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말까지 줄던 약관대출, 다시 증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나빠지자 급전 필요 고객 늘어

생명보험업계의 약관대출 추이. / 사진=연합뉴스

‘불황형 대출’로 불리는 보험약관대출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로 경제 사정이 나빠진 서민들이 비싼 금리를 주고 약관대출을 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생보사 중에선 한화생명과 신한생명의 약관대출이 업계 평균보다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확산된 3월 들어 약관대출 확대

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들어 생보업계 약관대출 잔액이 증가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1분기 말 24개 생보사의 약관대출 총액은 47조2191억원으로 전달보다 2369억원 증가했다. 업계 약관대출 잔액은 지난해 12월 말 47조4817억원, 올해 1월 말 47조268억원, 2월 말 46조9822억원 등으로 감소하는 중이었다. 

작년 말부터 약관대출이 줄기 시작한 것은 경기 회복 기대감 때문으로 분석된다. 작년 7월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 규제가 오히려 일본 기업들에 부메랑이 되고, 연말 미중 간 무역분쟁도 잦아들면서 올해 초부터는 경기가 회복한다는 기대감에 약관대출도 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2월부터 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에서 생기기 시작해 3월 들어 절정을 이루자 생보업계 약관대출도 다시 증가하는 모습이다.  

약관대출은 가계대출 중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는 대출상품이다. 고객이 가입한 보험을 해약할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받는 대출이기 때문이다. 고객들은 기존 보험계약을 해지하지 않고 해지환급금의 50~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비교적 손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은행 대출보다 2배가량 높은 5~6%의 비싼 이자를 내야하기 때문에 급전이 필요하지 않으면 보통 받지 않는 대출이다. 

◇한화·신한생명, 업계 평균보다 약관대출 잔액 늘어

생보사 중에선 한화생명, 신한생명의 약관대출 잔액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보협회에 따르면 한화생명의 약관대출 잔액은 올해 1분기 말 6조660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3700억원(6%) 증가했다. 신한생명도 같은 기간 2조7217억원으로 1600억원(6%) 늘었다. 약관대출 잔액이 1조원이 넘는 생보사 중에서 가장 큰 규모의 증가세다. 

반면 빅3 생보사 중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올해 1분기 약관대출 총액은 전년 동기 대비 1%씩 감소했다. 한화생명의 약관대출은 지난해 1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3% 증가했고, 신한생명은 10% 늘며 꾸준하게 약관대출 잔액이 확대되는 추세다.

한편 생보업계는 올해 하반기부터 약관대출 금리를 최소 0.31%포인트에서 최대 0.6%포인트까지 내리기로 했다. 금융감독원이 약관대출의 가산금리 산정 요소가 대출 관련성과 적고 산정 근거도 불명확하다며 인하 조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생보업계가 경기 악화에 대출 확대도 필요해진 상황”이라며 “다만 금융당국이 약관대출 이자를 낮출 것을 요구해 약관대출에서도 수익이 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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