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승계 존재, 합병·분식회계 보고 등은 불리한 요소
증거인멸 및 도주 우려 낮고 방어권 보장 필요성은 유리

/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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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오는 8일 구속심사대에 선다. 국정농단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한차례 구속됐던 그는 이번엔 회계사기 및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 위기에 놓였다. 검찰은 구속 사유를 심사하는 데 핵심 요소인 ‘범죄의 중대성’을 입증할 물증을 상당부분 확보했다며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다만 도주의 우려가 없고 관련 증거가 대부분 수집됐다는 점은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부분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서울중앙지법은 8일 오전 10시30분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이하 미전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지난 4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검사 이복현)는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 회계사기 등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과 관련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을 적용해 이 부회장 등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형사소송법에 규정된 구속의 사유는 ‘죄를 범했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로, 영장실질심사를 맡은 법관의 재량이 상당하다. 다만 범죄가 ‘입증’되는 수준이 아니라 ‘소명’되는 수준 만으로도 구속이 가능하다.

먼저 혐의의 전제가 되는 ‘경영권 승계’가 대법원에서 인정돼 있다는 점은 이 부회장에게 불리한 요소로 보인다. 대법원은 이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상고심에서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묵시적이고 부정한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경영권 승계라는 범죄의 동기가 분명한 상황에서, 남은 쟁점은 통합 삼성물산 합병 및 삼바 회계사기가 불법적이었는지 여부다.

검찰은 방대한 물증을 근거로 합병과 회계가 불법적으로 이뤄졌다고 본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불법 합병과 삼성바이오 분식회계 의혹을 뒷받침하는 미전실 내부 문건 상당수를 확보했고, 이 과정이 이 부회장에게 보고됐다는 진술도 확보했다는 전언이다.

합병과 회계처리 전 불법이 의심되는 정황도 많다. 참여연대는 보고서를 통해 ▲제일모직 가치 상승을 위한 2015년 에버랜드 공시지가의 비정상적 급등 ▲2012~2014년 바이오젠과의 에피스 콜옵션 계약 공시 누락 ▲삼성물산에 불리한 합병비율을 만들기 위한 삼성물산 경영진의 비정상적 경영 ▲2015년 삼성물산 부당 합병비율의 적정성 정당화 보고서 작성 및 승인 ▲삼정 및 안진회계법인의 부당한 합병비율 검토보고서의 국민연금 전달 ▲삼성물산 합병 불공정성 수습 중 삼바 자본잠식 위기 해결을 위한 회계기준 변경 등 6대 범죄혐의를 지적했다.

특히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사례의 경우 삼성물산의 최대 단일 주주였던 국민연금의 피해가 컸다는 점, 시장에 허위정보를 제공해 주주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왜곡시켰다는 점은 ‘범죄의 중대성’ 부분에서 불리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요소도 상당하다. 불구속 수사가 원칙인 데다 이 부회장의 주거가 확실한 점, 도망갈 우려가 전혀 없고 수사에 협조적인 점 등이 영장전담 판사의 판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검찰이 1년6개월 넘게 수사를 진행했고, 대부분 증거를 확보했다는 점에서 증거인멸 우려 또한 낮다. 검찰이 구속영장에 ‘증거인멸’ 혐의를 포함하지 않는 것 또한 이 부회장에게 유리한 요소다.

실무적으로 구속심사에 ‘실형 선고 가능성’을 염두에 둔 다는 점도 이 부회장에게 긍정적이다.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된다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겠지만 무죄추정이 원칙이고, 이 부회장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상황에서 충분한 방어권 보장을 해야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영장 발부 여부를 떠나 이 부회장이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수년 간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졌다.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이 영장 청구를 통해 이 부회장 등이 기소 대상이라는 것을 명확히 보여줬다”며 “검찰은 이 부회장에게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내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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