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수본 개편, 질본 청 승격, 복수차관제 시행 맞춰 대규모 이동 예상

그래픽=시사저널e
/ 그래픽=시사저널e

코로나19 대응 등 방역 업무를 맡고 있는 보건복지부 직원들이 향후 예상되는 3단계 조직개편에 맞춰 대규모 이동이 예상된다. 당장 다음 달 중순 코로나19 업무를 진행했던 조직이 개편되고, 오는 7월이나 8월 경 질병관리본부의 청 승격에 이어 복수차관제가 시행될 전망이다.

30일 복지부와 질본 등에 따르면 복지부는 오는 6월 중순 경 대규모 정기인사를 단행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기인사 발령일을 코로나19 대응 업무 조직이 개편되는 오는 6월 15일 전후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그동안 코로나19 업무를 진행해왔던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중앙사고수습본부(이하 중수본)가 조만간 일부 개편된다. 중수본에는 복지부 직원들이 그동안 본부 부서와 겸직하며 근무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됨에 따라 대부분 중수본 직원들이 겸직을 배제하고 전담 업무로 진행하게 된다. 

복지부가 최근 행정안전부로부터 받은 중수본 TO는 총 76명이다. 단, 국장급과 과장급은 행안부로부터 티오(TO·정원)를 받지 못해 본부 보직과 겸직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파악된다. 반면 사무관은 30여명의 TO를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대부분 사무관과 주무관은 정식으로 발령을 받아 중수본 업무에만 주력할 전망이다. 

이에 복지부가 76명만으로 중수본을 구성할지 또는 추가 인원을 배정할 지도 관심사다. 추가 인원이 발령을 받는다면 겸직으로 처리되고, 실제로는 중수본 업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복지부 관계자는 “중수본 조직은 재난 및 안전관리기본법에 근거를 둔 위기대응기구”라면서 “중수본 책임자는 박능후 복지부 장관이며, 운영 시한은 정해놓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중수본 조직을 개편함에 따라 복지부가 지연돼왔던 정기인사를 단행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당초 이번 인사에 일부 국장과 과장급은 예상됐지만, 사무관과 주무관이 포함될 지는 미지수였다. 하지만 질본의 청 승격이 당초 예상보다 앞당겨지고, 중수본이 개편됨에 따라 더 이상 정기인사를 미룰 수 없다는 판단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국장급의 경우 공석으로 유지됐던 복지정책관 등 소폭 인사가 예상된다. 그동안 복지정책관 후보에는 임인택 보건산업정책국장이 유력하게 거론돼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임 국장의 행정고시 37회 동기인 A국장도 함께 하마평에 오른 상태다. 복수의 복지부 소식통은 “A국장은 중수본에서 핵심 업무를 맡아 능력을 인정 받았고, 이제는 요직을 맡을 시기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과장급도 소폭이 예상된다. 또 그동안 인사 요인이 있었음에도 코로나19 업무 등으로 인사가 지체됐던 사무관과 주무관들은 대폭 이동이 예상된다는 소식통들 전언이다. 이밖에도 질본 등 복지부 소속기관과 유관기관 파견자 등도 이번에 인사가 예상된다. 현재 질본의 13개 검역소장 중 2명이 공석인 상태다.         

이같은 정기인사에 이어 질본의 청 승격이 최종 확정되면 복지부도 전출 인사가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당초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인해 6월 내 승격 절차 마무리를 언급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기본적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마련해 정부입법한 후 입법예고와 국회 제출 등 절차를 감안하면 아무리 서둘러도 오는 7월 중순에야 질본의 청 승격이 가능하다는 전망이다. 이에 오는 8월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 9월 1일 시행 가능성이 높다는 복지부 직원들 예상이다. 

이처럼 질본의 청 승격이 시행되면 복지부 직원들이 어느 규모로 질본으로 이동할지 주목된다. 이미 6월 중순 중수본 개편으로 직원들이 이동한 상황에서 정책 실무자들이 대거 질본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익명을 요청한 복수의 복지부 직원은 “보건직의 80% 이상이 질본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7급 공채 출신은 물론 보직과 승진에서 밀려 불만이 많은 행시 출신도 결국 질본행을 선택하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같은 복지부 직원들의 대규모 질본행은 그만큼 인사적체가 심각하고 질본의 청 승격 이후 대규모 조직으로 탈바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실제 현재 과장급인 행시 46회 이후 각 기수별 숫자는 10명을 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행시 52회의 경우 복지부에 17명이 근무하는 적체 상황에서 탈출구는 질본이라는 지적이다.  

한 복지부 관계자는 “통상 한해에 부이사관(3급)이 최대 5명 승진하는데 향후 조직이 늘고 승진 인원이 늘어도 기껏해야 7명 정도 밖에 안 될 것”이라며 “최근 심사에서 행시 42회까지 부이사관을 달았는데 그 이후로는 승진이 점점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고 우려했다.  

또한 질본이 청으로 승격된다면 조직과 예산, 법무 업무를 전담할 부서 신설이 불가피하다. 현재 질본 조직에서 사업부서는 물론 지원부서도 대폭 늘어나야 한다는 논리다. 복지부 일각에서는 질본의 정원 증가 등 여러 사정을 감안하면 질본으로 이동하는 인력이 최소 30명에서 최대 70명 가량으로 예상하고 있어 직원들은 진로를 고민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향후 병합해 검토할 가능성을 완전하게 배제할 수 없지만 질본의 청 승격 이후에는 복수차관제로 인한 복지부 인사 가능성도 예상되는 형국이다. 문 대통령도 직접 거론한 복지부 복수차관제는 만약 시행된다면 내부 조직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복지 담당 차관이 사회복지정책실과 인구정책실을 관할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기획조정실과 보건의료정책실을 관할하는 보건 담당 차관의 업무영역이 작기 때문에 이를 넓히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같은 차원에서 지난해부터 복지부가 추진해왔던 건강정책국의 건강정책실 승격이 주목받는 분위기다. 건강정책국의 실 승격은 난제지만, 복수차관제 시행에 맞춰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는 복지부 계산으로 분석된다. 최악의 경우 실 승격이 좌절된다하더라도 청와대와 복지부 일각에서는 차선의 방안으로 보건의료정책실 내 2개 국 신설 등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180석을 점유하고 있어 국회를 장악한 문재인 정부가 행안부 설득에만 성공하면 건강정책국의 실 승격을 포함한 복수차관제는 시기가 문제일 뿐 난제는 아닐 것이라는 복지부의 기대다. 

복수의 복지부 관계자는 “외부에선 알 수 없지만 내부에서는 인사적체로 힘들어하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며 “향후 복지부 고위층의 선별작업과 질본 고위층의 작업 등을 거치겠지만 우수한 전문인력이 얼마나 질본으로 빠져나갈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