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입원 환자에 사용 예정, 4일 기준 2명···예상보다 사용 대상 적을 듯
전문가도 의견 엇갈려···“미국우선주의로 어려워” vs “물량은 가능할 것”

길리어드사이언스 본사 사옥 전경. / 사진=길리어드
길리어드사이언스 본사 사옥 전경. / 사진=길리어드

국내 특례수입이 확정된 코로나19 치료제 ‘렘데시비르’의 향후 수급에 관심이 모아진다. 렘데시비르는 중증 입원 환자에게 사용할 예정인데, 현재 국내에는 중증환자가 극소수인 상황이다. 이에 당초 예상보다는 렘데시비르 사용 환자 숫자가 적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된다. 전문가들도 향후 수급 여부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코로나19 치료제로 개발 중인 렘데시비르에 대해 특례수입을 결정했다고 지난 3일 밝혔다. 의약품 특례수입 제도는 감염병 대유행 등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대처하기 위해 관계 부처장 요청에 따라 식약처장이 국내 허가되지 않은 의약품을 수입자를 통해 수입토록 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식약처와 질병관리본부, 수입자인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가 렘데시비르의 조속한 국내 수입을 협의해 나갈 예정이다. 

현재 길리어드사이언스는 미국 내 제조공장과 유럽 지역 제조시설을 총 가동해 렘데시비르를 제조하고 있다. 길리어드는 오는 10월까지는 50만명 분 이상 렘데시비르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어 12월까지는 100만명 분 이상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또 필요한 경우 오는 2021년까지는 수백만명 분 이상 렘데시비르 공급량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길리어드는 그동안 제조한 렘데시비르 물량을 글로벌 임상시험 대상자들에게 무상공급하고 있다. 또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긴급사용승인에 따라 미국 환자들에게도 무상으로 공급을 진행 중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길리어드가 한국에 렘데시비르를 공급할 경우 대상은 중증 입원 환자가 될 전망이다. 식약처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PCR 검사 등을 통해 코로나19가 확진된 환자로 ▲실내공기에서 산소포화도 94% 이하인 환자이거나 ▲보조산소 치료가 필요한 환자이거나 ▲비침습적 또는 침습적 기계환기나 체외막산소요법이 필요한 환자 등이다. 

이같은 조건을 충족하는 국내 코로나19 환자는 현재로선 극소수로 판단된다. 실제 질본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4일 0시 기준 격리돼 치료를 받고 있는 코로나19 환자는 857명이다. 이중 위중환자는 7명이다. 중증환자는 2명에 불과하다.  

향후 렘데시비르 수급에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김우주 고려대학교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국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으며, 아직도 미국에 코로나19 환자들이 많다”면서 “길리어드가 단기간 렘데시비르 생산량을 늘려도 미국 내 공급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교수는 이어 “렘데시비르가 실제 필요한 환자는 국내에서 극소수지만, 소량이라도 확보해야 한다”며 “미국 외에도 유럽 등지에 코로나19 환자들이 적지 않은데 한국이 물량을 확보하는 데 애로사항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반면 현실적으로 렘데시비르 사용이 필요한 중증환자는 국내에 극소수라는 점을 감안해 수입 물량 확보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는 전문가도 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길리어드 본사에 (한국이 렘데시비르 필요량을) 신청하면 (수입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 의료계 관계자는 “향후 식약처와 질본, 길리어드사이언스코리아가 본격적으로 협의해야겠지만 현재 2명인 중증환자 대상 렘데시비르 물량은 확보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며 “렘데시비르도 좋지만 향후 더 많은 코로나19 환자군을 치료할 약제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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