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하나은행, 아프리카 신디케이션론 참여···우리은행, 독일 물류센터 인수 투자
현지 IB데스크, 역할 ‘톡톡’···“위기 타개할 정도는 아냐” 평가도

지난달 25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한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약 열흘만에 해외 IB사업에서 성과를 창출했다./사진=신한금융그룹
지난달 25일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한 MOU’를 체결한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약 열흘만에 해외 IB사업에서 성과를 창출했다./사진=신한금융그룹

코로나19의 영향으로 국내외 소매금융 영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권이 해외 IB(기업금융)사업을 통한 탈출구 모색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인해 해외 인프라 사업도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국내 시중은행들은 해외 IB데스크 등을 활용해 최근 잇따라 가시적인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향후 각 은행들은 신남방정책, 언택트 등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들을 바탕으로 해외 IB사업을 지속 강화할 방침이다. 다만 글로벌 경제 침체 국면에서 해외 IB사업만으로는 현 위기상황을 타파하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지난 4일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10억달러 규모의 아프리카 수출입은행(Afrexim Bank) 신디케이션론에 참여하는 금융약정을 체결했다. 신디케이션론은 두 개 이상의 은행이 차관단이나 은행단을 구성해 공통의 조건으로 일정금액을 융자해 주는 중장기 대출로 전통적인 은행대출업무와 투자은행의 인수업무기능이 융합된 융자형태다. 이번 금융약정은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의 ‘글로벌 협력 MOU’ 체결 이후 첫 결과물로도 큰 주목을 받았다.

하나은행은 최근 우리은행과도 합작품을 만들어냈다. 지난 4월말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경찰공제회 등은 독일의 거점 물류센터 3곳을 인수하기로 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은 외화펀드로 159억원을 투자했으며 경찰공제회와 하나캐피탈 등은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이 설정한 ‘마이다스글로벌전문투자형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7-1호’에 948억원을 투자했다. BNP파리바의 대출(1591억원)을 포함한 매입가는 2701억원 규모다.

지난달 12일에는 국민은행이 2억4000만 캐나다달러(약 2150억원) 규모의 ‘캐나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PF 선순위대출’에 대한 금융약정 체결에 성공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소매금융 영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수수료 수익이 높은 IB사업의 성과는 국내 은행들의 실적 개선에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해외 인프라 사업도 위축되는 상황에서 창출된 이러한 성과에는 현지에 진출해 있는 IB데스크의 역할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각 은행의 IB데스크는 현지에서 매일 시장 동향 파악과 투자대상 발굴 등의 역할을 수행하며 많지 않은 사업 속에서 투자 기회를 찾아내고 있다.

지난 3일 베트남우리은행이 베트남의 교육그룹 ‘응우옌호앙그룹’과 맺은 242억원 규모의 ‘비엔화국제학교 캠퍼스 설립자금 대출 업무협약’이 대표적인 사례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현지 IB데스크와 소속 기업금융전담역(RM)들이 국제 학교 신설 계획과 기업 정보를 발빠르게 파악하고 철저히 준비해 거래를 따냈다”고 설명했다.

현재 우리은행은 뉴욕과 런던, 싱가폴, 시드니, 베트남, 독일 등 지역에 8개의 IB데스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국민은행도 뉴욕, 런던, 홍콩, 도쿄에 데스크를 갖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홍콩에 IB전담 현지법인(하나글로벌재무유한공사)이 있으며 뉴욕과 런던, 싱가폴, 시드니 등에 데스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신한은행도 뉴욕, 런던, 시드니 등에 데스크가 있다.

향후에도 이들 은행은 현지 데스크를 적극 활용해 IB사업을 적극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신남방정책과 언택트 시대 등 변화에 맞춰 유연하게 투자 대상을 발굴할 예정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부응하고자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높은 성장잠재력을 가진 신흥 시장에서는 안정성이 확보된 딜을 중심으로 인프라금융 시장 등에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선진국 시장에서는 글로벌 IB업무 확대와 더불어 투자금융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투자형 IB’로 발전시켜 나가는 투 트랙(Two-Track) 전략을 펼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의 관계자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사업을 우선적으로 보고 있다”며 “최근 ‘언택트 시대’에 맞는 물류 창고, 광통신망 사업 등도 주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은 기존의 동남아 집중 전략을 유지하면서 베트남 금융 주선과 국내 기업 진출 투자 업무 등을 수행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다양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해외 IB사업만으로는 국내 은행들이 경영 위기를 타개하기에 부족하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IB사업에서 성과가 나오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그 성과들이 은행의 ‘돌파구’가 되기는 힘들 것”이라며 “신사업 등이 활성화돼야 은행이 참여할만한 딜들이 나오는데 다른 나라들의 경제상황은 우리나라보다 좋지 않다”고 진단했다. 그는 “물론 분야에 따라서는 투자할만한 사업들이 일부 나오겠지만 이 것만으로 위기를 해결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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