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구안 시행 동시에 고용 전략 유지···“복직 개입한 정부, 결국 해법 제시할 것”
지원 시 시장 반발 불가피···“명분 없는 지원, 최악 사례 만들어선 안돼”

쌍용차 수익성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쌍용자동차가 연이어 보유 자산을 정리해 자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국내 판매량도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정상운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업계는 이 같은 조치가 대주주가 사실상 손을 뗀 완성차업체에 대한 산업은행의 첫 지원 사례로 이어질지 주목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지난해부터 경영 정상화를 위해 자구안을 연이어 내놓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노조가 비상경영에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후 상여금을 비롯해 각종 수당을 반납했다. 최근에는 부지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를 이어가고 있다.

부지 매각을 통해 급한 불은 껐다는 평이다. 구로동 서울서비스센터(1800억원), 부산 물류센터(260억원) 등 매각을 통해 2000억원을 확보했다. 여기에 앞서 마힌드라가 지원한 400억원 등을 합하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차입금(2540억원) 상환은 충분할 전망이다.

문제는 경영 정상화를 위한 운영 자금이다. 내수 판매량이 회복세로 돌아섰지만 수출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줄고 있다는 점, 누적된 적자가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추가적인 자금이 절실한 상태다.

쌍용차에 대한 정부 지원은 금융위원회가 산은 측으로 떠넘긴 상태다. 지난달 29일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기자들과 만나 쌍용차 기간산업안정기금 지급을 두고 “코로나19로 인한 문제인지, 근본적인 문제인지 판단을 해봐야 할 것”이라며 “주채권은행이 판단할 문제”라고 밝혔다.

쌍용차의 주채권은행은 산은이다. 다만 과거 한국GM 사례와 달리 산은은 쌍용차 지분을 보유하지 않고 있다. 산은이 한국GM을 지원했을 당시 지원 명분은 ‘2대주주’라는 점이었다. 시장에선 산은이 쌍용차를 지원할 경우 명분 없는 ‘특혜 지원 사례’를 만들 수 있다며 우려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선 쌍용차의 고강도 자구안과 고용 유지 전략이 지원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목한다. 완성차업체 한 관계자는 “쌍용차가 고강도 자구안을 시행하면서도 고용은 유지하고 있다”면서 “명분 없는 기업 지원이라는 최악의 사례로 지적받을 수도 있지만, 정부 정책을 감안하면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쌍용차는 2016년 4분기 이후 단 한 차례도 분기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자본잠식도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쌍용차의 자본금 7492억원이다. 반면 자본총계는 2098억원에 불과하다. 1년 만에 자본총계가 5000억원가량 소진된 것이다.

다만 시장에선 명분 없는 지원 사례를 만들어선 안 된다는 반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원이 이뤄지면 말도 안 되는 사례가 생기는 꼴”이라면서 “기업들이 위기에 놓일 때마다 똑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 정부 지원 후 마힌드라가 다시 개입하면 정말 모양이 이상해진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의 반응도 회의적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GM 사례와는 다르다. 5000억원 이상을 지원해도 향후 생존 가능성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면서 “다만 정부가 쌍용차 해고 노동자 복직 과정 등에 개입했기에 어떻게든 대응책을 내놓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쌍용차의 대주주는 마힌드라그룹이다. 당초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에 대해 향후 5년간 2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으나 현재는 모두 철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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