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등 임원진, 전날 직원들 만나 질의응답 진행···“당초 인수 예상 비용 1100억~1200억원, 현재는 3000억원 이상 필요”
플랜B 준비하는 이스타항공···“정부 지원 이끌어낼 방안 고민할 듯”
제주항공 “인수 절차 성실하게 진행하고 있다”

제주항공 수익성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을 위한 최종 종료 시한이 이달 말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제주항공의 인수 의지에 대한 의문을 보이고 있다. 제주항공 자체 운영자금도 부족한 상황에서 최초 인수 결정 시점과 비교해 필요 비용이 3배 넘게 늘어난 이스타항공을 인수하겠느냐는 것이다.

5일 업계 및 이스타항공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전날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 김유상 제주항공협력TFT 총괄단장 전무 등은 직원들을 불러 제주항공과의 인수·매각 절차에 대한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이스타항공 사측은 인수 파기 가능성에 대해 “6월 내 인수 마무리가 안 될 경우 기간을 합의 하에 연장할 수는 있으나 가능성은 희박하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제주항공이 발행 예정인 1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납입일이 오는 30일이라는 점 등을 근거로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의 인수·매각 절차의 마감 시한을 6월 말로 보고 있다.

참석한 이스타항공 직원들에 따르면 사측은 5월부터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의 인수·매각 절차에는 큰 진전이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사측은 “5월7일 이후 공문과 내용증명만 서로 전달하고 있다.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전날 밝혀진 바에 따르면 당초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위해 고려한 금액은 1100억~1200억원 수준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필요한 금액은 미납금 및 임금체불액 등을 포함해 3000억원에 달한다.

사측은 직원들에게 “1100억~1200억원이면 품에 안을 수 있던 이스타항공을 현재는 3000억원을 투입해야 한다. (제주항공) 오너나 최고경영자 입장에서는 고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스타홀딩스는 ‘계약은 계약’이라는 입장이다. 양측이 맞서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주항공의 재무 상황은 최초 인수 결정 시기와 비교하면 불안정한 상태다. 최근 제주항공은 연이어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자구안을 마련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전날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500억원의 금융기관 단기차입을 결정했다. 제주항공의 단기차입금 규모는 1242억원에 달한다. 지난 21일에는 1699억원의 유상증자 내용을 밝혔다. 제주항공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제주항공 측은 1699억원의 자금 중 1021억원을 항공기 유류대금과 인건비로 사용한다.

제주항공 측은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인수 의지에 대한 의구심’을 두고 성실하게 인수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해외기업결합 심사 등 필요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은 플랜B에 대해서도 준비하는 모양새다. 사측은 “(딜클로징이 안 될 경우) 플랜B를 준비하고는 있다.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다”면서도 “딜클로징이 최선의 선택지”라고 강조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이스타항공의 플랜B에 대해 “고용 유지를 명분으로 한 정부 지원을 노리고 있지 않겠느냐. 그게 인수를 제외한 유일한 대책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절차는 지난해 말부터 본격화됐다. 지난해 12월18일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는 경영권 인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당시 매각 예상가는 695억원이었다. 이후 코로나19 등 악재가 겹치며 지난 3월2일 양사는 예상 가격보다 150억원 낮은 545억원에 주식매매를 위한 계약 체결에 합의했다.

주식매매 대금 545억원 지급 일정은 확정되지 않은 상태다. 제주항공 측이 지난달 28일 해외 기업결합심사 지연을 이유로 주식 취득을 무기한 연기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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