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산업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
소비 여력보다 방역이 걸림돌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정부가 1600억원이 넘는 할인 소비쿠폰을 풀어 내수 회복에 나서겠다고 밝혔지만 벌써부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할인쿠폰이 적용되는 분야 대다수가 대면을 통한 서비스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에 대한 한시적 부가가치세 면제나 직접지원 방식이 오히려 낫다는 의견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 1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관계기관 합동 브리핑에서 “내수회복이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하다”며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소비력을 재생하기 위해 8대 분야에 소비쿠폰을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할인 소비쿠폰은 1684억원 규모로 지급되며 숙박·관광·공연·영화·전시·체육·외식·농수산물 등 8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다. 정부는 소비쿠폰을 통해 약 9000억원의 소비를 이끌어낸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이들 8개 분야는 모두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입은 업종이다. 즉, 코로나19의 강한 전염성 때문에 대면 서비스를 기피하면서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업종인 셈이다. 타격이 큰 업종부터 살려야 하는 정부의 뜻이 반영됐지만 정작 소비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업종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8개 분야 대다수는 외출을 해야 이용할 수 있고 많은 이들이 이용하는 서비스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의 지역 감염이 좀체 줄어들지 않고 신규 확진자 수도 감소세를 보이다가 다시 증가세를 보이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방역 당국은 모임을 자제를 권고하고 지방자치단체는 다중이용시설의 집합 제한을 내리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적인 대면 서비스를 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많은 이들이 이용할지는 미지수다.

소비쿠폰은 경제 위기 시 내수 회복의 방법으로 사용되는 경제 정책 중 하나다. 지난 1999년 일본에서 활용한 바 있지만 일본에서는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절약정신이 강한 일본인들은 소비보다는 저축을 택했고 국가 재정만 깎이고 소비는 진작시키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소비쿠폰이 내수 회복에 큰 도움이 되지는 못할 것으로 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소비쿠폰도 효과는 당연히 있긴 하겠지만 세금을 거둬들인 것 이상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라며 “소비쿠폰으로 당연히 소비를 하겠지만 이 소비가 원래 하려던 소비를 대체하게 되면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쿠폰으로 재정 소요는 많은데 효과가 낮다면 이를 고착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효과를 높이려면 소득이 낮은 계층들 위주로 생활에 꼭 필요한 물건을 사는 소비 쿠폰으로 지급해야 한다. 업종을 제한하는 것이 아니라 식료품 등 필요한 물품을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방역이 전제되지 않는 한 관광, 공연 등 대면 산업은 활성화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왔다. 윤석천 경제평론가는 “경제활동을 재개하려면 방역이 선행돼야 한다. 안전하다는 인식이 들 때까지는 소비쿠폰의 소비 촉진 효과는 적을 것”이라며 “원래 소비쿠폰은 내수 회복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찌만 지금은 방역이 우선시 되는 상황이라 여느 때와 다르다. 방역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어떤 정책도 효용 가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 역시 비슷한 의견을 드러냈다. 정 연구소장은 “방역 당국은 만나지 말라고 하고 모임을 가지 말라고 하는데 그쪽에 정부가 돈을 써서 독려하는 것도 애매한 상황이다. 정부가 내놓은 소비쿠폰은 고육지책일 뿐”이라며 “지금은 돈을 쓰고 싶어도 못 쓰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소비쿠폰이 큰 효과를 낼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8개 분야에 대해서는 소비쿠폰을 통한 회복보다는 자영업자에 대한 지원책을 강화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성 교수는 “코로나19로 타격을 입은 업종은 비대면 문화를 해소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영업자 지원 대책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정 연구소장은 “차라리 8개 분야 업종의 임대료를 한시적으로 면제하고 부가가치세를 면제하는 방식이 그들이 버티게 하는 힘이 될 것”이라며 “소비쿠폰에 지급할 돈으로 차라리 소상공인을 직접 지원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