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판매 첫 주자 신세계면세점, 첫 날부터 재고 93% 소진
롯데·신라·현대, 판매 시기 조율 중···완판 사례 이어갈 듯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공식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서 지난 3일부터 면세 재고 판매를 하고 있다. / 사진=에스아이빌리지 캡처
신세계인터내셔날이 공식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서 지난 3일부터 면세 재고 판매를 하고 있다. / 사진=에스아이빌리지 캡처

신세계면세점의 재고 판매를 시작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장기간 판매되지 않은 면세점 명품 재고가 최고 반값에 온라인몰로 쏟아져 나왔다. 국내 최초로 면세 재고가 시장에 유통되면서 판매 첫 날인 지난 3일 소비자들의 접속으로 서버가 마비되기도 했다.

다만 소비자들 사이선 면세 재고 판매에 대한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어 후발주자로 나설 롯데·신라·현대백화점면세점에 눈길이 쏠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이 재고품 판매처로 선택한 신세계인터내셔날 공식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 홈페이지는 지난 3일 오전 10시 예약판매가 시작된지 1분 만에 트래픽 과부하로 접속지연 사태를 빚었다. 홈페이지엔 오전 내내 ‘잠시후 재 접속해달라’는 안내문이 걸렸고, 늦은 저녁에서야 원활한 접속이 이뤄졌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첫 날 품목당 30개 미만 소량이 준비돼 할인율이 높은 품목은 판매 시작과 거의 동시에 동났다. 구체적으로 발렌시아가, 보테나 베네타, 생로랑, 발렌티노 등 4개 브랜드 200여 제품 중 약 93%가 하루만에 판매됐다. 또 이번 판매 소식에 사이트 신규 회원은 10배 증가했고, 앱 설치는 15배 늘어났다.

당초 신세계면세점은 행사 기간을 오는 14일까지로 정하고, 3일까지 예약을 받아 통관 절차를 거친 뒤 25일부터 배송을 시작할 예정이었다. 다만 첫날 모든 물량이 소진돼 행사는 조기 종료된 모습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고 면세품이 국내 유통시장에 풀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았다. 특히 장기간 면세 쇼핑을 하지 못했던 심리가 커져 소비자들 사이선 이번 기회로 최대 50% 가격에 명품을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예상보다 많은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서버가 과부하돼 일부 고객들의 정보가 뒤엉키기도 했다. 

관세청은 면세점 업계 장기 재고의 20% 이상의 물량이 소진되면, 약 1600억원의 유동성 재원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면세점 3사가 보유한 재고 면세품은 총 3조원 규모에 달한다.

당초 업계는 이번 면세품 재고 판매가 높은 인기를 끌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했다. 3대 명품으로 불리는 샤넬·루이비통·에르메스 등 인기 브랜드가 행사 참여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보테나베네타·발렌시아가·생로랑 등 브랜드들이 이번 행사에 참여하면서 이른바 ‘온라인 오픈런’이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일각에선 이번 행사가 재고 소진에만 초점을 맞춘게 아니냐는 다소 부정적인 이야기도 나온다. 신세계면세점으로부터 시작된 재고 면세품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첫 날부터 연이은 완판을 기록하고 있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막상 살 것은 별로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실제 일부 브랜드는 인터넷 최저가보다도 낮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고, 면세 상품으로 보증서를 받지 못할뿐더러 AS까지 불가능해 관련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해외 직구가 오히려 낫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신세계인터내셔날 관계자는 “이번 행사는 신세계면세점의 면세품 재고를 재판매하는 방식으로 보증서나 AS는 제공하지 않는다”면서 “관련 내용을 홈페이지에 상세히 적어뒀고 행사 기간 반품, 환불 조치는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인기에 시선은 자연스레 후발주자로 나설 롯데·신라·현대백화점면세점에 옮겨진다. 우선 롯데는 오는 26일 시작하는 대한민국 동행 세일 기간에 맞춰 롯데면세점의 명품 재고를 판매할 계획이다. 롯데쇼핑은 롯데면세점으로부터 총 10개 브랜드, 약 200억원 규모의 가방·지갑·구두·액세서리 등 잡화 제품들을 직매입해 판매한다. 신세계보다 더 많고 다양한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사전 예약을 할 필요 없이 재고 면세품을 바로 구매해 들고 나올 수 있어 백화점 문을 여는 시간에 맞춰 줄을 서는 오픈런 대란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신라면세점은 이달 중 재고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판매 방식이나 참여 브랜드는 확정되지 않았다.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내부적으로 검토 중에 있다.

신세계면세점으로 인한 높은 흥행으로 롯데·신라·현대 역시 완판사례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된다. 단 샤넬·구찌·에르메스 등 평소 노세일을 표방하는 고가 브랜드는 롯데·신라·현대에서도 만나보기 어려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생각보다 브랜드가 많지 않고 할인율도 높지 않다는 지적이 있지만 면세 재고가 시장에 처음 풀렸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면서 “이번 한시적 재고 판매가 면세업계의 어려움을 타개하는데 어느 정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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