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주택·배터리 재생 이어 ‘데이터센터 임대사업’ 진출 검토
신사업추진실, 신사업본부로 승격···1분기 사업부문별 매출에도 추가 ‘동종업계에서 이례적’
사업 다각화 대비해 사명 변경 검토, 이르면 내년 1월 윤곽 나올 듯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수처리·모듈러주택·배터리 재생에 이어 데이터센터 임대사업까지 모색하는 등 신사업에서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GS건설이 수처리·모듈러주택·배터리 재생에 이어 데이터센터 임대사업을 모색하는 등 신사업에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는 동종업계 처음으로 사업부문별 매출에 ‘신사업’ 항목을 넣어 실적을 공개해 향후 경영 성과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사업 다각화 확대에 대비하기 위한 사명 변경도 검토 중이다. 허창수 전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그룹 내 후계구도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작업이 본격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모듈러 주택·배터리 재생 이어 데이터센터 임대사업까지 검토

28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GS건설은 데이터센터를 설립하고 외부에 임대하는 ‘코로케이션’ 사업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다. GS건설이 데이터센터 임대 시장에 주목한 이유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서다. 데이터센터는 대용량 서버와 통신장비·데이터 저장 장비 등을 한 곳에 모아놓은 시설이다. 최근에는 기업마다 자체 데이터센터를 짓는 대신 전문업체의 시설을 임대해 쓰는 코로케이션 시장이 커지고 있다. 아울러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비대면 접촉이 늘어나면서 데이터 처리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전망도 나온다.

업계에선 데이터센터 임대사업을 통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비싼 서버 구축비용을 아낄 수 있고, 임대사업자는 일반 오피스보다 높은 10% 이상의 마진을 올릴 수 있다는 평가다. GS건설은 데이터센터 임대사업을 진행할 경우 장기적인 캐시플로우를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GS건설은 아직 계획 단계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GS건설 관계자는 “데이터센터 임대사업은 신사업 중에 하나로 검토되고 있는 사안으로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현재 시장 조사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사업 진행여부는 이후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GS건설은 현재 다양한 신사업을 벌이고 있다. 진입이 쉽지 않았던 해외 선진국의 모듈러주택 시장 진출을 위해 독일 모듈러 주택 시장에서 매출 4위에 오른 폴란드 단우드사, 고층 모듈러 실적을 보유한 영국 엘리먼츠사를 인수했고, 미국의 고층 철골 모듈러 전문 회사 ‘스카이스톤’ 인수를 앞두고 있다. 모듈러 주택은 주택자재와 부품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유닛을 조립하는 방식의 주택으로 공사기간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건설인력 고령화와 인력난 및 환경 요건 강화로 주목받고 있다. 이외에도 GS건설은 수처리, 태양광, 2차 배터리 재활용 등 다양한 분야로 신사업을 확대 중이다. 모두 100여명 규모의 신사업본부가 주도한다.

◇허윤홍 GS건설 사장, 신사업 성과로 그룹 후계구도 우위 기대

업계에서는 GS건설의 신사업 관련 광폭행보가 GS그룹의 후계구도와 관련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허창수 GS그룹 전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은 GS건설뿐 아니라 GS그룹 회장 후보로 거론된다. 다만 GS그룹은 경영 능력을 검증받고 역량을 두루 갖춘 오너 일가에게만 경영권을 위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그룹 4세 후보로는 허 사장을 포함해 허세홍 GS칼텍스 대표이사 사장(1969년생)·허준홍 전 GS칼텍스 부사장(1975년생)·허서홍 GS에너지 전무(1977년생) 등 4명이 거론된다. 현재 지주회사 지분율로만 보면 뚜렷한 우위를 지닌 쪽이 없다. 결국 지주사 지분을 더 많이 확보하거나 확실한 경영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허 사장은 신사업을 통해 ‘경영능력’과 ‘성과’를 보여줘야 입지를 강화할 수 있다. 

​GS그룹 주요 인물 지분구조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GS그룹 주요 인물 지분구조 / 그래픽=김은실 디자이너

허 사장이 이끌고 있는 신사업추진실은 올해 신사업본부로 승격했다. 신사업 조직을 별도 사업본부로 꾸린 것은 주요 대형건설사 가운데 GS건설이 처음이다. 1분기 보고서의 사업부문별 매출에도 신사업 부문이 추가됐고, 실적도 공개됐다. 신사업에 대한 GS건설의 자신감이 나타나는 대목이다. GS건설 1분기 전체 매출 2조4414억원 가운데 신사업본부 비중은 아직 3.7%에 불과하다. 하지만 올해 1분기 신사업 매출은 900억원으로 전년 동기(620억원) 대비 45% 성장했다.

특히 1분기 반영된 매출이 수처리 사업이 대부분인 만큼 향후 모듈러주택 사업, 2차 전지 배터리 재활용 사업, 태양광 등에서 매출이 발생할수록 성장세는 두드러질 전망이다. 송유림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신사업이 지금은 매출 비중이 크지 않지만 그간 진행해 온 투자의 결실이라는 점에서 향후 중요한 관전포인트가 될 것”이라며 “주택 분양 성과에 대한 우려와 해외 수주 모멘텀이 약화되는 만큼 장기적으로는 신사업이 GS건설의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업 다각화 대비해 사명 변경 추진

GS건설은 사업 다각화에 대비해 사명 변경도 검토하고 있다. 지난 2월 법원등기소에 GS인더스트리얼솔루션, GS플랫폼, GS인더스트리스, GS엔터프라이즈, GS디벨로프먼트 등 5개의 ‘상호변경의 상호가등기’ 신청을 냈다. 상호가등기는 변경할 예정인 상호 선점을 위한 제도다. 이어 3월에도 GS투베스트를 추가로 신청했다. 다만 올해 안에 변경은 어려울 전망이다.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명 변경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아서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내년 초에 윤곽이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GS건설이 올해 법원등기소에 신청한 ‘상호변경의 상호가등기’ 목록 / 자료:법원등기소

GS건설은 관계자는 “향후 사업 재편을 대비하고, 상호를 선점하기 위해 계속해서 신청하고 있다”며 “다만 상호 변경은 사업 구조 재편이 이뤄진 이후 진행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어 “재편이 아직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를 가시화 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만약 상호 변경이 이뤄진다면 주주총회 전인 1월에 공론화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79년생인 허 사장은 한영외고를 졸업한 이후 세인트루이스대학 학사, 워싱턴대학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평사원으로 LG칼텍스정유(현 GS칼텍스)에 입사해 2005년 GS건설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재무팀장, 경영혁신담당, 플랜트공사담당, 사업지원장 등을 역임하며 경영전반에 걸친 경험을 쌓았다. 허 사장은 2018년 전무 시절부터 신사업추진실장을 맡아 신사업 발굴을 진두지휘했고, 2018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고, 지난해 말 사장 자리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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