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법 개정 등 강력범죄 처벌강화 관련 선택 미뤄선 안 될 시점 도래

대한민국처럼 법 잣대가 희한한 나라는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단순히 법이 강하다 약하다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법을 만들거나 적용하는 사람들의 의식과 국민 법 감정 사이 괴리가 너무 크게 벌어져 버렸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던 한 사람이 자기차로 스쿨존에서 운전하다 실수로 어린아이를 숨지게 하면 징역살이를 하고 그 이유로 일자리를 잃게 될 수 있다. 그런데 차를 훔쳐 달리다 길가는 사람을 치어 숨지게 해도 나이가 어리면 소년법 적용을 받아 교도소에 안 간다. 심지어 전과가 있더라도 말이다. 법이 성실한 사회인에 대한 영향력은 상당하지만, 정작 적극적 범죄행위를 하는 사람 앞에선 작아지는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속된 말로 별 짓을 다해도 무기징역 이상은 거의 안 나온다. 가정폭력 문제로 이혼 소송을 제기한 아내를 찾아가 흉기로 수 십 차례 찔러 살해해도 징역 25년 받는다. 검찰이 사형을 구형해도 법원에서 깎인다. 언제부턴가 대한민국 법원에선 징역 20년 이상 정도면 최고 엄벌이 됐다. 살인에 대해서도 이렇게 관대하니 다른 범죄는 말할 것도 없다. 그러다 보니 지속적으로 스토킹하고 성추행하고 묻지마 폭행하고 하던 범죄 계속한다.

처벌 강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범죄 억제효과가 없다고 주장한다. 해외 사례 및 조사내용 등을 주로 예로 든다. 허나 점점 설득력을 잃어간다. 이미 범죄자들이 형을 깎으려고 반성문을 대필하거나 자신이 소년법 적용대상인지 인지하고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요즘 범죄자들 사이에선 심신미약 주장은 기본 옵션이다. 범죄자들이 법전 머리 꼭대기에 있는 것이고 다시 말해 처벌 수위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이다.

처발강화가 효과 없다는 자료들은 그 의견을 뒷받침할 하나의 근거다. 허나 그 반대 주장도 근거들이 있다. 처벌을 강하게 하는 다른 나라들이 범죄 억제력 관련 조사내용을 못 봐서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니다.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고 판단해서다. 결국 선택의 문제다. 그리고 N번방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이제 더 이상 그 선택을 미룰 수 없다.

그 상징적 선택이 바로 최근 이슈인 소년법 폐지 및 개정 여부다. 최근 중학생들이 차를 훔쳐 도주하다 열심히 아르바이트 하고 살던 대학생을 치어 죽게 한 사건과 관련, 소년법을 폐지해 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왔다. 청와대는 사회적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문재인 대통령도 2017년 소년법 폐지 및 개정 문제와 관련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소년법 개정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에 대해 어떤 현실적 대안을 갖고 있는지. 인성교육을 강화한다던지 하는 아름다운 방법들을 해결책이라고 계속 주장하는데 왜 이 지경까지 오게 됐는지.

그리고 한 가지 덧붙이고 싶다. 소년법 관련 논의를 할 때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청소년들의 감수성이나 범죄를 기준점으로 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안타깝지만 친구를 감금해 폭행하고 성매매 시키고, 사문서 위조하고, 헤어진 여자친구 집 앞에 성관계했던 사진 붙이고 그 부모에게 보셨냐고 묻는 이들이 오늘날 소년법 적용 대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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