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1년만의 마이너스 성장 전망···한은마저 –0.2% 전망
한은·한국금융연구원·IMF 모두 암울한 전망치 내놔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그래픽=이다인 디자이너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경제계 안팎의 시선이 어둡다. 한국은행이 11년 만에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전망하면서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역성장의 공포가 경제계에 엄습하고 있다.  대다수 연구기관 등에서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전망하면서 국내 산업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은은 28일 발표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0.2%로 2.3%포인트 내려잡았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이 크다고 판단해서다. 앞서 한은의 발표를 앞두고 0%대 전망치를 예상하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한은은 역성장을 전망했다.

한은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지난 2009년 7월에 당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예상한 바 있다. 그 이후에는 마이너스 성장률 전망치가 없다가 11년 만에 또 마이너스 성장률 예측치가 나온 것이다. 이번 전망치는 코로나19 확산 이후에 처음 전망하는 수치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심각하게 보고 이를 반영한 값이다.

지난 2월에만 해도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3%에서 2.1%로 0.2%포인트 낮추는데 그쳤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고용 시장이 불안정해지고 수출액이 크게 줄면서 산업 전반에 큰 피해가 예상되자 역성장으로 방향을 바꿨다.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 2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들 모습 /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올해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2%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 28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기업 빌딩들 모습 / 사진=연합뉴스

이미 1분기 국내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에 진입했다. 한국은행 GDP 속보치 통계를 보면 전기 대비 1분기 경제성장률은 –1.4%로 집계됐다. 이는 금융위기였던 지난 2008년 4분기 -3.3% 이후 11년 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성장률이었다.

민간소비와 서비스업 생산이 1998년 외환위기 때와 버금가는 충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2분기에는 수출과 투자 감소가 본격화하면서 마이너스 성장폭이 더 확대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에는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0.2%로 하향 조정했다. KDI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3%에서 0.2%로 2.1%포인트 내렸다. KDI는 코로나19가 계속 확산돼 경제심리가 위축된다면 최악의 경우 –1.6%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다.

KDI는 올해 민간소비와 수출이 큰 폭으로 위축돼 0.2% 성장하는 데 그친 후 내년에 양호한 회복세를 나타내며 3.9%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 역시 내년 성장률을 3%대로 예상했다. 한은은 기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 2.4%보다 0.7%포인트 높은 3.1%를 내년 경제성장률로 예상했다.

지난 22일 국가미래연구원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전망했다. 만약 코로나19 위기가 3분기 이내에 잘 마무리될 경우 경제성장률이 –0.69%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가미래연구원은 코로나19가 올해 말까지는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제 하에 –1.6%를 예상했는데 미·중 무역 분쟁의 여파가 민간소비 위축 및 수출 부진으로 이어져 세계는 물론 한국경제 성장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코로나19로 세계 각국에서 생산과 소비 활동을 억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고 세계금융시장의 불안 등으로 우리나라의 수출 감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했다.

국내 연구기관 중 가장 먼저 마이너스 경제성장률을 전망한 곳은 한국금융연구원(KIF)이다. KIF는 지난 14일 ‘2020년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을 –0.5%로 제시했다. 이처럼 KDI를 제외하면 다른 기관 대다수가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해외에서도 한국 경제성장률을 바라보는 시각이 암울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14일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1.2%로 예상했다. 3대 신용 평가사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1.5%, 피치는 –1.2%, 무디스는 –0.5%로 예측했다. 모두 역성장을 예고한 것이다.

한편, 다음 달 초 기획재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다. 정부는 지난해 말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4%로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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