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위사업 따라 온도차 커···주5일 도입당시 견줘보면 노동계 내부도 마찬가지
“獨에선 제조사도 도입···전 세계적 흐름 거스를 수 없지만 숙고과정 거쳐야”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주4일 근무제’ 도입을 놓고 각계의 공론화가 점화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실제 도입에 이르기까지 장시간 소요되고 각계의 반발에 따른 진통이 있을 것이라 지적하면서도, 국내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필요성이 속속 제기되고 있어 점진적인 변화는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다.

화두는 더불어민주당 김진표 의원이 던졌다. 2003년 참여정부 당시 경제부총리로 재임하며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1993년 김 의원이 주5일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래 10여 년이 지난 뒤에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공공기관과 공·대기업 및 금융권 등을 중심으로 시작된 이래 3~4년 뒤에는 중소기업들까지 주5일제를 채택했다.

최근 김 의원은 본인 의원실 보좌진들에게 4주에 한 번씩 주4일 근무제를 도입하겠다고 알렸다. 내년부터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해질 경우 격주로 주4일 근무제를 확대·도입하겠다는 방안도 검토할 계획이다. 고된 업무강도에 노출된 보좌진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바탕으로 향후 사회전반에 주4일 근무제 도입의 필요성을 설파하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재계도 술렁이고 있다. 업무량이 기존과 동일하다는 전제 아래, 하루의 추가 휴일을 직원들에 부여해야하기 때문이다. 주4일 근무제가 도입될 경우 인력증원 등이 불가피하고, 이에 따른 비용지출을 감내해야 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확산 등으로 일부 업체들을 중심으로 주4일 근무제가 한시적으로 도입됐으나 이와는 다른 의미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실시된 주4일 근무제의 경우 경제활동 둔화에 따라 기업들의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인건비 등 고정비용 감축의 일환에서 실시된 한시적인 방책에 불과하다. 반면 향후 논의가 이뤄질 주4일 근무제는 근무방법 및 임금 등이 유지된 상태서 근무일수를 하루 조정되는 방식이다. 자연히 임금 등에서 기업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주4일 근무제 수용여부를 놓고 기업들 간 온도차 역시 상당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최근 뉴질랜드 총리는 “코로나19로 침체된 경제를 극복하기 위해 주4일 근무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휴일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촉진돼 내수를 부양할 수 있다는 의미다. 내수촉진 등의 효과를 위해 간헐적으로 임시공휴일이 제정됐던 것과 같은 이치다.

김주영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영위하는 사업의 형태에 따라 온도차가 클 것”이라며 “코로나19 확산 당시 재택근무 등이 가능한 업체들의 경우 주4일 도입이 용이하겠지만, 공장 가동을 멈출 수 없는 기업들이 이를 채택할기엔 상당히 어려워 보인다”고 시사했다.

제조업계 관계자는 “식품·유통·서비스 업종들의 경우 주4일 근무제 시행에 따른 인건비 등의 추가지출보다 매출증대에 따른 실익향상 효과가 크기 때문에 이를 반길 수 있다”면서 “공장가동을 24시간 이어가야 하며 고용효과가 커 인건비 부담이 높은 자동차·조선·철강 등 제조업계와 정유·석유화학 업계 등의 거센 반발은 불가피할 것”이라 시사했다.

이어 그는 “이들 산하의 중소·중견업체들의 불만도 폭증할 전망인데, 이들이 국내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전체적인 업황이 좋지 않다는 공통점을 지닌 만큼 정치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폭증될 것”이라며 “사용자뿐 아니라 노동자들 내부에서도 주5일제 당시 때처럼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주5일제 도입 당시에도 노동계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왔던 것이 사실이다. 노동시간 감소로 노동자들의 실익이 후퇴한다는 이유였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때와 비슷한 이치다. 주5일 근무제가 성공적으로 도입됨에 있어 역설적으로 IMF 경제위기가 도움이 됐다는 해석도 있다. 비정규직이 양산되며 기업들의 고용이 유연해졌다는 점이 이점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주4일 근무제 도입 과정에서 기업과 노동계의 협의와 논의는 불가피하다. 다만 주5일 근무제 도입 당시와 비춰보면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주장하는 현행 노동계의 중점사안과 괴리를 보일 수 있다.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앞두고 “경제가 망할 것”이라는 우려는 결과적으로 틀린 예측이 됐다. 주4일 근무제 도입 과정에서도 상당한 이견이 대두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독일 등 유럽뿐 아니라 미국·일본 등에서도 주4일 근무제를 채택하는 기업들이 속속 증가하는 추세이고 특히 독일의 경우 자동차 등 제조업체들도 이 같은 근무방식을 도입했거나 이를 고려 중”이라며 “시대적 요구와 흐름을 역행하긴 어려운데, 분명한 것은 주4일 근무제가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즉각적인 시행은 경제적 타격뿐 아니라 각계의 혼란을 야기하고 현재로선 예측 불가능한 부작용들을 속출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면서 “근무방법·시간 등의 개선과 같이 충분한 완충제들을 마련하며 장시간 숙고를 바탕으로 점진적으로 도입돼야 할 것”이라 언급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