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기관 빠지면 협업 쉽지 않아···질병관리청 예산·인력도 감축
복지부 부처 이기주의 논란도 불거져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이 지난 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 소속 국립보건연구원을 보건복지부로 이관하는 질병관리청 승격 방안이 반쪽짜리 조직개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불완전한 승격을 비판하는 국민청원이 제기됐고 관련 전문가들의 지적 또한 이어져 논란은 쉽게 사그라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3일 복지부 소속 기관인 질병관리본부를 청으로 승격하는 정부조직법을 입법예고하면서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조직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질병관리본부는 복지부에서 독립된 청으로 승격되고 그 산하에는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 설치될 예정이다.

하지만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에 따른 조직 개편안을 보면 현재 질병관리본부 산하에 있는 국립보건연구원이 ‘국립감염병연구소’로 확대 개편되면서 보건복지부로 소속이 바뀐다. 이렇게 되면 기존 질본 조직의 1/3이 복지부로 이동한다는 얘기가 된다. 그만큼 연구력과 인력이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국립보건연구원을 복지부로 이관할 경우 오히려 인원이 907명에서 746명으로, 예산은 8171억원에서 6689억원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정부는 조직 개편안 발표 시 국립감염병연구소가 감염병 감시부터 치료제·백신 개발 및 상용화까지 전 과정에 걸친 대응 체계를 구축해 국가 차원의 감염병 연구 기능을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국립보건원(NIH)의 역할을 표방한 것이다.

CDC의 역할을 질병관리청이, NIH의 역할을 국립감염병연구소가 하면서 서로 독립적이면서도 협조할 수 있는 관계를 구축하겠다는 청사진이었다. 그러나 국립감염병연구소가 복지부 소속이 되면 협력도 쉽지 않고 전문성이 희석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4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질병관리청 승격. 제대로 해주셔야 합니다’라는 글이 게재됐다. 해당 글은 이재갑 한림대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가 작성한 것으로 질병관리청 승격은 환영하지만 수정해야할 부분이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 교수는 “질병관리본부 산하기관으로 감염병의 기초연구와 실험연구, 백신연구와 같은 기본적인 연구기능을 수행하고 있었던 국립보건연구원을 질병관리본부에서 쪼개서 국립감염병연구소를 붙여서 확대해 보건복지부로 이관한다는 계획은 철회되어야 한다”며 “국립보건연구원과 신설되는 국립감염병연구소는 질병관리청 산하에 남아있어야 감염병 대비역량 강화에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복지부에 감염병 전문가가 부족한 점, 복지부의 인사 악습 등을 거론하며 복지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4일 오후 4시 기준 해당 청원 참여 인원은 2만명이 넘었다.

이 교수뿐만 아니라 다른 감염내과 교수도 국립보건연구소의 이관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손장욱 고려대 안암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미국의 CDC처럼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려면 연구가 바탕이 돼야 하는데 국립보건연구원에서 이 역할을 충실하게 하면서 질병관리청과 같이 협업하면 훨씬 시너지가 날 수 있다”며 “복지부로 가면 오히려 서로 다른 길을 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한 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 역시 “국립보건연구원도 연구 기관인데 왜 복지부 산하에 두려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질병관리청과 함께 있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임인택 복지부 보건산업정책국장은 “현재 질병관리본부가 가진 기능은 감염병 방역 업무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과 같은 기술개발 기능과는 구분이 된다”며 “(국립감염병연구소에서) 방역의 기능과 이를 지원하는 기술개발 연구 기능을 독립해 발전시켜야 전체적인 바이오헬스산업 기반 역량을 강화할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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