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희경 미래통합당 의원

송희경 미래통합당 의원 / 사진 = 송희경 의원실
송희경 미래통합당 의원 / 사진 = 송희경 의원실

20대 국회가 29일로 임기를 마쳤다. ‘식물 국회’,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불명예를 뒤집어 쓴 20대 국회.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비례대표 1번으로 국회에 입성한 송희경 의원을 통해 20대 국회를 돌아봤다.

송 의원은 대우정보시스템과 KT를 거친 IT전문가다.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해낸 워킹맘으로 여성을 대변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했다. 구 자유한국당, 현 미래통합당은 2016년 총선에서 그를 비례대표 1번으로 영입했다. 비례대표 1번은 그 회기동안 당의 방향을 보여주는 상징같은 존재다. IT와 여성. 송 의원은 양쪽에서 자신의 역할을 그리며 국회로 향했다.

그러나 현실은 송 의원의 뜻과 달랐다. 탄핵 정국 속에 여당의 위치는 야당이 됐고 급격히 변하는 정치 상황에서 20대 국회 내에서 정책을 얘기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그는 4년 동안 IT, 여성, 국방 등 폭넓은 분야에 걸쳐 정책을 내놓았고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상’을 3년 연속 수상했다.

그의 4년 임기는 지난 22일 2019년 ‘입법 및 정책개발 우수 국회의원상’을 끝으로 사실상 마무리됐다. 20대 국회에서 비례대표 1번으로 그가 겪었던, 느꼈던 경험을 들어봤다.

4년 전 소프트웨어 산업 육성 등을 목표로 내걸었는데

IT전문가로 국회 입성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정책으로 산업에 도움을 줄 수 있겠다 생각했다. 두명의 아이를 키웠고 유리천장을 뚫어본 경험이 있는 워킹맘으로 느꼈던 점도 정책으로 제안하려고 했다. 상임위원회 중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와 여성가족위원회에서 관련 노력을 했다.

IT소프트웨어 규제 개혁에도 노력했다. IT사업을 하다보면 보안 등 규제에 갇혀있는 경우가 많다. 전부 규제더라. 벤처기업들은 규제 때문에 사업에 큰 어려움을 겪는다. 직원 10명 월급 주기가 너무 힘이 든다고 한다. 이를 해결하려는 법안을 입안해 벤처를 지원하려고 노력했다.

여가위에서도 아이돌보미, n번방 관련 법안, 가족친화인증법 등을 입안했다. 성인지교육에도 관심이 많았다.

송희경 의원(사진 왼쪽)이 2019년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돼 지난 5월 22일 시상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송희겨 의원실
송희경 의원(사진 왼쪽)이 2019년 우수 국회의원으로 선정돼 지난 5월 22일 시상식에서 문희상 국회의장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 = 송희겨 의원실

2016년 국회 들어온 후 4년이 지났는데

정치는 초보지만 정책은 베테랑이 되려고 노력했다. 국회는 오는 과정도 힘들지만 걸림돌도 많다. 작은 실수도 용납이 안 되는 조직이다.

입법 환경도 어려웠다. 탄핵이 있었고 대선을 거치며 여당에서 야당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이 과정에서 당은 분열됐고 지방선거와 보궐선거에서도 완패했다.

당은 드루킹 사건부터 시작해서 잦은 단식을 해야 했다. 신경 써야 할 이슈가 많았다. 체력적으로 힘들어 다선의원들이 초선의원을 도와줄만한 여건이 안됐다. 당명도 바뀌고 미움도 많이 받았다.

그래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잘 지냈던 의원들은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당이 달라도 마음이 맞는 의원들이 있었다.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비례대표 1번들이 뜻을 모아 만든 4차산업혁명포럼도 그렇고 n번방과 관련해서도 당을 넘어 공동성명서를 낼 수 있었다.

