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일시적인 현상일 뿐"
전문가 "전 세계적 수요 위축으로 인한 가격 하락"
중·장기적으로 인플레이션 우려하는 목소리도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지난 2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는 모습 / 사진=연합뉴스

소비자물가가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통계청이 '일시적 현상'으로 선을 그었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수요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4.71(2015년=100)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0.3% 하락했다. 지난해 9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4% 하락해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후 8개월 만에 다시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1∼3월에 1%대를 기록했지만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되면서 4월에 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가 지난달에는 마이너스로 내려갔다.

농·축·수산물 가격은 3.1% 상승하기는 했으나 제유가 크게 하락하면서 석유류 가격이 18.7%나 떨어져 전체 물가를 0.82%포인트 낮췄다. 서비스 물가는 0.1% 상승해 1999년 12월 0.1% 이후 최저 상승률을 보였다.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가운데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0.7% 하락했다.

이번 소비자물가 하락으로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지금의 물가 하락이 디플레이션 초기 현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송영남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금은 소비자물가 하락은 디플레이션 경고”라며 “내수가 위축되고 순수출도 위축되면서 총 수요도 줄어들고 국내총생산(GDP)도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부 식료품 가격 상승하긴 했는데 전 세계적인 수요 위축으로 가격 하락이 따라오고 있다. 위험한 상황”이라며 “단순한 유가 하락에 의한 물가 하락이라면 굳이 경제를 자극할 이유가 없다. 정부가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수요를 자극한다는 것은 결국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통계청은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해 일시적 현상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안형준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디플레이션은 경기가 안 좋아지며 수요 부족에 의해 물가가 낮아져 일정 기간 지속하는 것을 일컫는데 이번 물가 하락의 원인은 수요 측 요인이라기보다 공급 측 요인이고 마이너스 물가 기간이 한 달밖에 되지 않았으므로 디플레이션으로 판단하기는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안 심의관은 “지난달 소비자물가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류 가격 급락이었고 교육분야 정책 지원으로 공공서비스 가격이 하락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며 “코로나19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으로 서비스물가 상승이 일부 둔화한 점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디플레이션은 경제 전반적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현상을 말하는데 수요가 급감하면서 소비가 줄어들어 물가가 내려가는 것을 뜻한다. 이것이 장기화되면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경기 불황에 접어들 수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지금의 상황이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현재 소비가 줄어들긴 했지만 긴급재난지원금으로 소비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에서 유가가 소비자물자 하락에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인 현상으로 봐야 할 것 같다”며 “국내의 경우 소비가 압력으로 작용할 만큼 줄지는 않았다. 삼겹살 가격이 오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윤 평론가는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물가가 뛰는 인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금 유동성이 큰 상황에서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인플레이션 압력이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 유가도 급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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