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부품사 IPO·스팩상장을 통해 주식발행시장 업무 강화···IB사업 '안전경영' 기조 유지
현대차증권, 현대차그룹 편입 이후 꾸준한 성장···최병철 사장 취임 이후 리스크관리 한층 견고해질 듯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현대차증권이 기업인수합병목적주식회사(스팩) 상장과 자동차 부품기업 기업공개(IPO)를 전문화하는 방향으로 업무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2008년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이후 퇴직연금 등 자산관리(WM) 업무를 텃밭으로 기업금융(IB)사업으로 사업을 확대해왔다. 현대차증권은 그동안 IB사업을 확장하며 ‘돌다리도 두들긴다’는 철저한 리스크관리 원칙을 지켜왔다. 현대차증권이 스팩과 자동차부품업체 상장주관에 IPO업무를 집중하는 것은 이러한 경영기조에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증권, IPO확대 ‘안전하게’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증권이 상장주관을 맡은 IPO 가운데 올해 명신산업과 스팩 2개 등 총 3건에 대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가 제출된 상태다.

현대차증권이 미래에셋대우와 공동으로 상장주관을 맡은 자동차부품업체 명신산업은 올해 4월17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명신산업은 엠에스오토텍 계열사로 현대기아차 및 테슬라에 부품을 납품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이 스팩합병이 아닌 기업의 상장 업무를 진행하는 것은 2017년 상장한 자동차 부품업체 세원의 단독상장주관 이후 3년 만이다. 세원 역시 자동차 부품업체로 현대기아차와 거래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현대차그룹 후광을 바탕으로 자동차 부품사 IPO전문 증권사로서 입지를 강화하고 있는 셈이다. 앞서 현대차증권은 지난해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오토에버 IPO 당시에도 인수단에 합류함으로서 수수료 이득을 챙겼다.

현대차증권은 5년 만에 스팩상장도 준비하고 있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5월7일 한국거래소에 HMC IB제4호와 HMC IB제5호 등 2개의 스팩에 대한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그동안 현대차증권은 2개의 스팩을 상장해 2개 모두 합병에 성공시켰다. 수는 많지 않지만 성공률은 100%다.

스팩은 수요예측 등 공모가 산정 과정이 없기에 공모 흥행에 대한 부담을 가지고 있는 중소형 기업들에게는 직상장보다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현대차증권으로서는 비상장기업들을 대상으로 스팩이라는 상품을 추가한 셈이다. 여기에 스팩상장시 증권사는 IPO수수료 중 절반을 미리 선취하기에 현대차증권은 당장의 이익도 생긴다. 나중에 비상장기업이 스팩합병을 통해 상장하면 증권사는 IPO 잔여수수료와 합병자문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

현대차증권의 이러한 행보는 IPO등 주식발행시장(ECM) 분야에서 무리하게 외형적 성장을 선택하기보다는 리스크를 최소화하면서 실리를 챙기려는 의도로 읽힌다. 현대차증권의 IB사업 중 채권발행시장(DCM), 부동산금융 분야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주식발행시장 분야는 아직 더 발전할 여지가 많은 상황이다.

현대차증권 자본시장실 ECM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대형사 위주의 IPO시장에서 중소형사로서의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좋은 기업을 초기에 발굴, 수년간에 걸쳐 쌓은 파트너십을 토대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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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증권, ‘지지 않는’ 경영전략

현대차는 2008년 신흥증권을 인수해 현대차증권의 전신인 HMC투자증권을 출범시켰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증권사를 인수했던 이유는 직원들의 퇴직연금이라는 일감을 해결해야했기 때문이었다. 2005년 퇴직보장법이 시작되면서 기존 퇴직보험과 퇴직신탁 제도가 2011년 폐지 예고됐고 이에 2010년까지 퇴직연금제도로 완전 변경해야할 의무가 생겼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가 생존 시에는 현대증권이 관련 업무를 맡으면 됐지만 정 회장의 별세 이후 현대그룹과 현대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이 계열분리 됐다. 이후 현대그룹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면서 사이가 급속히 멀어졌다. 결국 현대차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그룹 산하 현대증권 대신 각각 신흥증권과 CJ투자증권을 인수하며 퇴직연금 시대에 대비했다.

현대차증권은 이후 퇴직연금 등 탄탄한 자산관리(WM) 기반 속에 IB업무를 확대해나가는 경영기조를 유지했다. 현대차증권은 올해 1분기에만 개인형퇴직연금(IRP) 적립금이 1273억원 늘어나며 총 적립금이 7000억원을 넘어섰다.

특히 현대차증권은 철저한 리스크관리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2015년부터는 주가연계증권(이하 ELS) 발행시 자체헤지 대신 전량 백투백헤지를 선택함으로써 리스크를 원천 차단했다. IB사업에서도 무리한 부동산 투자 대신 물류센터,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이러한 현대차증권의 ‘안전경영’은 올해 1분기에 더욱 빛났다. 코로나19 사태와 글로벌 증시불안으로 국내 증권사들이 대부분 큰 폭의 실적감소를 겪었는데 현대차증권은 오히려 실적이 늘었다. 현대차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은 24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3.3%가 증가했다.

현대차증권의 자기자본은 2007년12월 기준 1300억원수준에 불과했지만 올해 3월말 기준 9910억원으로 늘어났다. 재무상태 역시 안정적이다. 3월 말 기준 현대차증권의 우발 채무 비율은 69.2%에 불과하다. 유동성 갭(유동성 자산-유동성 부채)은 1조7554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40%가량 증가했다.

올해 최병철 신임 대표이사 사장이 취임하면서 현대차증권의 안정경영은 한층 단단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 사장은 1958년생으로 30년 동안 현대모비스 재경본부장(부사장),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을 맡았던 재무 전문가다. 최 사장은 올해 초 ▲상품·서비스 개선을 통한 고객신뢰도 제고 ▲수익원 다변화와 사업성 강화 ▲불확실성에 대비한 리스크관리 강화에 나서겠다는 취임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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