회적 가치 실현의 비전과 추진 전략을 제시하고 공공기관 운영방식의 개선과 세부과제를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CSR의 국내외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커지는 추세이지만 개념과 자율성 여부, 인증 체계 등을 두고는 다양한 논쟁들이 존재한다고 국회입법조사처는 소개했다.

/출처=국회입법조사처
/출처=국회입법조사처

국회입법조사처는 “CSR의 개념은 단일하지 않고 가변적인 속성을 지녀 구체적 이행을 앞두고 각기 다른 역사와 문화적 맥락을 가진 국가나 국제기구 간 통일된 의견을 갖기 어렵다”면서 “윤리적 책임과 자선적 책임은 규범화해 강제성을 부과할 경우 양적으로는 CSR이 제고되더라도 질적 제고 측면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이 발생할 우려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럽이나 경제규모가 큰 선진국의 경우 기부문화가 활성화한 측면으로 인해 개도국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기부문화가 저조한 선진국 중소기업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 CSR 인증 체계가 전 세계적으로 통일적으로 갖춰지지 않은 것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018년 12월 국내 120개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중복응답) 결과, CSR 평가 도입과 관련한 애로사항으로 절반 이상인 59% 기업이 ‘서로 다른 인증과 중복 자료를 요구’하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어 ‘영업비밀 등 과도한 정보 요구’는 47.5%, ‘비용 부담’은 41%로 조사됐다. 

이에 따라 국회입법조사처는 CSR과 관련한 정책 수요를 ‘인증 문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우리나라도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CSR 관련 인증제도를 신설하고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신설 제도는 해외의 다양한 인증과 호환이 가능하고 기존 제도를 활용·연계할 수 있도록 CSR 플랫폼을 구축·개설해 다양한 분야의 인증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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