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학계 노벨상’ 세 차례 수상한 학계의 거장···현대중공업 “한국조선해양의 역량강화에 도움 판단”
학계·업계서는 영입 배경 놓고 의혹의 눈초리도···“사회적 반발 살 수 있는 각종 사업 진행에 우호인 여론 조성 조치”

신종계 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사진은 신종계 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현대중공업그룹이 국내 조선학계 거장 신종계 전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 교수를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영입 배경을 놓고 학계와 업계에서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4일 현대중공업그룹에 따르면 신종계 전 교수는 최근 한국조선해양 미래기술연구원 기술자문으로 입사하게 됐다. 한국조선해양은 그룹의 중추인 조선·해양·플랜트 등의 사업을 총괄하는 중간계열사다. 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 등을 자회사로 뒀다.

지난 2월 서울대에서 정년퇴임한 신 전 교수는 20여년 동안 국내 조선학계의 권위자로 명성을 높인 인물이다. 서울대에서 학·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복수의 기관에서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이후 유학길에 올라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해양공학 박사과정을 밟았다. 귀국 후 카이스트를 거쳐 1993년부터 서울대에서 후학을 양성했다.

특히 조선학계의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엘머한상(賞)’을 2001·2014·2019년 등 세 차례나 수상한 인물로 유명하다. 또 대한조선학회장,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이사장, 조선해양산업발전협의회 회장 등을 수행 중이다. 평소 스마트조선·스마트선박 등을 통해 국내 조선업계가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조선공학 분야에서 최정상급 전문가로 오랜 학계 경험을 보유하고 계신 분”이라며 “미래기술 R&D 등을 수행하는 기술 중심 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역량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란 판단에 모시게 됐다”고 설명했다.

상당히 인상적인 인사라는 평도 있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 측이 5G(5세대) 기반 차세대 조선소 구축에 열을 올리고 있는 만큼, 영입된 신 교수가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학계 내에서 영향력이 강한 신 전 교수를 영입함으로서, 현대중공업그룹 측이 학계와 업계, 그리고 사회적 반발을 살 수 있는 각종 사업들을 진행하는 데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라 입을 모으며, 현대중공업이 의도를 가지고 신 전 교수를 영입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계획과 관련해 신 전 교수가 말을 아꼈지만, 상당히 비판적인 시각을 지녔던 것으로 안다”면서 “현대중공업이 중심이 돼 지난해 조직된 조선해양산업발전협의회 발족 과정에서 초대회장에 신 전 교수를 적극 추천한 것이 현대중공업”이라고 전했다. 일련이 과정들이 반발여론을 무마하기 위함이라는 게 그의 해석이다.

모 대학 조선공학과 교수는 “신 전 교수가 당시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비판적 시각을 공개적으로 표하지 못한 까닭은 삼성중공업 사외이사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그는 지난 3월까지 삼성중공업 사외이사직을 6년간 맡아왔다. 비록 사외이사직이라 할지라도 경쟁업체의 직함을 달고 있는 까닭에 언행을 삼갔을 수밖에 없을 것이란 게 그의 부연이다.

현대중공업과 한국산업은행은 지난해 3월 대우조선해양 본 계약을 체결했다. 체결과 함께 정부와 학계, 그리고 조선업계가 주축이 된 한국조선산업 발전협의체 구성 추진을 약속했다. 2개월여가 흐른 지난해 5월 ‘조선해양산업 발전협의회’가 출범하게 됐다. 초대회장은 신종계 전 교수가 맡으며 현재까지 회장직을 유지 중이다.

이와 관련해 현대중공업그룹 측은 “국내 학계의 정상급 인사인 신 교수를 기술자문으로 모실 경우 다양한 분야서 도움이 될 수 있다는 판단아래 모시게 됐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