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예비심사 청구서 제출로 IPO본격화···증권사별로 시가총액 3~6조원 제시 '설왕설래'
지난해 SM·YG·JYP 합친 것보다 이익 더내···BTS 매출 의존도 높아 지속가능성 회의적 평가도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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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소속사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 절차에 들어가면서 기업가치를 놓고 증권가가 설왕설래하고 있다. 5조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3조원 수준일 것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기업가치 논란은 방탄소년단이 차지하는 매출비중이 절대적인 현 상황에서 회사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어떻게 보느냐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투자자들의 시선을 의식한 듯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상장을 준비하며 사업다각화를 적극 추진해왔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적정 기업가치는

2일 증권사 및 금융투자(IB)업계에 따르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는 현재 최소 3조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2005년 설립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2013년 6월 소속 보이그룹 방탄소년단이 데뷔한 이후 급성장을 해왔다. 지난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매출은 5872억원, 영업이익은 987억원으로 전년보다 매출은 174%, 영업이익은 54%가 늘었다.

올해 2월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주관사 경쟁입찰에서 증권사들은 회사의 기업가치를 6조원으로 제시했다. 치열한 경합 끝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대표상장 주관사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JP모건이 선정됐고 미래에셋대우는 공동주관사로 뽑혔다. 그러나 이후 코로나19 사태가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콘서트 매출비중이 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실적감소 우려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이베스트투자증권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로 3조원을 제시했다. 국내 연예기획사 ‘3강’인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테테인먼트의 영업이익 총합보다 빅히트의 영업이익이 많다는 점을 근거로 삼았다.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테테인먼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04억원, 20억원, 435억원으로 총합은 858억원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들보다 15%정도 더 많은 영업이익을 냈다. 김현용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테테인먼트의 시가총액 합이 2조원 수준이기에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그보다 높게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나금융투자는 3조9000억~5조2000억원으로 분석했다. 이기훈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코로나19로 2020년의 실적 불확실성은 높지만 정상화된다면 2021년 예상 매출은 최소 7500억원, 영업이익은 1500억원 이상”이라며 “자회사 플레디스를 포함해 2021년 영업이익은 1800억원 내외로 추정되고 주가배수모형(P/E 멀티플)에 따라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는 3조9000억~5조2000조원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메리츠증권은 다소 다른 의견을 내놨다. 이효진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해외매출은 대부분 콘서트 매출인데 지난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해외매출 비중은 60%로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JYP엔테테인먼트의 45% 보다 높다”며 “2020년에는 실적악화 폭이 상대적으로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하반기 상장 시 올해 상반기 실적이 발표되면서 눈높이가 낮아질 것이고 다가오는 방탄소년단 군입대로 높은 밸류에이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5월28일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에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했다. 한국거래소 규정에 따르면 45영업일 이내에 상장 예비심사승인 여부를 결정해 통보해야 한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상장예비심사를 통과하면 효력은 6개월 동안 유지된다.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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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성’ 설득할 수 있을까

일각에서는 올해 초 증권사들이 상장 주관사 자리를 따내기 위해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렸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연예기획사 가운데 가장 매출다각화를 잘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JYP엔터테인먼트의 주가수익비율(PER)이 20배 전후인 상황에서 빅히트엔터테인먼트에 30~40배의 PER을 적용하는 것이 다소 과하다는 시선이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매출의 90%를 방탄소년단에 의지하고 있고 멤버들의 나이 역시 이제 어리다고는 볼 수 없다. 군 입대 문제도 존재한다. 특정 아티스트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을 앞두고 꾸준히 약점으로 지적됐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투자자들의 이 같은 지적을 받아들여 최근 2년 동안 사업다각화를 꾸준히 준비해왔다. 방탄소년단에 치우친 매출구조에 변화를 주기 위해 지난해 방탄소년단 데뷔 6년 만에 처음으로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를 데뷔시켰다.

특히 2019년부터는 인수합병이나 지분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CJ ENM과 합작 연예기획사 빌리프랩을 설립했고 걸그룹 여자친구 소속사인 쏘스뮤직을 인수해 걸그룹 포트폴리오를 보강했다. 게임회사 수퍼브의 지분인수에도 나서면 수익을 다각화하기도 했다.

상장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하기 직전인 올해 5월25일에는 보이그룹 세븐틴과 뉴이스트 소속사인 플레디스의 최대주주에 올랐다. 세븐틴은 음원시장에서 방탄소년단에 이은 2위권 보이그룹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영진 역시 개편하고 있다. 걸그룹을 육성하기 위해 지난해 민희진 SM엔터테인먼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최고브랜드책임자(CBO)로 영입했고 올해 3월에는 영실업과 ADT캡스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았던 P&G 출신의 전인천씨를 영입했다. 이어 박지원 전 넥슨 최고운영책임자(COO)를 최고경영자(CEO)로 영입했다.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이러한 노력은 IPO를 앞두고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김현용 연구원은 “올해 4분기에는 빌리프랩 출신 보이그룹, 2021년에는 신인 걸그룹, 2022년에는 신인 보이그룹까지 론칭이 계획되어 있어 방탄소년단의 비중은 내년부터 60%대로 떨어질 전망”이라며 “기업가치 산정에서 동종업종은 아니지만 스튜디오드래곤과 비교되면서 PER 30~40배 수준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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