20대 국회에서 특히 좋았던 기억이나 힘들었던 기억이 있다면

당을 넘어 화합할 수 있는 기회들이 있었다. ‘기림의 날(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날로 考김복동 할머니가 처음 자신의 아픔을 증언했던 8월 14일)도 여당, 야당 가리지 않고 함께 할머니들을 방문해 같이 어우러졌고 화합도 했다.

힘든 일도 있었다. 원내부대표를 하면서 단식농성에 참여했었다. 천막을 치고 밤을 새며 비를 쫄딱 맞기도 했다. 2018년 5월에는 단식농성을 하던 전 김성태 원내대표 습격 사건이 있었다.

김 전 원내대표가 단식을 할 때 옆에도 바로 옆에 또 다른 당의 천막농성이 있었는데 피자, 통닭을 시켜서 일부러 밖에서 먹더라. 그러면서 김 대표 천막 앞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밥먹나 보자”라고 하던데 많이 아팠던 기억이다.

여러 일이 있었지만 특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의미 있는 출장 몇 가지가 있었다. 지난 2016년 손기정기념재단 주관 아래 고 손기정 선수 우승 80주년을 기념해 동상 제막식이 독일에서 있었는데 감동을 많이 받았다. 현지에서 손기정 선수가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경기에서 우승하며 마지막 100미터를 13초의 기록으로 뛰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독일 사람들이 이를 가리켜 “애국심 아니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기록”이라고 하더라. 일본과 독일 사람들이 오히려 손기정 선수를 가리켜 ‘진정한 애국자’라고 하던데 우리나라에서 오히려 조명이 잘 안 되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다보스포럼이 개최하는 중국 다보스서머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초청돼 클라우스 슈밥 세계경제포럼 회장을 만난 경험과 유엔에서 여성 지위 향상을 주제로 연설했던 일도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기억에 남는 법안이 있는지

소프트웨어교육지원법이 지난 21일 국회 마지막 본회의날 어렵게 통과됐다. 2016년 국회의 들어온 후 처음으로 발의했던 1호 법안이라 애착이 많이 간다.

소프트웨어교육지원법은 정부의 공교육 소프트웨어교육을 의무화한 법안이다. (정부는 지난 2018년 소프트웨어 교육을 의무화했지만 이를 근거하는 법안이 없었다.)

소프트웨어교육지원법은 아이들에게 어떤 과목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지와 전문 인력 양성까지를 포함했다. 정부에서 소프트웨어 교육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면 교육일선에서 이를 반드시 적용해야 한다.

그동안 교육부에서 법안까지는 필요 없다며 입법을 반대했지만 여러 번의 공청회를 통해 이번에 어렵게 통과됐다.

‘블록체인 발전법’과 음주운전 이력이 있는 사람의 차량에 측정기 설치를 의무화한 ‘도로교통법 일부 개정 법률안’도 기억에 남는다. 두 법안은 20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아 폐기돼 아쉽다.

21대 국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풀이 정치, 빚 갚는 정치 하지말고 혁신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과거로 돌아가기보다 미래로 나가자. 의원들 대부분 해결해야 할 빚 하나씩은 가지고 오더라. 시민단체 출신들은 단체 얘기를 발의하려고 한다. 이렇게 되면 국회가 전체 국민을 대변하지 못하고 다양한 얘기를 할 수 없다.

국회의원은 300명뿐인데 우리나라 인구는 5000만~6000만명이다. 국민 한사람, 한사람을 생각하고 대한민국이 어떻게 나갈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한 입법기관의 역할도 고민했으면 좋겠다. 입법과 정권창출을 하는 도구로 전락할 것이 아니라 어떻게 일류국가가 될 것인지, 국민들의 자긍심을 만들 것인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협치가 이뤄졌으면 좋겠다.

국민을 바라보면 당론이란 가두리 양식장에 갇혀 정쟁을 할 수 없다. 여당 180석, 제1 야당 103석으로 차이가 커 협치는 어려울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치가 이뤄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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