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주고받듯 가상화폐 전달
규제 불확실성·부정적인 인식 등 해결과제

자료=그라운드X
자료=그라운드X

카카오가 가상화폐 전자지갑 ‘클립’을 새로 선보였다. 가상화폐를 카카오톡 앱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듯 주고받을 수 있게 됐다. 클립은 가상화폐 대중화를 이끌 기대주다. 다만 가상화폐가 투기란 선입견이 있어 클립 역시 이를 해결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클립은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에서 쉽게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별도의 앱 설치 없이 카카오톡 모바일 앱 우측 하단 ‘더 보기’ 탭 내 ‘전체 서비스’ 메뉴에서 이용할 수 있다. 회원가입과 로그인 역시 카카오 계정을 그대로 이용하면 된다.

◇카카오톡처럼 손쉽게 주고받는 가상화폐

클립 사용자는 클레이튼 기반 소셜, 게임, 쇼핑 등 블록체인 애플리케이션(비앱·BApp)에서 받은 가상화폐를 보관하거나 카카오톡 친구에게 보낼 수 있다. 클레이튼은 그라운드X가 지난해 6월 선보인 글로벌 퍼블릭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클립은 현재 클레이튼의 자체 토큰인 클레이를 포함 총 11종의 가상화폐와 비앱이 발행한 토큰(NFT)을 지원한다. 그라운드X는 클립에 담을 수 있는 디지털 자산의 개수와 종류를 지속해서 늘릴 계획이다.

클립의 차별화 포인트는 블록체인이나 가상화폐를 잘 모르는 일반인도 쉽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쉬운 사용성 ▲높은 보안성 ▲광범위한 확장성 등에 주안점을 두고 개발됐다. 이용자는 클립에서 카카오톡 친구 리스트를 이용해 간편하게 가상화폐를 주고받을 수 있다. 

클립은 복잡한 블록체인 지갑 주소를 알지 못해도 사용할 수 있다. 일반적인 가상화폐 지갑들은 지갑 생성시에 프라이빗키와 퍼블릭키를 발급받는다. 발급받은 프라이빗키는 이용자가, 퍼블릭키는 발급앱이 보관한다. 반면 클립은 그라운드X가 자체 개발한 ‘키 관리 서비스(KMS)’를 통해 이용자가 보안키를 보관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가상화폐 전송 속도 역시 일반적인 모바일 뱅킹 이체만큼 빠르며 수수료도 부과되지 않는다.

그라운드X는 클립의 지속적인 업데이트도 이어갈 방침이다. 올 하반기 중에는 클레이튼 기반의 다양한 비앱들과 클립을 직접 연동시킬 예정이다. 

한재선 그라운드X 대표는 “클립은 미래 인터넷 패러다임의 핵심 요소인 디지털 자산을 카카오톡이라는 친숙한 플랫폼상에서 경험해 볼 수 있는 서비스”라며, “블록체인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어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사용성과 편의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개발했다”고 말했다.

◇클립, 대중화까지 넘어야 할 산 많아

클립은 이용자 4000만명을 확보하고 있는 카카오톡에 탑재된 순간부터 다른 가상화폐 지갑과 비교해 엄청난 우위를 점하게 됐다. 특히 가상화폐나 블록체인을 전혀 모르는 이용자들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은 큰 장점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이번 클립 출시가 블록체인 기술 및 가상화폐 대중화를 이끌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대중화에 성공하기까지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지적이다.

먼저 이번에 출시된 클립 버전의 경우 기존 비앱들과의 연동이 지원되지 않는다. 사실상 가상화폐를 주고받고 저장하는 기능이 전부다. 비앱과의 연동을 통해 가상화폐를 직접 사용하는 경험을 이용자에게 제공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라운드X는 하반기 중 비앱과의 연동을 업데이트하겠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일정은 공개하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에 탑재됐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대중화 기반은 마련한 셈”이라며 “다만 클립 출시와 동시에 비앱이 연동됐다면 이용자들에게 더 큰 인기를 끌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밝혔다.

특히 클레이튼의 자체 가상화폐인 클레이를 활용할 곳이 현재로서는 없는 상태다. 거래소에서 팔고 사는 것 외에는 할 수 있는게 없다. 

가상화폐를 둘러싼 규제 불확실성과 투기수단이라는 오명도 클립이 향후 넘어야 할 오랜 과제다. 국회는 지난 3월 암호화폐 거래소에 대한 규제를 담은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통과시켰다. 거래 투명성 확보, 보안성 강화 등이 골자다. 업계에서는 규제 불확실성이 어느정도 해소됐다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여전히 가상화폐를 둘러싼 많은 영역이 법의 사각지대에 있다. 블록체인 기반 서비스들이 게임, 유통 등 여러 영역에 걸쳐 다양하게 개발되고 있는 만큼 관련 법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실제로 일부 업체들은 규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관련 사업을 정리하기도 했다. 한국형 넷플릭스라고 불린 왓챠의 경우 최근 블록체인 프로젝트인 ‘콘텐츠 프로토콜’ 서비스를 중단했다. 콘텐츠 프로토콜측은 “지속되는 가상화폐 규제에 따른 불확실성과 사업 전망 부족으로 본 프로젝트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가상화폐에 대한 대중들의 부정적인 인식도 해결과제다. 이미 국내에서는 지난 2017년 비트코인 광풍이 불었던 적이 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투기 목적으로 비트코인을 사고팔았고, 이는 사회적 문제로 불거지기도 했다. 카카오 역시 이를 의식해 클레이의 국내 상장을 최대한 미뤘으나, 일부 국내 거래소가 카카오와 상의없이 클레이를 상장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더 근본적인 문제도 있다. 가상화폐가 제대로 된 화폐 역할을 할 수 있느냐는 질문이다.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들은 대부분 24시간 내내 계속해서 가격이 변한다. 만약 가상화폐로 구입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이 고정돼 있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느 시점에 사느냐에 따라 상대적으로 이득을 볼 수도, 손해를 볼 수도 있는 구조다. 특히 향후 가상화폐의 가치가 계속해서 올라갈 것이란 시장의 신호가 나타날 경우, 이용자들은 이를 사용하기보다는 계속해서 모으기만 할 가능성도 높다.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 내부에서도 클레이 사용처와 관련해 고민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파트너사들과 계속해서 관련 내용을 공유하고 있다. 아직은 가상화폐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활동도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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