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 지난해 낸드 사업으로 3조원대 적자 추정
연내 낸드 생산라인 증설 계획 없어…원가 개선 집중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출처=트렌드포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출처=트렌드포스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사업이 지난 1년 동안 적자다. 삼성전자가 대규모 라인 증설을 시작하는 가운데 경쟁사들이 기술 개발에 돌입하면서 내년을 기점으로 낸드 시장 경쟁이 더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는 올해 대규모 투자 대신 낸드플래시 사업의 원가 개선에 주력해 사업을 회복세로 돌려놓는 데 주력할 것으로 관측된다.

4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평택2라인 가동을 시작하면서 낸드 시장 지배력이 확대될 전망이다. 신설 라인은 내년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지난달 클린룸 공사가 시작됐다.

시장에선 이번 투자를 통해 삼성전자의 낸드 시장 점유율이 보다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전자는 2002년 이후로 낸드 시장에서 꾸준히 1위를 지킨 업체다. 공정 기술력은 물론 대규모 시설투자에 따른 생산능력이 강점이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삼성전자의 낸드 플래시 사업 매출은 45억100만달러(5조4000억원)로, 시장 점유율 33.3%를 기록했다. 전 분기 대비로 2.2포인트 점유율은 하락했지만 2위 업체인 키옥시아(구 도시바, 19%)와 격차 벌리기엔 성공했다. 증권업계는 삼성전자가 지난 5년 동안 낸드 설비투자를 평균 8조원 규모를 단행하면서 경쟁사와 격차를 키운 것으로 분석한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용량 SSD 등을 중심으로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선제적인 투자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코로나19 여파 이후 서버용 수요는 물론 향후 웨어러블 기기들이 개발되면서 고용량 SSD 수요는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경쟁사에겐 불리한 소식이다.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시장 경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낸드플래시 시장은 키옥시아, 웨스턴디지털, 마이크론, 인텔 등이 과점했다. 기술 경쟁도 치열하다. 미국 마이크론은 이달 중 128단 양산에 돌입하고 인텔은 연내 144단 양산을 계획 중이다. D램에 비해 기술 난도가 낮은 낸드 시장은 진입 장벽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YMTC도 올 연말까지 128단 양산을 목표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해 128단 양산을 시작한 점을 감안하면 국내 업계와 약 1년 정도 기술 격차가 있다. 

장기적으로 SK하이닉스 역시 낸드플래시 생산 거점인 M15 공장을 중심으로 투자 규모를 확대할 전망이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는 삼성전자와는 다소 증설 기간에 시차가 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이렇다 할 낸드 증설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 라인 증설부터 가동까지 1년 이상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면 SK하이닉스의 내년플래시 낸 시장 점유율은 더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수요가 예상보다 좋은 상황이라 SK하이닉스도 향후 증설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아직 제품 단수를 올리고 수율을 잡아가고 있는 과정인데 여기에 따라 향후 증설 속도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올해까지는 삼성전자처럼 대규모 증설을 결정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전망했다.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은 2018년까지 흑자였다가 지난해 적자로 돌아섰다. 메모리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진 가운데 낸드 사업에서 유독 부진이 컸다. 시장에선 지난해 SK하이닉스 낸드플래시 사업 적자 규모를 3조원대로 추정한다. 지난해 전체 반도체 사업의 영업이익(2조7130억원)을 끌어내렸다는 분석이다.

이에 올해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사업에서 원가 개선에 집중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초부터 코로나19 여파로 스마트폰, TV 등 세트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기업용 SSD 등 고수익 제품 비중을 늘릴 계획이다. 회사 측은 이를 바탕으로 올 4분기 중 낸드 사업의 흑자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다행히 시장에선 코로나19 여파에도 서버용 SSD 수요가 3분기까진 지속 성장할 것으로 본다. 이 가운데 연말 신형 게임콘솔 등이 출시되면서 고용량 SSD 시장 규모도 확대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하반기 출시될 신형 게임콘솔에 채용될 고용량 SSD가 이달 중 양산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연간으로 1억대 이상 깎여나갈 모바일용 SSD 매출을 상쇄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르면 회사 측이 예상한 것보다 한 분기 빠른 올 3분기 SK하이닉스의 낸드플래시 사업이 흑자 전환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모바일 수요는 줄지만 서버 수요가 3분기까진 좋은데다가 게임 콘솔 등 고용량 SSD 시장이 확대되면서다. 

이재윤 연구원은 “낸드플래시 시장을 단가 측면에선 올 3분기부터 가격이 빠질 것이란 예상과 달리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화웨이 스마트폰 사업에 타격이 예상되면서 메모리 수요도 하락할 가능성이 있지만 다른 업체가 그 수요를 흡수할 경우 모바일 수요 공백을 채울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통해 “SK하이닉스의 SSD 매출 엔터프라이즈향 매출 비중은 노트북, PC향 매출 비중 못지 않게 유의미한 수준으로 보인다”며 “SK하이닉스의 낸드 사업 영업이익률은 올해 1분기 –18%에서 2분기 –4%, 3분기 –1%를 기록하다가 4분기 0%를 달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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