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킬러 콘텐츠로 관심 받았지만 대중화 갈 길 멀어

이미지=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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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2019 기자간담회에서 “해가 바뀌고 5G 상용화가 눈앞에 닥쳤는데 기업, 개인 고객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부분이 AR과 VR이라고 보고 있다”며 “준비한 부분들로 최고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고 이 분야에서 LG유플러스가 단연 선도해나가는 것이 중요한 목표”라고 말했다.

이후 1년 6개월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5G 시대 AR과 VR 서비스 대중화를 체감하기 어렵다. 현재 통신 3사 중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 분야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은 LG유플러스다. 지난해 5G 상용화에 맞춰 VR·AR 콘텐츠를 제작하며 시장 확대에 나섰다. 다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수준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인다.

8일 LG유플러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만들어진 VR·AR 콘텐츠는 3000개가 넘는다. 콘텐츠 누적 조회수 역시 700만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4월 U+VR, U+AR 등 5G 전용 콘텐츠를 선보였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3000개라는 숫자가 많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전 세계적으로 봤을 때 이정도 콘텐츠를 보유한 곳은 LG유플러스가 유일하다”고 밝혔다.

VR은 특수한 기기를 통해 실제가 아닌 가상현실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을 통칭한다. AR은 실제 환경에 가상의 이미지를 결합해 추가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기술을 말한다. 두 기술 모두 5G 시대, 대표적인 킬러콘텐츠로 꼽힌다. 

◇VR·AR 시장 확대에 나선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VR·AR 콘텐츠로 중국과 홍콩 등 해외시장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10월 이동전화 가입자 3억2000만명을 보유한 차이나텔레콤과 VR·AR 등 실감형 5G 콘텐츠와 솔루션 협력을 체결한 데 이어, 지난 3월에는 홍콩 PCCW그룹과 제휴, 가입자 430만명의 홍콩 1위 통신사 홍콩텔레콤과 5G VR 콘텐츠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VR·AR 시장 확대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남성 매거진 지큐코리아(GQ KOREA)와 함께 AR 매거진을 국내 최초로 만들기로 결정했으며, 영상 콘텐츠 제작사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VR웹드라마, AR뮤직비디오 등을 공동제작하기로 했다. 아울러 오는 3분기에는 AR 글래스 제조기업인 중국 엔리얼과 손잡고 일반 소비자용(B2C) AR글래스를 세계 최초로 출시할 계획이다.

다만 지난 1년간 LG유플러스가 VR·AR 대중화에 성공했냐는 질문에는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사실 VR·AR의 경우 이미 나온지 상당히 오래된 기술이다. 특히 게임업계에서는 3~4년 전 이미 한차례 VR 광풍이 불기도 했다. 당시 중견 게임사들은 VR 시장 선점을 위해 VR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그러나 3~4년이 지난 지금, 대다수 게임사들은 VR 콘텐츠 개발을 중단했다. 대형 게임사들은 애초에 대중성 확보가 어렵다는 점에서 VR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도 않았다.

AR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2017년 모바일 AR게임 ‘포켓몬 고’가 출시되면서 한국에는 때아닌 AR 열풍이 분적이 있다. 이후 정부 기관을 비롯해 많은 산업군에서 AR 콘텐츠를 출시했으나 대부분 흥행에 실패했다. AR 글래스의 흥행 여부도 아직은 미지수다. 구글은 지난 2014년 구글 글래스 판매에 나섰지만 실패한바 있다. 미국의 과학기술 전문지 MIT테크놀로지 리뷰는 21세기 최악의 기술 중 하나로 구글 글래스를 꼽기도 했다.

◇비싼 전용 기기 구매할 이유 만들어야

VR·AR 대중화가 어려운 것은 콘텐츠 부족 문제도 있지만 기술적인 면이 크다. 우선 VR이 흥행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HMD(Head mounted Display) 보급이 우선돼야 한다. 그러나 HMD의 경우 높은 가격 등으로 인해 초기 보급에 사실상 실패했다. 그나마 보급형 모델인 삼성 기어VR이 스마트폰 구매자들에게 무료로 제공돼 어느정도 시장에 보급됐을 뿐이다.

북미 시장조사업체 슈퍼데이터에 따르면 2016~2018년 연도별 글로벌 HMD 판매량은 각각 592만대, 603만대, 389만대 수준이며 3년간 누적 판매량은 1600만대에 불과하다. 특히 2018년엔 오히려 역성장 했다. 

AR 역시 기술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제대로 된 AR 체험을 위해서는 VR과 마찬가지로 HMD가 필요한데, 그 가격 역시 만만치 않다. 현재 출시된 주요 AR HMD의 가격은 500~4950달러 수준이다. LG유플러스가 이번에 선보이는 AR 글래스의 경우 개발자 버전 가격은 499달러다. 아직 정확한 가격 정책은 나오지 않았지만 이번에 출시하는 소비자용 버전 역시 50만원대로 예상된다. 통신 요금과 결합할 경우 가격 할인이 진행되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좁은 시야각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시야각은 고개를 돌리지 않고 단순히 양쪽 시야를 돌리는 것만으로도 약 200도 수준이다. 현재 출시된 AR HMD의 최고 관측시야는 90도 수준으로 대략 한쪽 눈으로만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것과 유사한 수준이다. LG유플러스가 출시하는 AR 글래스의 시야각은 52도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모바일과 VR·AR 기술 자체가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VR·AR 콘텐츠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선 어느정도의 공간이 필요하다. 폐쇄적인 환경인 VR의 경우 말할 것도 없으며, AR 역시 안전하게 콘텐츠를 즐기기 위해선 안정된 공간이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해당 기술을 이동성을 강조한 모바일과 결합하다보니, 인기가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최근 5G 킬러콘텐츠로 VR·AR을 내세우고 있지만, 기술적 한계 등으로 대중화되기는 어려워 보인다”며 “VR·AR이 대중화되기 위해서는 HMD의 보급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높은 가격 등으로 현실화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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