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기아차 모닝 판매 3452대 그쳐···신형 출시에도 전년 대비 20% 감소
소형 SUV·전기차에 밀려 경차 경쟁력 떨어져···4년새 점유율 절반 가까이 하락
광주형 일자리 효용성도 의문···“시대 착오적 발상”

기아차 모닝 판매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기아차 모닝 판매 추이.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기아자동차가 지난달 신형 모닝을 출시했으나 신차 효과를 보지 못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5월 모닝 판매는 3452대로 전년 대비 19.8% 감소했다. 이는 최근 3년간 월 평균 판매에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지난 2017년 모닝 월 평균 판매는 5870대였으며 2018년과 2019년에는 각각 4920대, 4197대를 기록했다.

최근 기아차 신차들이 출시 직후 판매가 급증한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지난해 말 출시한 K5는 12월 6252대를 기록하며 전년보다 30% 판매가 늘었다. 올해 1~5월에는 평균 7336대를 판매하며 기아차 전 차종 중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또 지난 3월 신형을 출시한 쏘렌토는 2개월 연속 9000대를 넘기며 전년 대비 2배 가까이 판매가 증가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번 신형 모닝 부진이 경차 시대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보는 의견이 제기된다. 신형 모닝은 내외장 디자인을 개선하고, 동급에서는 보기 힘든 각종 운전자 보조시스템까지 탑재했으나 판매를 늘리지 못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최근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전기차 등이 급성장하며 경차 입지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갈수록 큰 차를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경차에서 소형 SUV로 수요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소형 SUV시장은 지난 2015년 티볼리 출시 이후 매년 성장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기아차 셀토스와 올해 르노삼성 XM3, 한국GM 트레일블레이저까지 가세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5년 국내 소형 SUV 시장은 8만여대 수준이었으나, 4년 만에 22만여대까지 규모가 커졌다. 올해에는 XM3, 트레일블레이저 등 신차 효과에 힘입어 25만대 고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경차 시장은 매년 줄어들고 있다. 2015년 국내 경차 판매는 17만4318대 수준이었으나 지난해에는 11만5262대로 33% 감소했다. 자동차 데이터 연구소 카이즈유 조사 결과 2015년 경차 신차 등록 비중은 11.1%였으나 매해 떨어지며 2020년에는 6.7%까지 하락했다.

경제성에서도 전기차에 밀린다. 경차는 다른 차급보다 낮은 가격과 세금감면, 통행료·주차장 할인 등 혜택으로 경제성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다양한 전기차들이 출시되면서 경차 경쟁력이 줄어들게 됐다. 소형 전기차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 보조금을 받으면 20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신형 모닝의 경우 기본 트림 가격이 1195만원부터 시작해 최고 트림에 풀옵션을 더하면, 1000만원대 후반까지 올라 예전에 비해 가격 경쟁력도 떨어졌다. 여기에 유류비 차이까지 감안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는 경차 매력이 반감된다.

한편 신형 모닝마저 부진을 면치 못하자 광주형 일자리 효용성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고개를 들고 있다. 경차 경쟁력이 떨어지며 시장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사업이 정상 운영될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다.

지난해 9월 광주시와 현대차, 부품사 등 37개사는 7000억원을 투입해 ‘광주글로벌모터스’를 합작 설립했다. 광주 빛그린 산단내 62만8000㎡ 부지에 공장 건설에 착수했으며 내년 9월 완성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차량은 1000cc 미만 경형차로 연 10만대 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전세계 자동차 산업이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해외 기업들도 소형차 개발을 중단하고, 차급을 높이며 수익개선에 나서고 있다”며 “소비자들도 갈수록 큰 차를 원하고 있는 상황에서 경차를 10만대 추가 생산하는 것은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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