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위주 지원 고수···‘임대료 인하·현금성 지원·상환기간 연장’ 필요성 제기
전문가들 “민간 과다부채·폐업, 소비 침체와 해고로 이어져 악순환”
“정부 재정 확대로 악순화 끊고 경기 마중물 역할해야”

사진은 지난 5월 21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 /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지난 5월 21일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상점. /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에 여파로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등 취약 부문의 과다부채와 이에 따른 폐업 문제가 커지고 있다. 정부가 대출 위주 지원 방식을 고수하면서 이 문제를 키운다는 경고가 나온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기존 관행에서 벗어나 임대료 인하와 현금성 지원, 상환기간 연장 등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손님이 뚝 끊긴 자영업자들은 임대료와 인건비 등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고 있다. 마찬가지로 소비가 줄면서 일감이 감소한 중소기업들도 은행을 찾고 있다. 이들의 대출 증가폭은 역대 최대로 나타났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지난 2월부터 4월까지 기업과 가계는 은행에서 75조4000억원을 빌려 썼다. 지난해 같은 기간 증가액보다 3.4배 늘었다.

특히 이 기간 기업 대출액의 60% 가량이 중소기업 대출로 29조9000억원 늘었다. 이 가운데 자영업자 대출이 16조8000억원이었다. 빚으로 연명한 것이다. 특히 서비스업 뿐 아니라 제조업체 대출액도 지난 1분기에 14조8000억원 늘었다. 역대 최대 증가폭이다. 가계도 작년 같은 기간보다 두 배 많은 23조7000억원을 대출했다.

이와 맞물려 폐업과 해고도 늘었다. 소상공인의 폐업을 보여주는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건수가 급증했다. 지난 2월에서 3월 13일 사이 노란우산 공제금 지급 건수는 1만1792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늘었다. 또 ‘4월 노동시장동향’에 따르면 전년동월 대비 고용보험 자격 상실자는 숙박음식업 1만8000명, 운수업 1만8000명 각각 늘었다. 특히 지난 3월 폐업·도산과 회사불황으로 인한 해고로 고용보험을 상실한 실직자는 12만864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8652명 늘었다.

문제는 과대부채와 폐업, 해고가 증가하면 이를 회복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또 소비 침체로 이어져 코로나19발 위기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

전용복 경성대 국제무역통상학과 교수는 “위기 상황에서 고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에서 빚이 늘고 폐업이 늘어나면 경제활동을 제약한다”며 “위기가 지나간 다음 내수가 침체된 상황에서 다시 창업이 일어나기 어렵다. 실업이 지속된다. 이들의 폐업을 막아야 하는 이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정부 대책은 저리 대출 방식 위주다. 2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종합대책부터 현재 3차 추경안에 이르기까지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상 긴급대출이 주를 이뤘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대출 위주 방식으로 과다부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들의 빚과 폐업은 더 늘 것”이라고 했다.

◇ “임대료 인하, 현금성 지원, 상환기간 개선 필요”

현장에서와 전문가들은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의 과다부채와 폐업을 막기 위해 정부 대책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대출 중심 관행에서 벗어나 자영업자와 중소기업들의 부담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임대료 인하, 현금성 지원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소상공인 긴급대출의 5년 상환기간도 대폭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대구의 한 음식점 사장 A씨는 “코로나로 매출은 크게 떨어졌지만 수백만원의 임대료는 그대로 내고 있다. 빚을 내서 임대료를 내야 하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정 소장은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부담이 큰 임대료 부담을 줄여야 한다. 임대인의 선의에 기대는 착한 임대인 운동은 한계가 있다”며 “정부가 행정명령으로 임대료를 낮출 필요가 있다. 대신 임대인들에게는 세금을 감면하는 방식이다”고 말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도 “임대료로 소상공인의 부담이 크다. 코로나19로 매출은 떨어졌는데 임대료는 그대로 내고 있다”며 “코로나가 발생하기 전인 2018년에도 소상공인의 20%가 임대료 부담을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지금도 그렇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생존을 위한 현금성 지원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소상공인연합회 관계자는 “대출은 빚이 늘어 부담이 된다. 자영업자 생존을 위해 서울과 같은 현금성 직접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서울에 있는 연 매출 2억원 미만의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게 140만원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있다. 지난 4일 기준으로 신청에 40만명이 몰렸다. 당초 41만곳이 지원 대상이었는데 대부분이 신청한 것이다. 앞서 경기도 화성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매출이 10% 이상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에게 현금 200만원의 ‘재난생계수당’을 지급했다. 부산시도 연매출 3억원 이하인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에게 한 업체당 현금 100만원씩 지급했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대상 대출의 상환 기간도 연장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현재 소상공인 2차 대출 만기는 5년(2년 거치·3년 분할상환)이다. 전용복 교수는 “대출금 만기는 경영이 정상화 된 이후에 장기 분할 상환하는 방식으로 바꿔야한다”고 했다.

전 교수는 “정부가 빚을 안지면 결국 민간이 빚을 져야한다. 이는 경제활동을 제약해 경기 회복을 어렵게 한다”며 “이러한 폐업과 실업 증가의 악순환을 막고 경기 회복의 마중물을 할수 있는 것은 정부 재정밖에 없다. 정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을 늘려 관리할 수 있다. 가계와 기업 빚이 느는 속도에 비춰 3차 추경 규모는 매우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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