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화웨이 반도체 규제 강화·반중국 경제블록 움직임
전문가들 “미국, 중국 첨단산업 견제···중국 국산화 추진 가능성”
“한국 기술력 갖춰야 미중 갈등 악영향 최소화”···코로나로 각국 핵심 산업 리쇼어링 가능성도

지난 2019년 6월 5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지난 2019년 6월 5일 오전 부산 강서구 부산항 신항 모습이다. / 사진=연합뉴스

미국과 중국 간 무역갈등과 코로나19가 세계 무역질서를 바꾸고 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첨단 기술력을 갖춰야 이러한 무역질서 재편 과정에서 생존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다시 확대되면서 한국에 미칠 악영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지난 5월 수출관리규정을 통해 화웨이 반도체 규제를 강화했다. 화웨이가 첨단 시스템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다. 이에 중국이 반도체 국산화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통상팀 부연구위원은 “미국은 첨단 기술과 산업에 대한 패권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며 “트럼프의 화웨이 반도체 규제 강화도 이 차원이다. 이에 대응해 중국이 첨단 반도체 국산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5일 말했다.

연 위원은 “중국이 첨단 반도체 제조능력을 갖추게 되면 한국의 반도체 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중국과의 기술격차 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미국은 노골적으로 반(反)중국 경제블록 구상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Economic Prosperity Network)에 대해 한국 정부에 관심을 가져달라고도 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주요 7개국(G7) 회의 확대 발언에 이어 EPN까지 활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은 번번히 한국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자 한다.

이날 외교부에 따르면 이태호 2차관은 이날 키이스 크라크 미국 국무부 경제차관과 통화했다. 크라크 차관은 EPN 구상 등 미국이 관심을 가진 국제 경제 이슈에 관해 설명했다. 한미 양측은 이에 대해 지속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

미국이 논의를 주도하는 EPN은 중국을 글로벌 생산체계에서 고립시키기 위한 반중 경제블록이다. 세계 경제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탈중국 전략이 목적으로 분석된다. 미국은 여기에 한국이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지난 사드 사태 때와 같이 중국의 대대적인 경제 보복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중국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 탈중국화가 목표인 EPN에 동참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난처할 수 밖에 없다.

아직 EPN은 실체가 없다. 제현정 한국무역협회 통상지원센터 실장은 "EPN은 사실상 실체가 없다. 공급망 탈중국화하라는 것인데 이것이 가능할지 의문이다"고 했다.

연 위원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미국 대선인 11월까지 이어지고 이후 누가 대통령이 되든 첨단기술 패권 유지를 위한 중국 견제는 이어질 것”이라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반도체 뿐 아니라 인공지능, 클라우등 등 4차산업 핵심부품 전체에 대해 국산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연 위원은 “한국은 첨단산업에 대해 우수한 기술력을 갖춰야 이러한 미중 갈등을 헤쳐 나갈수 있다”며 “최근 각국으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K방역 처럼, 첨단산업에 대해서도 높은 기술을 갖추면 미중 사이에서 전략적 선택을 할수 있는 폭이 넓어진다. 미중 가운데 한쪽을 선택하라고 요구되는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미중 갈등 뿐 아니라 코로나19에 따른 무역질서 재편 가능성도 높다. 세계 각국이 코로나19로 해외 공장이 셧다운 되는 경험을 겪으면서 핵심 산업들을 자국으로 되돌리는 상황이 가능한 것이다.

미국과 일본 등은 이미 코로나19 사태 이전부터 리쇼어링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한국도 코로나19를 겪으면서 국내 유턴기업에 대한 지원 대책을 내놓았다.

최세중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코로나 이후 각국 정부는 경제안정을 위해 수입규제조치를 확대해 교역량이 더욱 감소할 수 있다”며 “자국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검역 강화 등 무역규제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2020년 1분기 기준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는 27개국 211건으로 전년동기 25개국 189건 대비 늘었다. 다만 최 분석관은 “1분기의 전년대비 수입규제 증가는 보호무역주의 확대나 코로나19에 따른 영향 때문만은 아니다. 이것이 일부 영향을 줬다고는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원호 위원은 “코로나19로 중요성이 높아진 의료기기 산업 등은 리쇼어링 해야 할 것”이라며 “다만 최근 중국 공장 셧다운으로 중단된 현대차 공장 사례 경우는 낮은 인건비 등 기업 입장에서 리쇼어링보다 수입선 다변화가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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