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역대 최고액에 고령화 속도 빨라져 이중고
경제학자 "재정건전성 물려주는 것 중요해"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코로나19로 인해 추가경정예산안에 막대한 돈을 붓고 국채까지 발행하면서 미래 세대의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기존에 진행되고 있던 고령화까지 고려하면 미래 세대들은 노년층 부양비와 나랏빚까지 이중으로 책임져야하는 상황에 놓였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현재 정부가 발행하는 국고채·재정증권 등 국채와 공공기관이 발행하는 특수채 발행 잔액 합계는 1098조4000억원으로 올해 들어 78조3000억원 증가하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발행 잔액은 국채 753조5000억원, 특수채 344조9000억원이다. 각각 올해 들어 65조7000억원, 12조6000억원 증가했다.

국채는 국가가 공공목적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하거나 기존에 발행된 국채의 상환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국회는 지난 3월 본회의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11조7000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통과시켰는데 이 가운데 10조3000억원은 정부가 적자국채를 발행해 마련했다. 또 지난달 30일 전 국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위해 3조4000억원을 국채 발행으로 충당하기로 했다. 특수채는 서민형 안심전환대출 공급을 위해 발행이 늘어났다.

1분기 국채 발행액은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6년 이후 가장 많았다. 전문가들은 올해 적자 국채 발행액이 100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그동안 작은 경제 규모와 저성장, 고령화를 고려해서 나랏빚을 GDP 대비 40% 이하로 유지해 왔다. 하지만 국채가 점차 늘면서 이 비율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미래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이 늘어나게 됐다.

경제학자들은 미래 후손들에게 재정건전성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다며 빚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송영남 전북대 경제학부 교수는 “국가 부채를 내려면 미래 세대들이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 코로나19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부담을 국채로 메우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이는 곧 젊은 사람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며 “노인 부양 부담에 부채까지 갚아야 하는 상황이 되면 굉장히 힘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 교수는 이어 “훌륭한 자연을 물려주는 것뿐만 아니라 훌륭한 재정건전성을 물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1월 12일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주민등록 인구 평균연령은 42.6세로 2008년 관련 통계 공표 이래 가장 높았다. 주민등록인구 평균연령은 지난 2008년 37세에서 꾸준히 높아져 2014년 처음 40세를 돌파한 뒤 2018년에는 42.1세를 기록했다.

연령대별로 보면 40대 이하는 모두 인구가 감소했고 50대 이상은 증가했다. 연령계층별로는 생산가능인구인 15∼64세가 전년도보다 19만967명 감소했고 0∼14세 유소년인구는 16만1738명이 줄었다.

이에 비해 고령인구인 65세 이상은 37만6507명 증가하며 처음으로 800만명을 넘었다. 연령계층별 비중은 15∼64세 72%, 65세 이상 15.5%, 0∼14세 12.5% 순이었다. 유소년과 생산가능 인구 비중은 2008년 이후 가장 낮고 65세 이상 인구 비중은 가장 높았다.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10년 뒤에는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 25일 ‘개방경제에서 인구구조 변화가 경상수지·대외자산 축적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인구구조 변화가 지속적으로 경상수지 감소요인으로 작용해 다른 여건에 변화가 없다고 가정하면 2030년 이후 한국의 경상수지는 적자로 반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제연합(UN)의 2019년 세계인구전망을 보면 UN은 한국의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중이 지난해 72.7%에서 오는 2067년 45.4%로 떨어질 것으로 봤다. 한국의 고령인구 비중은 2049년에 일본을 넘어 세계 최고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점쳐졌다. 고령인구 비중은 2066년에 42.1%로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생산연령인구 100명당 부양인구를 나타내는 총부양비는 2015년 36.2명에서 2065년 109.2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국가미래연구원 소속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고령화라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국가 부채 비율이 높아져서 내년 예산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올 것이다. 재정 지출 속도도 빨라 상당히 위험한 상황”이라며 “특히 우리나라 고령화 비율을 감안해야 한다. 지금의 고령화 속도를 고려하면 경기 침체가 왔을 때 감당할 수 있는 재정 여력이 안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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