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카카오 협업 깨지면서 양강 경쟁 펼칠 예정
언텍트 보험사로 혁신 상품 내놓을지 관심

손보업계의 틈새시장으로 여겨지는 디지털 손보업계에 하나손해보험이 들어오면서 1호 디지털 손보사인 캐롯손해보험과의 경쟁이 예상된다. 업계 주목을 받았던 ‘삼성화재·카카오의 디지털 손보사 설립’이 중단되면서 하나손보와 캐롯손보 두 보험사가 디지털 손보사의 시험 무대에 서게 됐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오는 6월1일 더케이손해보험은 하나손해보험으로 새출발을 알린다.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1월20일 이사회를 통해 더케이손보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하는 내용을 결의했다.

지금까지 하나금융 자회사 명단에는 손보사가 없었다. 하나생명만 있다보니 생·손보를 모두 가진 다른 금융지주와의 보험업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하나금융은 하나손보를 출범시키면서 자회사 포트폴리오를 완성했다. 하나손보 대표이사에는 권태균 전 하나캐피탈 부사장이 선임됐다. 하나금융은 하나손보를 ‘디지털 종합 손보사’로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하나손보는 지난해 말부터 1호 디지털 손보사로 활동하기 시작한 캐롯손보에 이어 2호 디지털 손보사가 될 예정이다.  

더케이손보는 지난 2003년 한국교직원공제회가 100% 출자해 설립한 보험사다. 교직원을 대상으로 자동차보험을 전문적으로 팔았고 종합 손보사가 된 것은 2014년부터다. 더케이손보는 수입보험료 중 자동차보험 비중이 60%를 차지할 만큼 자동차보험에 치중한 영업을 해왔다. 업계는 하나손보가 다양한 보장이 가능한 손보사로 탈바꿈하기 위해 여러 시도가 필요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런 이유로 하나금융도 하나손보의 조기 사업 정상화 및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단 태스크포스팀(TFT)을 꾸렸고 인구 고령화, 언택트 시대 도래 등 금융권 변화에 맞춰 새로운 전략과 영업 방향을 수립 중이다. 더케이손보 인수가 하나금융의 8년 만의 인수합병(M&A)으로 하나손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 차원의 적극적인 투자와 지원이 예상된다. 

그룹의 지원 외에도 하나손보는 초반 경쟁력을 갖출 기회를 잡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삼성화재와 카카오의 합작법인 계획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삼성화재가 다이렉트(인터넷 전용) 자동차보험 시장 점유율 1위인 상황에서 카카오톡을 운영하는 카카오와 손을 잡지 못하면서 디지털 손보업계의 강력한 경쟁사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하나손보보다 먼저 디지털 손보 시장에 진출한 캐롯손보는 혁신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캐롯손보는 한화손해보험과 SK텔레콤, 현대자동차가 손을 잡고 만든 회사다. 지난 10월 한화손보가 금융위로부터 캐롯손보 설립 본허가 승인을 획득했다. 

캐롯손보는 업계 최초로 지난 2월에 퍼마일(Per-Mile) 자동차보험을 내놔 주목을 받았다. 이 상품은 매월 가입자의 실제 주행거리에 따라 보험료를 산출한다. 캐롯손보는 이 상품이 연평균 1만5000㎞이하로 운전하는 고객에게는 일반 자동차 보험보다 8∼30% 가량 저렴한 보험이라고 설명했다. 이 상품은 출시 이후 100일 만에 가입자 1만명을 넘기는 등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업계는 캐롯손보에 이어 하나손보가 디지털 손보 경쟁에 가세하면서 시장이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디지털 기반의 영업으로 다른 보험사보다 비용에서 경쟁력을 가질 뿐 아니라 신생 보험사로서 혁신적인 보험 상품을 내놓을 수 있어 고객의 관심을 끌게 된다는 분석이다. 

다만 손보업계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상승하고 있고 보험업계 수익성이 떨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보험 시장이 하강 압박을 받고 있어 디지털 손보사도 쉽게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손보사의 전체 순이익은 688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4.3% 줄었다. 또 장기보험 등 복잡한 상품은 비대면 영업이 어려워 디지털 손보사가 공략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갈수록 커지는 수익 악화를 우려하고 있다”며 “퍼마일 보험의 경우도 다른 보험 상품이 제공하는 다양한 할인으로 혁신성에 비해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는 단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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