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실었지만 “올해도 아픈 손가락”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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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회장의 미래 성장동력 자동차 전장 사업이 좀처럼 본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LG전자와 LG이노텍 모두 매년 사업 외형을 키워왔지만 여전히 적자상태인데다가 올해는 코로나19를 변수로 만나 사업 수익성이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양사 모두 전장 사업 대규모 투자에 따른 고정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원가개선에 집중할 전망이다.  

2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VS사업본부는 올 2분기 매출 1조원대, 영업손실 1000억원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1분기 대비 매출(1조3193억원)은 약 20%줄고 영업손실(968억원)은 5%가량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일부 증권사는 영업손실 규모가 1300억원대로 떨어질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권성률 DB금융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엔 주문이 줄고 과거 저수익성 수주 여파로 제품믹스가 악화하면서 전 분기 대비 적자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는 연간 적자 규모가 지난해보다 확대되며 내년 3분기쯤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 어둡게 전망한 이유는 1분기 코로나19 여파로 전세계 완성차 업체의 해외 공장 가동이 중단된 데다가 수요 회복 시점이 불투명해서다. LG전자의 주요 고객사인 GM을 비롯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올해 3월부터 지난달 중순까지 해외 생산라인 셧다운 조치를 단행하면서 부품 공급도 줄었다. LG전자는 주로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나 텔레메틱스 등 부품 사업을 통해 매출을 내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부품 원가 개선에 집중해 수익성을 끌어올릴 계획이나 하반기에도 코로나19 여파로 사업 변수가 많아진 상황이다.

LG전자의 전장사업이 올해까지 4년 연속 연간 영업적자를 기록할 가능성도 높아졌다. LG전자의 전장 사업은 2016년 이후로 매출과 영업손실 규모가 함께 불어나고 있다. 지난해 VS사업본부는 신설 이후 처음으로 5조원대 매출을 넘어섰지만 영업손실 규모도 1949억원으로 전년 대비 8% 확대됐다. 거래선을 확보하기 위한 출혈 경쟁 여파로 추정된다. 권 연구원은 ”올 2분기 초까지 지속된 완성차 공장 셧다운 이슈는 하반기엔 해소될 것으로 보이지만 상반기 부진 여파로 연간으로는 전장 사업의 적자 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차량용 모터 및 센서 사업에 집중하는 LG이노텍도 코로나19 여파로 수익성이 급락했다. 올 1분기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부는 매출 2833억원, 영업손실 39억원의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로 매출(2729억원)은 4% 늘었지만 영업손실(6억원) 폭은 6배 넘는 규모로 커졌다. 1분기 LG이노텍의 해외 모터 및 센서 공장 가동률은 전년 동기(72.9%)에 비해 하락한 44.6%를 기록했다. 지난 2년 간 매년 1분기 중 가장 저조한 가동률이다.

이번 2분기엔 1분기보다 손실 폭이 더 벌어질 전망이다. 증권업계선 올 2분기 LG이노텍이 150억원대 적자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해외 공장 셧다운 여파로 인해 고부가 부품 공급이 줄면서다. 김운호 연구원은 “LG이노텍의 전장부품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비슷하지만 영업적자 규모는 전 분기 대비 증가할 것”이라며 “1분기보다 제품 믹스가 악화될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LG그룹 전자 계열사인 LG전자와 LG이노텍 모두 전장 사업을 장기적인 미래 먹거리로 지난 2년간 대규모 설비투자를 지속해왔다. LG전자 VS사업본부는 지난 2018년 1조원이 넘는 설비투자액을 집행했고 LG이노텍은 지난 2년간 전장부품 사업에 1300억원대 투자를 단행했다.  

성과도 있었다. LG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 10곳 이상을 고객사로 확보했고 LG이노텍은 글로벌 10대 티어1 업체 중 8곳의 부품 공급선에 진입했다. 

다만 전장 사업 특성상 신규 공급선 진입이 어렵고 수익 사업으로 자리 잡기까지 수년이 걸린다는 점을 감안해도 매출이 줄고 고정비가 가중되는 점은 부담이다. 일각에선 향후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업황 회복에 따라 설비투자 속도를 조정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LG전자는 VS사업본부에 설비투자 6070억원을 집행한다. 지난해 설비투자(6293억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나 지난 2018년(1조7198억원) 대비로는 65%가량 줄어든 규모다. 

LG이노텍도 1분기 전장부품 사업 설비투자액을 152억6100만원으로, 전년 동기 설비투자(231억9700만원)보다 34.2% 투자 규모를 줄였다. 같은 기간 기판과 광학솔루션 사업의 설비투자액이 대폭 확대되면서 전사 설비투자(1258억9300만원)가 전년 동기(653억3700만원) 대비 2배 가까이 확대된 점과 대비된다. 전장 부품 업계 관계자는 “1분기보다 2분기에 실적 타격이 더 가시화될 것"이라면서도 "3, 4분기부터는 적자 폭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고부가 제품 매출 비중을 확대해 수익성을 개선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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