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국에 대한 보복으로 홍콩의 특별지위 자격 박탈 가능성
홍콩 금융허브 가치 떨어질 경우 글로벌 기업 엑소더스 나올 수도
홍콩법인 키워온 미래에셋 어떤 영향 받을 지 주목 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홍콩을 중심으로 극대화되고 있는 가운데 홍콩법인에 힘을 주고 있는 미래에셋그룹에 어떤 영향이 미칠 지 주목된다.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미국이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가능성이 높아졌는데, 이 경우 금융허브로서의 홍콩의 가치가 떨어져 영업 환경이 악화될 수 있는 까닭이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미국이 중국에 대한 보복으로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이 대두되면서 현지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국내 증권 9곳과 자산운용 8곳이 홍콩에 진출해 있는 상태로 미국과 중국의 갈등에 따른 리스크 확대를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도 미래에셋그룹의 홍콩법인(Mirae Asset Securities HK Limited)이 주목된다. 미래에셋그룹은 2007년 홍콩에 진출한 이후 홍콩법인을 해외 진출 교두보로 오랫동안 공을 들여왔기 때문이다. 실제 미래에셋대우는 공격적인 시장 공략을 위해 홍콩법인에 수차례 증자를 단행하며 자기자본을 2조4306억원으로 불려놓았다. 이는 국내 증권사의 홍콩 법인뿐만 아니라 웬만한 국내 증권사들 보다 많은 자본 규모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표=김은실 디자이너.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표=김은실 디자이너.

게다가 미래에셋 홍콩법인은 다른 증권사 대비 뚜렷한 성과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미래에셋대우 홍콩법인은 전년 대비 67% 증가한 66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홍콩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의 아시아법인(Korea Investment & Securities Asia, Ltd.)은 54억원, 삼성증권의 아시아법인(Samsung Securities Asia Ltd.)은 15억원, 신한금융투자의 아시아법인(Shinhan Investment Asia Ltd.)이 31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미래에셋 홍콩법인은 국내 증권사에 척박한 해외 투자은행(IB) 부문에서도 꽃을 피우고 있었다. 미래에셋 홍콩법인은 지난해 11월 유럽 최대 바이오테크 업체인 바이오엔텍과 아시아 최대 물류 플랫폼 업체인 ESR의 해외 기업공개(IPO) 공동 주간사 회사로 선정됐다. 앞선 지난해 5월에는 두바이 국영 항공사 에미레이트항공의 B777-30ER 항공기 2대를 일본계 리스사에 매각하며 15% 이상의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그만큼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탄탄해진 것이다.

그러나 미국이 중국을 겨냥해 홍콩에 강력한 제재에 나설 경우 미래에셋 홍콩법인도 부정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이 홍콩에 대한 특별 대우를 중지하게 되면 홍콩은 중국의 한 도시로 취급되면서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등 혜택이 사라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홍콩 내 글로벌 기업들의 대탈출(exodus·엑소더스)이나 투자를 줄이는 상황이 나타날 가능성이 존재해 홍콩이 아시아 금융허브로서 매력이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홍콩을 중심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려 했던 미래에셋그룹 입장에서는 악재를 맞은 셈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홍콩이 중국 기업들의 자본조달 창구인 점을 감안하면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은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미국이 홍콩을 강력하게 압박한다면 금융허브로서 홍콩의 매력은 낮아지게 되고 글로벌 기업 입장에서는 현지 법인을 유지할 동력이 떨어지게 된다. 이에 따라 홍콩에 진출한 국내 기업이나 금융사들의 영업활동 및 네트워크 유지가 힘들어질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다만 미국이 낮은 강도의 대응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피해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홍콩 내 미국 기업들이 여전히 많아 가장 높은 강도의 제재가 아닌 홍콩 내 중국 고위층의 자산을 타깃으로 미국이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주장이다. 

미래에셋그룹 측도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 미래에셋그룹 관계자는 “상황을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특별히 대응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미국의 홍콩 특별지위 박탈과 관련해선 미 국내법에 따른 조치로 한국 기업이 당장 홍콩에서 철수해야 하거나 관세에서 불이익을 받는 건 아니다. 홍콩 관련 산업 쪽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당장 금융시장 자체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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