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희소성, 공급물량 축소 우려감에 통장 사용 15만9000여건

올 상반기 서울 분양시장에 역대급으로 많은 청약통장이 몰렸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올 상반기 서울 분양시장에 역대급으로 많은 청약통장이 몰렸다.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올 상반기 청약시장에 1순위 청약통장이 역대급으로 몰렸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관리지역인 서울의 분양가를 인근 시세대비 수억 원 낮게 누르면서 당첨되면 수억 원의 차익이 생기는 로또청약이 유행처럼 번진 영향이다. 여기에 갈수록 공급물량이 축소될 것으로 전망되는 시장 환경도 청약통장 사용에 한 몫 했다. 업계에서는 하반기에도 청약쏠림이 심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5일 한국감정원 청약홈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하루 전인 24일까지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에 1순위 청약 통장은 15만9003개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이래로 최대치다. 서울 청약시장에는 지난 2018년 상반기 11만9030개가 몰리며 처음 10만개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 상반기 8만551개로 줄어들었다. 그러다가 올해 상반기 다시 10만 건을 넘는 기록은 물론, 15만 건까지도 넘어선 것이다.

이는 시세 대비 분양가가 낮은 로또 청약에 대한 기대감과 공급부족 우려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의 주택시장의 시세는 신축이 주도하고 있다. 신축아파트 선호현상이 지속되면서 신축과 구축의 가격 차이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일례로 서초구 반포동 반포미도2차 전용 59㎡의 시세는 16억 원 안팎에 형성돼있지만, 약 1킬로미터 떨어진 입주 2개월차 신반포센트럴자이 동일평형은 23억 원 수준인데다 매물도 거의 없다. 희소성 때문에 대기수요는 많아도 매물이 없는 품귀현상이 빚어지는 것이다. 청약통장을 사용해 당첨된다면 최소 5억에서 최대 10억까지 차익을 챙길 수 있다. 이달 초 청약일정을 진행한 르엘 신반포 파크애비뉴 분양가가 11억 원 대였는데, 앞서 언급한 주위 신축 시세는 23억 원 수준이다.

때문에 청약경쟁률도 나날이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서울은 투기과열지구에 속해 최고 강도의 규제를 적용 받고 있음에도 100대 1의 높은 청약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르엘신반포 파크애비뉴(98가구 공급)와 지난달 분양한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326가구 공급)에는 각각 1만1205명, 3만1277명이 몰리면서 각각 114.3대 1, 95.9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청약 당첨 가점 역시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 청약 시장은 강남권이 아니더라도 가점이 최소 50점대는 돼야 명함을 내밀 수 있을 정도로 눈높이가 높아졌다. 동작구 흑석리버파크자이의 평균 청약 당첨 가점은 68.9점으로 나타났으며, 양천구 호반써밋목동도 66.5점을 기록했다. 또한 지난 15일 1순위 접수를 받은 상도역 롯데캐슬의 평균 청약 당첨 가점도 54.86점에 이르렀다.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통장 추이 / 자료=한국감정원
서울 아파트 1순위 청약통장 추이 / 자료=한국감정원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 청약경쟁률은 더욱 치열해질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6·17 부동산 대책만 봐도 갭투자 등에 대한 규제만 있을 뿐 서울의 청약과 관련된 직접적인 규제는 없다. 되레 이번 대책의 정비사업 규제 정비로 공급 감소에 힘이 실릴 예정이다. 현재 재건축 사업에서는 거주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소유자에게 조합원 자격요건이 부여된다. 이 조건이 2년 이상 거주기간을 채운 조합원만 분양권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이는 곧 재건축 사업을 더디게 하는 요소이자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공급부족은 신축 희소성을 부각시키고 주택시장 내 청약쏠림 현상을 더욱 유발한다.

여기에 9월부터는 서울, 수도권 재개발 아파트의 임대 주택 의무 공급 비율이 최대 30%까지로 늘어난다. 현재 재개발 단지는 사업의 공공성 때문에 임대주택을 의무적으로 지어야 하며 재개발 단지 전체 주택 대비 15% 내로 설정하고 있다. 이 비율은 최대 30%로 늘어난다. 이 방안이 실시되면 임대주택을 많이 짓는 만큼 일반 분양 물량이 줄어 수익성이 떨어지고, 수익성 하락에 따른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롯데건설은 노원구, 강북구, 광진구 등에서 분양을 앞뒀다. 노원구에서는 7월 노원구 상계동 95-3번지 일원에 짓는 노원 롯데캐슬 시그니처를 분양할 예정이다. 상계뉴타운에 공급되는 첫 번째 롯데캐슬 브랜드 단지로 지하 3층~지상 29층, 10개동, 전용면적 21~97㎡, 총 1163가구 가운데 721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 비슷한 시기 강북구에서는 길음역세권 재개발을 통해 길음역 롯데캐슬 트윈골드를 분양할 예정이다. 광진구 자양동에서도 롯데캐슬 리버파크 시그니처를 분양한다. 단지는 지하2층~지상 35층, 6개동, 총 878가구로 구성되며 이 가운데 482가구를 일반에 공급한다.

SK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컨소시엄은 8월 은평구 수색동 341-6번지 일대에 수색13구역(가칭)을 분양할 예정이다. 단지는 전용면적 38~120㎡, 총 1464가구 규모인데, 이가운데 176가구가 일반에 분양될 계획이다. 중흥토건은 7월 강동구 천호동에서 천호1도시환경정비사업을 통해 강동 중흥S-클래스 밀레니얼을 분양한다. 단지는 전용면적 25~138㎡, 총 999가구 규모이며 이중 626가구가 일반에 분양된다.

리얼투데이 관계자는 “서울에서 청약통장, 경쟁률, 청약 당첨 가점 모두 역대급 수치를 보이기 때문에 당분간 이같은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하반기 공급되는 단지 관심도가 높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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