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지난 4월 이후 인버스 1조3500억원어치 넘게 사들여
지수는 2개월 동안 16% 상승···인버스 투자 수익률은 급감
개인 투자자 매수세 인버스에서 NAVER·카카오로 옮겨가

주가지수 하락을 예상하고 이른바 ‘곱버스’(곱하기+인버스) 상품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증시 분위기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반등장에서 대규모 순매수에 나섰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지수 상승세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까닭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4월부터 이달 1일까지 곱버스라 불리는 ‘KODEX200선물인버스2X’를 1조3527억원어치 사들였다. 이는 개인 순매수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금액이다. 지난 3월 동학개미운동의 핵심 종목이었던 삼성전자(9355억원 순매수)와도 큰 격차를 보인다.

곱버스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가 다시금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 3월 증시가 급락한 이후 반등하긴 했지만 여전히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2차 하락이 발생할 것이라는 예측에서였다. 이에 코스피200 선물 지수의 하락에 1대 1로 연동하는 상품이 아닌 수익률이 두 배 증가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자들이 대거 몰린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예상과는 달리 주가지수는 두 달 동안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지난 4월 1일 234.23에 시작한 코스피200 지수는 이달 1일 273.19을 기록했다. 두 달 동안에 16.6% 상승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정점을 찍고 내려온 데다 봉쇄에 나섰던 글로벌 주요국들이 경제 재개에 나서면서 투자 심리가 회복됐던 점이 상승의 배경이었다.

반대로 곱버스 상품들의 수익률은 곤두박질쳤다. 대표적으로 KODEX200선물인버스2X는 이달 1일에 6020원으로 장을 마쳤는데 이는 4월 1일 시작가인 8230원 대비 26.8% 급락한 것이다. 국내 증시에 상장된 다수 종목들이 이 기간 반등한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수익률은 곱버스 투자자들에게는 아쉬움이 큰 결과다.

주가지수 하락을 예상하고 이른바 ‘곱버스’(곱하기+인버스)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증시 분위기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주가지수 하락을 예상하고 이른바 ‘곱버스’(곱하기+인버스)에 투자한 개인 투자자들이 최근 증시 분위기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국내 증시가 지속적으로 상승 흐름을 보이면서 곱버스 상품에 투자하는 매수세도 약해지는 모양새다. 특히 언택트(비대면) 수혜주들이 각광 받으면서 NAVER와 카카오 등 종목이 개인들의 인기 투자 종목이 되고 있는 상태다. 실제 지난달 기준으로 개인 매수 상위 종목을 살펴보면 삼성전자(4988억원), NAVER(4080억원), 카카오(3629억원), SK(2553억원) 등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KODEX200선물인버스2X(2279억원)는 이들 다음이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개인들의 투자 양상이 삼성전자에서 원유 파생상품으로, 원유 파생상품에서 인버스 상품으로 옮겨갔지만 전체적으로는 큰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이 중 인버스는 증시 상황을 판단할 수 있는 오랜 경험과 통찰력이 더해져야 하는 쉽지 않은 투자로 헤지용이 아닌 단순한 감으로 방향성 베팅을 할 경우 리스크가 크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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