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수소차 등 모빌리티 진화의 핵심 ‘배터리’
자체기술력 키우는 현대차, 한화와 손잡고 유관사업 ESS 진출선언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현대자동차그룹이 ‘배터리 벨류체인’을 강화하고 있다. 단순히 배터리를 수급 받는데 그치지 않고 이를 개발·생산하는데 힘을 쏟고, 유관사업에도 진출하는 등 존재감을 키워가고 있다.

2일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차는 한화큐셀과 연계해 에너지저장장치(ESS) 공동개발·사업협력 체계를 구축했다. 회수된 배터리를 한화의 태양광 시스템과 연계해 △ESS 제품 공동개발 △한화큐셀 독일연구소 태양광 발전소를 활용한 실증사업 △태양광 연게 대규모 ESS 프로젝트 공동 발굴·수행 등에 나선다는 심산이다.

배터리는 충·방전이 거듭될수록 성능이 저하된다. 80% 수준을 하회하는 수준의 전기차 배터리는 일반적으로 폐배터리로 분류된다. 회수된 배터리는 활용가능 여부를 기준으로 재사용(Reuse)되거나 재활용(Recycle)된다. 현대차와 한화의 사업계획은 재사용이 핵심이다. 70~80% 수준의 배터리는 전기차에 적합하지 않지만, ESS에서는 충분히 사용 가능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삼성SDI·SK이노베이션 등 국내 배터리업체들은 물론이고 일본과 중국 업체들이 높은 관심을 갖는 분야가 폐배터리 사업”이라면서 “소모품인 까닭에 시간이 흐를수록 폐배터리가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는데, 이를 재활용하거나 재활용 기준에 부합하지 못한 폐배터리에서 핵심성분을 추출하는 사업이 주를 이룬다”고 설명했다.

폐배터리 사업에 나서는 업체들은 비단 배터리업체들에 국한되지 않는다. 올 1월부터 GS건설은 경북 포항 규제자유특구지역에 폐배터리 사업을 위한 투자를 진행 중이다. 이번 GS건설의 폐배터리 사업은 재사용이 아닌 재활용에 방점을 뒀다. 일각에서는 현대차와 한화가 재사용을 넘어 추후 재활용분야로의 진출도 도모하게 될 것이라 전망하기도 했다. 수익성과 잠재력 모두 재사용 분야를 웃돈다는 이유에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재사용 분야는 니켈·코발트·망간 등을 추출해야 하는 재활용 분야에 비해 진입장벽이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쟁이 더욱 치열할 것으로 예측된다”면서 “배터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중요성이 더욱 대두되는 사업이 폐배터리 재활용 사업인데, 경쟁사들에 비해 폐배터리 수거에 용이한 현대차 입장에선 이 부분도 숙고했을 것”이라 평했다.

현대차는 단순히 배터리 제조사들로부터 공급받는 데 그치지 않고 LG화학과 배터리 합작사를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난 곳도 충남 천안의 삼성SDI 배터리사업장이었다. 현대차가 배터리에 공을 들이고 있음을 방증하는 대목들이다.

이같은 행보의 배경은 현대차가 추진 중인 모빌리티 진화의 핵심기술이 바로 배터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개발을 완료하고 관련 신차비중을 대폭 늘리겠다는 복안을 밝힌 바 있다. 장시간 공을 들인 수소차 역시 수소와 산소를 반응시켜 얻은 전기를 이용해 모터를 구동하는 방식이다. 플라잉카 역시 탑재된 배터리의 전기가 동력원이다.

배터리는 기존 내연차의 엔진에 해당한다. 전체 생산비용의 40%를 차지하는 핵심기술로 분류된다. 내연차시대 때 자체 엔진개발에 열을 올렸던 것과 마찬가지로 차세대 모빌리티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갖춰야 할 기술력 역시 배터리인 셈이다. 실제 현대차는 차세대 모빌리티 연구 인력을 증원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 출신의 경력직 유치에도 적극적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이 복수의 업체들로부터 배터리를 납품받으면서 동시에 특정 업체와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하는 까닭은 배터리 납품가격 경쟁을 유발시키면서 동시에 안정적인 공급 등을 꾀하기 위함”이라면서 “배터리 분야에 강점을 보이는 한국의 사실 상 유일한 완성차 업체다보니 기존에도 배터리 시장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컸다”고 언급했다.

이어 그는 “현대차 역시 배터리 합작사를 설립함과 동시에 국내외 업체들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통해 기존 배터리 업체들과의 기술격차를 좁히고 자체 기술력 향상에 매진할 전망”이라면서 “또한 폐배터리 등 유관사업 진출을 통해 점차 영향력을 키워갈 조짐이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