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대출, 2개월 만에 50조원 불어나
1분기 4대 시중은행 대기업 대출···전 분기 比 16%↑
소호대출 등 자영업자 대출도 빠른 증가세

코로나 사태 이후 은행에서 빚을 내는 기업들이 크게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이미지=이다인 디자이너

코로나19 여파가 계속되는 가운데 은행의 기업대출 잔액이 1000조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직접 자금조달이 어려워진 기업들이 은행에서 현금을 빌려 ‘버티기’ 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경기 악화가 지속할 경우 기업대출을 중심으로 은행 연체율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대기업 대출 929조원, 2개월 만에 50조원↑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하기 시작한 이후 급격히 증가한 기업대출 잔액이 지난 4월 말에 들어 929조2000억원까지 불어났다. 두 달 동안 총 51조7000억원 증가했다. 같은 기간 가계대출은 23조7000억원 늘어난 915조700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권의 기업대출은 3월에만 전달 대비 18조7000억원이 늘었고 4월 들어 27조9000억원이 증가하는 등 증가세가 가팔라지고 있다. 가계대출이 3월에 전달 대비 9조6000억원 증가하고 4월엔 4조9000억원 늘어난 것과 비교해 기업대출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 

4대 은행별로 기업대출 증가 추이를 보면 대출이 필요한 경제주체는 대기업으로 나타났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3월 말 기준 대기업 대출 규모는 95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전 분기 대비 16% 증가했다. 잔액 기준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수준이고 전월 대비 증가폭도 역대 최대 규모다.

은행별로 국민은행의 1분기 대기업 대출은 21조40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20.2% 늘었다. 신한은행의 대기업 대출 잔액도 같은 기간 20조3000억원을 기록하며 15.5% 증가했다. 우리은행 대기업 대출도 같은 기간 14.2% 늘어난 38조원, 하나은행 대기업 대출은 14.4% 증가한 1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기업대출 가운데 대기업 대출이 크게 증가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며 “코로나19로 경기 침체가 길어질 것을 우려한 기업들이 현금 확보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대기업 대출과 함께 소호대출도 증가세를 유지했다. 4대 은행의 1분기 소호대출 규모는 208조8800억원에 달했다. 은행별로 국민은행 1분기 소호대출이 70조8000억원으로 전 분기보다 2.3% 늘었고 신한은행은 같은 기간 2.4% 증가한 47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하나은행은 0.7% 늘어난 45조4000억원, 우리은행은 1.7% 늘어난 44조7700억원을 기록했다. 

◇은행들 “기업들 언제까지 버틸지가 걱정”

업계는 가계대출과 함께 기업대출의 연체율이 증가하지 않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영상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많아진 것을 고려하면 은행에서 받은 대출 연체율부터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 연체는 한 달 이상 갚지 못한 대출을 의미하는 만큼 은행들도 코로나 사태 장기화에 따른 대출 건전성에 관심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4대 시중은행의 가계·기업대출 연체율은 4월 들어 상승 기미를 보이고 있다. 4대 은행의 지난 4월 말 기업대출 연체율은 각 은행마다 전달 대비 0.02~0.07%포인트 늘었다. 가계대출 연체율도 0.01~0.02%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기가 더 나빠지면 그 타격이 은행에 바로 오는 구조가 되고 있다”며 “기업들이 언제까지 은행 대출로 버틸 수 있을지가 걱정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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