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연 0.75%→0.50% 인하···사상 최저 수준
3월 한은 빅컷 단행에도 카드채 금리 상승
카드업계 “기준금리 인하, 긍정적 효과만을 기대하긴 어려워”

AA+ 등급 카드채 3년물 금리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AA+ 등급 카드채 3년물 금리 추이/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인 0.5%까지 인하하면서 금융권 전반이 금리 인하 영향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기준금리 인하는 통상적으로 카드사의 조달 비용을 줄여 호재로 작용하지만 카드업계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를 마냥 낙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기존 0.75%에서 0.50%로 0.25%포인트 낮췄다. 이는 역대 최저치로 지난 3월 임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이후 두 달 만의 추가 인하다.

기준금리 인하는 대개 여신업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은행과 달리 예·적금 등 자체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나 캐피탈사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발행을 통해 대출 자금을 조달한다. 기준금리가 내려가면 대개 여전채 금리도 함께 내려가기 때문에 조달 금리 하락으로 여신업계는 비용을 줄일 수 있다.

하지만 이번 기준금리 인하가 즉각적으로 조달 비용 하락이라는 호재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라는 게 카드업계 시각이다. 실제로 지난 3월에는 한은의 0.5%포인트라는 큰 폭의 금리 인하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여전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기대와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 등급 카드채 3년물 금리는 한은이 기준금리 빅컷을 단행한 지난 3월 16일 1.441%에서 지난 4월 23일 기준 1.786%까지 급등했다. 카드채 금리가 급등하면서 신용 스프레드(국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도 같은 기간 34.2bp(1bp=0.01%)에서 75bp까지 확대됐다. 신용 스프레드가 커질수록 회사채가 국고채보다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인다는 뜻으로, 기업의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드업계에서는 이번 기준금리 인하는 3월보다 인하폭도 작은 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경기 악화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이라 당장 기준금리 인하의 호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했다는 것은 그만큼 경기가 안 좋다는 시그널로 받아들여진다”며 “향후 경기 전망에 대해 시장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볼 경우 카드사들이 자금 조달 시 주로 발행하는 장기물의 스프레드가 커질 수 있어 조달 부담이 오히려 늘어날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기가 어렵다는 방증으로 기준금리가 인하된 것이라면 카드사는 향후 카드 소비의 감소, 한계 차주를 중심으로 연체 발생 등 대손비용 증가 가능성이 높아지는 만큼 수익성 전반적인 측면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반드시 카드업계에 긍정적인 영향만을 미친다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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