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 CVC 제한적 허용방안 논의···스타트업 업계 "대기업 M&A나 대규모 투자 어려운 국내 환경 상 CVC 허용해야"
"투자 포트폴리오·특수관계 거래 등 공시의무 명시해 CVC 투명성 강화"

표=이다인 디자이너
/ 표=이다인 디자이너

대기업이 출자하는 기업주도벤처캐피탈(CVC)이 제한적으로 허용될지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해 안전장치를 둔 CVC 허용안을 논의 중이다. 벤처업계에서는 데카콘(상장 전 기업가치 10조원 이상) 기업을 만드는 대규모 투자를 국내에서 활성화 시키기 위해서는 CVC 빗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이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CVC의 비중이 점점 커지는 추세다. 2019년 기준 전세계 벤처캐피털(VC)투자의 30%는 CVC가 차지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유행하는 시기에도 CVC 투자 비중은 크게 비중을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에서는 미국 구글 벤처스, 중국 텐센트 CVC 등이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CVC가 벤처투자금을 운용 중이다. 국내 CVC는 한화 드림플러스, 롯데액셀러레이터, 카카오벤처스, 포스코기술투자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대부분 대기업들이 벤처투자 사업에 뛰어들면서 CVC나 액셀러레이터 설립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행 공정거래법 상 국내에서는 대기업 일반지주회사가 CVC를 보유할 수 없다. 이는 고객이 금융사에 맡긴 돈으로 계열사를 지배하는 것을 막기 위한 금산분리의 원칙 때문이다. VC도 금융업으로 규정한 것이다. 특히 대기업이 CVC를 통해 문어발식 확장을 할 수도 있다는 점, 벤처투자를 위한 자금이 대기업이 재벌가 자금 세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들이 CVC의 허점으로 거론돼왔다.

국회에서도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CVC 허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통과되지 못했다. 김 의원은 “일반지주회사들의 금융사 보유로 인한 사금고화 가능성 등 부작용의 우려는 낮아졌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법 사례와 같이 관련 법제의 정비로 통제가 가능할 것”이라며 “여전히 CVC는 금산분리의 원칙의 프레임에 갇혀 제 역할을 못하게 된다”고 발의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이제 CVC의 제한적 허용이 가능해질 예정이다. 이달 초 정부는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대기업 지주회사의 CVC 제한적 보유 허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기획재정부와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는 7월 중 CVC에 대한 제한적 허용 방법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는 대신 자금 조달 방식 등에서 100% 모기업 자본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를 마련한다고 알려졌다.

벤처업계에서는 CVC를 제한적으로 허용해야만 시리즈C 이상 대규모 투자가 국내에서도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국내에서는 대부분 투자 스타트업 초기~중기에 몰려있고 유니콘(상장 전 기업가치 1조원) 스타트업을 탄생시킨 투자자들은 대부분 외국 자본이었다.

VC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기업회수(EXIT)을 하기 위해서는 외국 자본 투자나 해외 진출이 필수가 됐다. 사실상 국내 CVC는 미국, 중국과 다르게 대규모 투자를 할 수가 없다. CVC의 자본을 활용해 국내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한다면 데카콘 기업까지 만들 수 있다”면서 “CVC가 허용된다면 대기업의 기술탈취 등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도현 국민대학교 교수는 지난 11일 국회 ‘기업주도 벤처캐피탈 활성화 토론회’에서 “일반지주회사가 아닌 대기업 계열사가 벤처투자를 할 경우 관련기업과의 협업이나 인수합병(M&A)사례는 줄어들고 투자기간이 계열사 임원 임기에 맞춰 애매해진다”라며 “이미 있는 제도인 벤처지주회사는 펀드 결성이 불가능해 포트폴리오 투자나 투자전문가 유치 등 VC의 모험감수 투자가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국내 대기업의 디지털 경제 전환율은 낮은 편이라 CVC규제가 계속되면 해외 기업의 국내 생태계 잠식 위험이 커진다”면서 “CVC를 허용하면서 동시에 공정거래에 대한 법과 제도를 명확히 하고 투자 포트폴리오, 특수관계 거래 등 공시의무를 명시한다면 투명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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