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수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글로벌 VC파트너·임정욱 TBT 공동대표·타케베 에이카 코로프라넥스트 심사역 '한미일 스타트업 생태계' 발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한 2020년, 한·미·일 스타트업 생태계는 어떻게 흘러갈까.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은 원격근무나 원격학습, 디지털 헬스케어를 유망 산업으로 꼽았다.

◇ 미국 실리콘밸리, 초기 투자 여전‧후기 투자는 감소···디지털 사업 한국 기업도 기회 있어

김범수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글로벌 VC파트너는 25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생태계컨퍼런스2020’에서 “최근 미국은 코로나19와 대통령 선거 등을 앞두고 열악한 환경을 맞고 있다”며 “(젊은 층은)명문대에서 쫓겨나거나 학교를 못가는 등 상대적 빈곤을 경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파트너는 “미국 실리콘밸리는 역사가 오래됐다. 2000년 버블경제, 2008년 금융위기도 결국 극복했다”면서 “사실 벤처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펀딩 거품이 빠져서 현실적으로 금액이 설정됐다. 투자자는 이 때가 기회가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올해 3월까지는 평소와 다름없는 투자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세마트랜스링크는 미국에서 2년간 16개 회사에 투자하는 초기 기업 VC다.

김 파트너는 “4월부터는 투자 건수 금액이 모두 감소 추세다. 엔젤이나 시드 단계는 아직은 괜찮은데 시리즈 B, C 등 기업가치 높은 기업들은 투자 감소추세다. VC펀드 결성 금액도 부진한 편이다. 5월에 상장이 줄어들었다”며 “지금같은 불황이 계속되면 VC펀드 결성이 쉽지 않을 수 있다. 부익부 빈익빈이 심한데, 이미 자리잡은 VC는 펀드 결성 쉽지만 신생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김 파트너는 코로나19 사태 계속된다면 결국 미국 스타트업 초기 투자도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후속 투자유치 불확실성이 엔젤 시트 초기투자자들의 심리를 위축시킬 것이라는 것이다. 현재 VC들은 남은 펀드 자금으로 초기 기업에 투자 중이다.

김범수 세마트랜스링크인베스트먼트 글로벌 VC파트너는 코로나 이후 주목할만한 산업 분야로 ▲원격근무 ▲원거리학습 ▲원격의료를 꼽았다. / 이미지=생태계컨퍼런스2020

코로나 이후 주목할만한 산업 분야로는 ▲원격근무 ▲원거리학습 ▲원격의료가 꼽혔다. 국내 스타트업들 지리적 위치에 영향을 받지 않고 미국 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 김 파트너는 강조했다. 다만 영어 소통 능력 향상, 해외 프로젝트 진행 방법 도입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파트너는 “구글, 트위터, 페이스북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확대했다. 그러나 젊은 엔지니어들도 오랜기간 혼자 일하는 것은 싫어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하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고민해야 한다”며 “재택근무는 맞벌이 부부 육아 문제나 동기부여나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화상회의 효과도 떨어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한 제품이나 서비스가 주목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파트너는 “미국에서도 휴교 중이다. 기존에 갖고 있던 전통교육 시스템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다. 온라인 수업은 그동안 교재였다. 지금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지만 어린 아이의 경우 부모의 책임감이 크다. 효율성이 떨어진다. 규칙적으로 온라인 수업을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가 나오지 않을까”라며 “한국에서는 정치적 문제가 엮여있지만 원격진료도 많이 보편화되는 추세다. 코로나 사태는 원격진료의 성장을 가속화했다. 코로나 바이러스 시대가 사라져도 원격진료 트렌드가 유지되지 않을까”고 덧붙였다.

◇ ‘민간 벤처투자’에 힘 실은 한국‧‘규제완화’나선 일본

임정욱 TBT공동대표가  25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생태계컨퍼런스2020’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임정욱 TBT공동대표가 25일 서울 강남구 세텍(SETEC)에서 열린 ‘생태계컨퍼런스2020’에서 강연을 하고 있다. / 사진=차여경 기자

이날 임정욱 TBT 공동대표는 지난 10년간 국내 벤처투자금액이 4배, 투자 업체 수는 2.9배 늘었다고 밝혔다. 중소벤처기업부 통계에 들어가지 않는 신기술조합 투자금액을 합산한다면 10년 전에 비해 5배 이상 늘었다. 특히 이명박 정부 때 벤처투자 비중은 9%에 그쳤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는 30%에 육박한다.

임 대표는 “한국은 GDP대비 벤처투자 비중이 4~5위권이다. 10억원 이상 투자받은 스타트업은 올해 6월 기준 736개, 100억원 이상 투자받은 기업도 240개사, 1000억원 이상 투자받은 기업도 17개사다”라며 “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을 달성한 유니콘 기업들도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대규모 M&A도 있었다. 미국 코그넥스에 2300억원에 인수된 수아랩과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에 5조원 규모로 인수된 배달의민족이 대표적이다. 매출 5000억원을 달성한 빅히트, 마켓컬리, 해외진출을 잘 하고 있는 핑크퐁 스마트스터디도 성공사례로 꼽혔다.

다만 코로나 19로 인해 국내 스타트업도 타격을 받았다. 임 대표는 “미국, 일본, 중국, 유럽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타격이 적지만 여행 O2O(온오프라인연계서비스) 스타트업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해외여행 관련 스타트업들은 비즈니스가 거의 정지 상태”라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하지만 1~3월 1분기 벤처투자는 4%정도만 줄어들었다. 큰 타격은 없었다. 굵직한 주요 투자소식도 있었다. 150억원~2000억원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며 “희망적인 것은 코로나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보고 있는 창업자들이 있다. 의료, 교육, 소비 산업이 기회를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임 대표는 “K방역의 배경에 있는 바이오 회사와 디지털 헬스케어, 온라인 교육 등이 주목을 받을 것”이라며 “쿠팡, 마켓컬리, 비마켓 등 신선식품 플랫폼의 부상으로 푸드영역에서의 새로운 사업이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기반 사업과 적응력이 뛰어난 기업이 코로나 사태에도 살아남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타케베 에이카 코로프라넥스트 심사역은 일본 스타트업 생태계가 규제 완화로 인해 급격히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프라넥스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본 투자금액 비율은 VC의 비중이 46.4%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반법인은, 금융기관, 해외기업 순이었다. 다만 투자유치 기업 수와 투자유치 금액은 지난해에 비해 올해 절반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이카 심사역은 “최근 일본은 오픈 이노베이션 촉진 세금제도를 통해 대기업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일반 기업, 중소기업의 스타트업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며 “이 제도는 설립 10년된 CVC가 스타트업에 10억원 이상 투자 시 25% 법인세 소득공제를 해준다. 10억원을 투자한다고 하면 2억5000만원 정도 법인세 감면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에이카 심사역은 “네이버 라인과 카카오가 일본에서 굉장히 성공했다”며 “이외에도 일본에서 라고 있는 기업들이 있다. 스푼라디오는 일본 앱스토어 1위를 하고 있다. K패션인 D홀릭. ppb스튜디오와 성형앱 강남언니는 일본판을 출시하기도 전에 일본 언니들에게 먼저 인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에이카 심사역은 “대부분 일본에서 인기를 얻는 기업들은 콘텐츠, 뷰티 쪽이다”며 “이들이 일본에서 인기를 얻는 이유는 현지화다. 일본을 잘 아는 사람들을 채용하고 일본 시장을 잘 공략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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