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코리아, 배출가스 조작 및 대표 출국 등 아우디와 비슷한 행보
실라키스 대표 행방 묘연, 압수수색 전 해외 출장···한국 귀국 가능성 낮아
업계 “독일車 브랜드, 사과 대신 배짱···한국인의 사랑 악용”

/ 사진=이다인 디자이너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폴크스바겐 전 대표(왼쪽)와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대표. / 사진=이다인 디자이너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배출가스 불법조작 혐의로 압수수색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과거 디젤게이트 사건이 터진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와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2016년 아우디폴크스바겐은 배출가스 불법 조작이 적발돼 판매정지·과징금부과·리콜명령 등을 받았다. 아울러 요하네스 타머 전 대표는 배출가스 조작혐의 재판 도중 독일로 출국해 재판에 응하지 않고 형사 처벌도 받지 않았다. 이후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는 지난 1월 열린 1심 재판에서 260억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아우디폴크스바겐에 대해 “관계 법령을 충분히 인식하고도 준수하지 않았다”면서 “법정에서까지 변명으로 일관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벤츠코리아 역시 아우디와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벤츠는 지난 6일 환경부로부터 배출가스 조작 사실이 적발돼 77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문제가 된 것은 벤츠 경유차 12종, 총 3만7154대다. 해당 차량들은 인증 시험 때와 달리 실제 주행시 질소산화물 환원 촉매(SCR) 요소수 사용량이 줄어들고, 배출가스 재순환장치(EGR) 작동이 중단되도록 프로그램이 불법 조작된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부 실험 결과에 따르면 이들 차량으로 실제 도로를 주행할 경우 배출되는 질소산화물이 실내 인증기준(0.08g/㎞)의 최대 13배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작혐의와 관련해 벤츠코리아는 정당한 기술적·법적 근거가 있으며, 환경부에 불복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양사 수장들이 보이는 모습도 흡사하다.

디미트리스 실라키스 벤츠코리아 대표이사는 이번 압수수색 전에 해외로 출장을 간 상황이다. 최근 실라키스 대표의 행적은 묘연하다. 지난 14일 열린 EQS 공개 행사장에서도 실라키스 대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25일 GLS 출시행사에서도 마크레인 부사장이 자리를 대신했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실라키스 대표는 현재 해외 출장 중이며 출국 시점과 귀국 시점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면서 “돌아올지 안 올지 여부도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라키스 대표는 오는 8월 벤츠코리아 대표이사 임기를 마치고, 9월 1일부터 벤츠 USA의 영업 및 제품을 총괄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지난 주 실라키스 대표가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실라키스 대표가 한국으로 귀국할 가능성도 낮다고 보고 있다. 과거 요하네스 타머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전 대표가 재판 도중 독일로 출국해 처벌을 피한 것처럼, 실라키스 대표도 같은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벤츠가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아우디가 국내 시장에서 회복되는 모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아우디폴크스바겐은 2016년 디젤게이트 사건 이후 2년간 판매가 중단됐으나, 판매 재개 이후 빠른 속도로 회복했다. 지난 2018년 7월 아우디는 A6와 티구안이 나란히 최다 판매 모델 1·2위를 기록했다.

판매가 중단됐던 2017년 아우디폴크스바겐코리아 판매는 아우디 962대, 폴크스바겐 0대에 그쳤으나 판매를 재개한 2018년에는 아우디 1만2450대, 폴크스바겐 1만5390대 등 총 2만7850대를 기록하며 바로 제 궤도에 올랐다.

벤츠코리아의 경우 지난 2016년부터 4년 연속 한국 수입차 시장 1위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점유율도 30% 수준을 차지하는 등 압도적인 1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5조원을 넘어서며 현대차, 기아차, 한국GM의 뒤를 이어 자동차 기업 중 4위를 기록했다.

이번 배출가스 조작 혐의를 통해 최악의 경우 판매가 중단된다 하더라도 벤츠는 곧바로 판매 재개 후 바로 회복할 자신이 있는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독일차 사랑은 여전하다. 아우디나 BMW가 디젤게이트, 화재사고가 터졌음에도 불구하고 정상화되는데 1년이 걸리지 않았다”며 “벤츠도 결국 이번 사건을 향후 할인 행사 등을 통해 유야무야 넘기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에 전문가들은 해외 수입차들이 소비자를 우롱하는 행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강력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독일차는 전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한국 판매 비중이 상당히 높다”며 “하지면 독일차 기업들은 여전히 한국 소비자를 봉으로 보고 있다. 이번 사태를 가볍게 보지 않고 확실한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한국인 뿐이다”며 “아우디 사태를 보더라도 실무를 담당했던 직원들만 징역형을 받고 외국인 대표는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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