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그룹, 경영정상화 위해 XM3 유럽 출시 앞당길 전망
르노삼성, XM3 기술개발·생산 노하우·한국 시장서 성공 등 스페인에 비해 우위
XM3 수출량 관건···10만대 이상 확보해야 경영정상화 가능

르노삼성 XM3. / 사진=르노삼성
르노삼성 XM3. / 사진=르노삼성

프랑스 르노그룹의 경영위기가 한국 르노삼성에게는 ‘XM3’ 수출물량을 확정지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경영정상화가 시급한 르노그룹이 XM3 개발과 생산을 담당하며, 수출 준비를 마친 한국공장에 물량을 배정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르노그룹은 지난달 29일(현지시각) 프랑스 내 인력 4600명을 포함해 전세계에서 1만5000여명을 감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생산 중단 및 수요감소가 겹치면서 경영난이 악화되자 인력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이다.

르노그룹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XM3 유럽 출시를 앞당길 필요가 있다. 신차 출시를 통해 매출 증대 및 수익개선을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XM3 유럽 수출물량은 르노삼성 부산공장과 스페인 바야돌리드 공장이 경합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르노그룹 위기를 계기로 르노삼성이 한 발짝 앞서나가게 됐다. XM3를 빠르게 출시하기 위해서는 기술개발과 생산 경험이 있는 르노삼성 측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르노삼성은 XM3 개발부터 생산·판매까지 전 과정을 담당했다. 이번에 한국에 출시한 XM3는 한국 뿐 아니라, 유럽 시장까지 염두해 두고 개발한 모델이기 때문에 유럽 수출모델과 큰 틀에서는 차이가 없다.

또 르노삼성이 한국에서 XM3를 성공시킨 점을 그룹에서도 높게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XM3는 지난 3월 국내 출시 이후 2개월 만에 1만1914대를 판매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 4월에는 6276대를 판매하며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 쏘렌토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XM3는 지난달에도 5000대 넘게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아직까지 르노그룹과 XM3 수출물량 배정과 관련해서는 협의를 시작하지 않았다”면서도 “르노삼성이 한국에서 XM3를 성공시킨 점, 코로나19 사태에 한국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지역이라는 점 등을 내세워 수출물량을 반드시 따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XM3 수출물량은 르노삼성 생존권이 달린 중요한 문제다.

르노삼성은 지난 4월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종료되면서 수출물량이 급감했다. 올해 1~4월 르노삼성 수출은 1만474대로 전년 대비 65.2% 감소했다. 지난해 닛산 로그 수출은 6만9880대로 르노삼성 전체 수출의 77%를 차지했다.

XM3는 닛산 로그를 대체해 르노삼성 수출을 책임질 핵심 모델이다. 앞서 언급했듯 한국에서는 이미 성공을 거두며 제품 경쟁력을 입증했다. 유럽 수출 모델은 한국과 크기나 성능, 디자인 측면에서 큰 차이가 없어 유럽에서도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물량이다.

닛산로그는 연 10만대를 생산하며 부산공장 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했다. XM3도 10만대 이상 수출물량을 확보해야 경영정상화가 가능하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유럽 자동차 시장이 침체됐으며, 르노그룹이 연간 생산을 400만대에서 4년 뒤 330만대 수준까지 줄이겠다고 밝힌 만큼 기존보다 수출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